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네클로시 Apr 25. 2023

코코 샤넬[도서]

[Review] 사람 냄새 나는 샤넬

코코 샤넬

사람보다 브랜드가 먼저 떠오르며 사실 나와는 동떨어진 화려한 사치의 끝판왕이라고 생각이 든다. 명품백 하나쯤 있다면 좋겠지만, 내가 번 돈으로 명품을 사본 적 없는 나로서는 자동차 한 대 값을 가방으로 태우는 명품의 세계는 이해할 수 없는 나와 다른 세계다. 


없어서 못 사는 샤넬은 명품 중에서도 최고가를 자랑하는 브랜드이기에 내게 떠오르는 이미지는 부자가 심심해서 하는 듯한 유튜브에서 조그만 액세서리부터 신발, 가방까지 쇼핑해 한번에 보여주는 하얀 꽃 리본으로 포장된 박스들이 전부다. 내가 돈을 정말 많이 벌어서 한강 보이는 아파트에서 산다면 마음껏 살 수 있을까 궁금했던 적도 있지만, 명품에 그리 큰 욕심은 없는 나에게 그저 사치품으로서의 '코코 샤넬'이다. 


내가 내 돈 주고 샤넬을 살 일은 당분간 없다는 것은 분명하니 샤넬에 대한 책이라도 읽어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어쩌면 '샤넬을 가진 친구들보다 샤넬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 나의 머리와 모습은 샤넬처럼 명품이 되지 않을까'라는 어린 생각으로 읽기 시작했다.



사실 샤넬이라는 브랜드의 성공적인 창업기와 고난을 극복하는 이야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이 책은 인간 가브리엘이라는 평범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샤넬이라는 사치스러운 명품이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그저 격변의 시기에 살던 여성의 우여곡절로 가득 찬 이야기다.  

이름만 들어도 입이 벌어지는 음악가, 예술가들과 교류하기도 했던 가브리엘의 그 시대에 타임슬립해 함께한다면, 나도 가브리엘처럼 예민하고도 많은 사람들에게 유효한 감각으로 어떤 브랜드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상상해본다. 그리고 그녀의 당찬 마음과 확고한 의식, 그리고 확신을 닮아가고자 한다.  




가브리엘은 사람들이 휴양지에서도 파리에서와 똑같이 옷을 입는다는 것, 그리고 여가를 즐길 때 어울리는 패션이 없다는 것은 비합리적이고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했다.


성공한 창업가의 공통점을 여기서도 찾을 수 있다. 바로 세상에 꼭 필요하지만 이제껏 없던 것을 세심하게, 그리고 빠르게 캐치해낸다. 그녀의 타고난 성격 덕분일까, 그녀는 처음부터 예리하게 여성들을 저격하며 차근차근 성공해나간다.



가브리엘은 자신이 쓰기 위해 만들었거나 이미 선보였던 것을 좀 더 단순하게 디자인한 다양한 모자들을 진열했다. 이제 모자는 더 이상 하찮은 장신구가 아니었다. 그것은 상황이 요구하는 전시의 패션, 단순하고 편리한 패션이었다. 


새로운 상황에 빨리 적응해 자신의 패션 제품에 녹일 줄 아는 노련한 시야가 돋보인다. 그녀가 하고 다니는 것, 입는 옷, 의상 양식 모두 그 시대의 여성들이 따라할 정도로 선도적인 역할을 해냈다. 그리고 모방을 금지하지 않고 허용해주어 더 많은 지역에 자신의 스타일을 전파해낸다. 눈은 말보다 빠르듯, 오히려 자신의 영향력을 더 넓게 퍼뜨리는 방법을 아는 가브리엘의 사업가적 기질과 당당함이 빛난다. 



그림자


네가 옳았어. 너한테는 남편과 자식들이 있으니까. 나는 혼자고 내 인생은 실패야.

감히 누가 세계적인 브랜드를 탄생시킨 장본인, 샤넬에 대해서 실패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수많은 남자와 친구들까지 이름만 들어도 아는 유명한 인물들을 곁에 두었지만, 가브리엘은 자신의 진정한 메이트라고 생각하는 인물로서 여길 수 있는 사람은 만들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부와 명예, 그리고 사람들을 홀리는 매력을 어릴 때부터 풍겼지만 결국 죽기 전까지 저런 이야기를 입 밖으로 내놓았다는 게 참 서글프기도 하다. 가족을 꾸려 사랑을 무한히 선사하고 싶은 꿈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주변인들의 죽음과 이별을 계속해서 맛보고 결국 실패했다고 선언하듯 말하는 가브리엘의 숨겨진 이야기가 참 와닿아 마음이 아프다. 누구보다 성공했다고 잘났다고 부러운 것 없다고 생각할 것 같은 그런 사람도 그만의 슬픔이 깊이 존재한다. 



아버지가 아이를 버릴 때부터 언제나 혼자였다는 문장으로 마무리되는 이 두꺼운 코코 샤넬에 대한 기록은 내가 예상했던 찬란한 성공 가도를 달린 사업가가 아닌, 개인적으로 어쩌면 딱하게 다가오는 여자의 이야기였다.


그래서 나에겐 현실적이지 않았던 사업가와 브랜드가 조금은 현실에 존재하던 사람으로,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과 기능성을 추구하고자 했던 개인적인 소망이 담긴 브랜드가 되었다.

그녀께 말씀드리고 싶다. 당신은 빛이 나는 솔로라고, 또 지금은 저 멀리 지구 반대편에서도 당신의 개성을 이어받은 샤넬 작가들의 장신구, 가방을 원한다고 말이다. 모두가 사랑하는 샤넬이라고. 

작가의 이전글 비밀의 화원[공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