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생각이 떠오르지 않을 때
매년 연말에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스크랩을 정리하곤 하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게으르게 살았던 몇 년 동안, 스트랩이 뒤죽박죽 섞이고 쌓여버렸다. 올해는 넘길 수 없다는 생각에 묵은 때를 벗기듯 자료들을 정리했다. 집 정리하다 보면 으레 추억 회상에 빠지게 되는데, 옛날에 만들고 적어 놓은 것들을 하나하나 구경하게 되었다.
대학생 때, 북바인더 연습 겸 만들었던 것 같은 제목도 없는 얇은 책 한 권을 발견했다.
밑그림도 없이 대충 만든 게 역력했고, 몇 살 때 만들었는지 직설적으로 표현이 되어 있다.
아직도 운전면허가 없다는 게 제일 큰 반전이다. 쌩쌩 달려보기 싫은 것 같다. 그 와중에 글씨가 정말 형편없다.
책장 넘기다가 놀랐다. 눈만 덩그러니 그려놨다. 사람의 눈을 보기 좋아하는 건 여전하다.
모든 페이지를 담을 수는 없었지만, 그때 내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대목들이 많았다. 이 자료 외에도 스크랩해 놨던 자료들을 전체적으로 쭉 훑어봤다.
정리해놓은 나의 예전 자료들을 보면 지금보다 대단한 과거의 나를 발견하곤 한다. 거창한 무언가를 이루었던 자료가 아니더라도 공책 귀퉁이에 적어 놓은 글귀나 그림에서 내가 했던 게 맞나 싶을 정도로 괜찮아 보이는 것들이 존재하곤 한다.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 보다 더 많은 것을 격었기 때문에 시야가 보다 넓어졌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어찌 보면 많은 것을 따지고 거르며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편협해졌을 수 있다. 그래서 아직 다양한 색을 받아들일 수 있었던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좋은 아이디어를 주고, 지금 당장 복잡하게 여길 어떤 문제도 좀 더 넓고 간단하게 바라볼 수 있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연말에는 매년 그러했듯 좀 더 열심히 살지 못한 자신을 반성하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한다. 내년에는 더 열심히 살아야지 하면서도 그게 또 작심삼일이 될 것을 스스로 스포하며 또 그렇게 의욕을 떨어트리기도 하는데. 그럴 땐 과거의 나의 기록들을 살펴보는 것이 꽤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글을 쓰고 생각을 담는 모임.
#쓰담과 함께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