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삼층주민 Mar 24. 2022

이심전심 인도 봉사활동기

말은 안통해도 마음은 통하더라


뒤늦게 합류한 일본 친구들을 포함해 총 12명이 반반씩 팀을 이루어 한 달간 매일 오전, 오후 두 차례 봉사활동을 다녔다. 첫 봉사활동 장소는 Mother Teresa Home이라는 여성 전용 양로원이었다. 누적된 피로에 피곤이 온전히 가시지 않은 채 아침을 맞이한 우리는 그 곳에 도착하자마자 양로원 분들을 맞이하고는 몇 초간 살짝 얼어붙었으나 이내 당황한 기색을 거두고 반갑게 인사를 했다. 


마음의 준비는 어느정도 되어있었다. 어떠한 광경을 마주하더라도 무례하게 놀란 티를 내지 말자고 수십 번 다짐하고 또 다짐했던 터였다. 심지어 고아원 봉사 중 아기에게 이가 옮아 다같이 고생했다던 전 기수의 조언으로 약국에서 이 약까지 각 1병씩 구입해 온 우리였다. 


신체적 혹은 정신적 불편함을 겪고 계신 분들을 수용하는 곳이었다. 간이 침대만 놓인, 한 낮에도 꽤나 어두웠던 그 분들의 숙소가 어렴풋이 기억난다. 어르신들은 주로 밖에 나와 앉아계셨다. 우리를 처음 본 날, 반갑다며 껴안고 신나하시는 분들이 있는 반면 한 동안 경계를 하며 가까이오지 않는 분도 계셨던 걸로 기억한다. 기억나는 한 어르신의 눈 주위에는 상처가 나있었는데, 제대로 소독하지 못한 탓에 진물과 고름이 나고 그 상처 부위에 파리가 꼬이기 일쑤였다. 생각해보니 어르신분 중 많은 분들의 머리는 짧게 이발돼있었다. 아무래도 관리가 힘들고 매일같이 씻으시기 어려운 환경이라 그랬으리라 짐작해본다. 


그렇지만 단 몇 초간의 경직이 죄송스러우리만큼 우리를 늘 따뜻하게 반겨주셨다. 그리고 그런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내내 우리도 진심어린 마음으로 그 분들의 무료한 시간을 조금이나마 즐거움으로 채워드리기 위해 노력했다. 일본 친구들은 그 날 식사를 하며 서슴없이 그 분들을 대하는 우리 한국 동기들의 모습에 놀라움과 존경심이 들었다고 했다. 아무 정보 없이 온 그 친구들은 초반에 사실 겁 아닌 겁을 먹었었더라고. 


그러나 마더테레사 요양원은 단연코 우리에게 가장 힘든 봉사기관이었다. 짜놓은 스케줄대로 진행이 되지 않고 준비를 해 가도 반응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반응이 좋은 공 놀이, 메니큐어 칠해드리기, 풍선아트, 노래와 율동을 주로 했는데 때론 하는 일이 없는 기분이 들어 힘들었다. 그리고 그런 기분이 한 번 든 이후에는 방문할 때마다 후회가 밀려왔다. 한국에서 우리가 준비해 온 것들이 혹여 부질없는 것들은 아니었을까. 차라리 경제적 지원이 어른들에게는 실질적으로 이 분들을 도와드리는 쉬우면서도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지 않았을까. 갖가지 의문이 스쳤다. 


영어가 공용어인 인도이지만 그 곳에 계신 분들은 그 지역 언어인 타밀어만을 사용하시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이 그다지 원활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보통 그 분들의 표정을 통해 반응을 알 수 있었고, 그 마저도 명확하지 않을 때가 많았다. 


그런데 봉사 마지막 날, 우리가 더 이상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몇몇 분들께서 눈물을 흘리시며 아쉬워하셨다. 사람과 사람 사이 정이라는 것, 굳이 말이 오고가지 않아도 쌓일 수 있는 것임을 체감했다. 그저 함께 시간을 보낸 것 만으로도 어르신들께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위안이 되었음을 느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왜 조금 더 최선을 다해 매 순간을 즐기지 못했을까 아쉬움이 물밀듯 밀려들어 왔다. 


그 과정에서 나 또한 얼마나 치유받았던가, 어르신들께서 표해주신 고마움에 몇 갑절로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이 것이 봉사의 참된 묘미다. 시작의 순간엔 내가 도움을 주기 위해 그 자리에 있다 생각하지만 결국 돌이
켜보면 더 큰 도움을 받은 장본인은 언제나 '나'다. 


"누군가에게 얼마나 많이 주느냐보다 거기에 얼마나 많은 사랑을 담았느냐가 더 중요하다"
- 마더테레사


작가의 이전글 명상의 나라에서 마주한 클락션파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