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구려도 멈추지는 말자
햇수로 3년째 사이드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3년이면 풍월을 읊을 줄 알았건만. 나는 여전히 우당탕탕 와르르 맨션이다.
사이드 프로젝트의 시작은 사실, 간단했다.
조금 긴장되긴 했지만. 그만큼 짜릿했다. 밑져도 본전, 그 단출한 계산 값만 믿는다면 하고 싶은 건 뭐든 할 수 있었다. 기회비용은 약간의 쪽팔림, 그뿐이었다.
시작 단계에선 작은 성공이 도처에 널려있었다. 모임 홍보 계정을 만드세요, 첫 번째 게시물을 등록하세요, 해쉬태그를 달아보세요, 따위의 쉬운 퀘스트만으로도 얼마든지 자아도취 할 수 있었다. 그 기분은 곧 원동력이 되었고, 큰 힘 들이지 않고도 다음 퀘스트를 열어젖히게 만들었다.
시작은 단지 반일뿐이다.
사이드 프로젝트 운영이 익숙해질 무렵, 한 때 나를 의기양양하게 만들었던 어떤 성공들은 당연한 것이 되었다. 퀘스트는 점점 더 어려워졌다. 오픈 빨은 사라져 가는데 기대치는 올라가니 당연한 결과였다.
그 무렵 동업자 H가 돌연 바이 바이를 선언했고, 태화방앗간 인스타엔 암흑기가 찾아왔다. 지금도 썩 아름답진 않지만, 그 맘 때 피드는 정말 구렸다. 톤 앤 매너라곤 개나 줘버린 총 천연색 피드. 철 지난 토토 광고처럼 보고 있으면 눈이 시렸다. 그러나 그게 그땐 최선이었다.
모임 운영도 마찬가지였다. 둘이 하던 걸 혼자 하니 마음처럼 퀄리티가 안 나왔다. 작년엔 회사일도 유독 바빠서, 모임 기획, 홍보, 준비까지 무엇하나 여유 있게 할 수가 없었다. 모임 시작 직전까지 긴장감에 항상 발가락이 오므라들었다.
그만둘까, 생각도 했다.
안 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본업도 아니고, 돈도 안되고, 아는 사람만 아는 영세한 프로젝트. 까짓 거포기한대도 알아채는 사람도 몇 없을 것이다. 그렇게 조용히 잊혀 간 프로젝트들이 한 둘일까. 그러니 별 일도 아니다.
놀랍게도 태화방앗간은 현재 진행형이다.
작년에도, 올해도 멈추지 않았다. 여전히 구리지만 계속한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한다. 이젠 더 이상 ‘본질을 잃지 않겠다’는 사치스러운 욕심도 부리지 않는다. 사이드 프로젝트의 본질이란, ‘그냥’ 하는 것이고, ‘계속’ 하는 것이고, ‘많이’ 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노트 필기할 때를 생각해 보면, 처음 한 두줄이 좀 삐뚤빼뚤해도 종이 한 장을 꽉 채우고 나면 그럴 싸 하지 않은가. 종이 한 장, 노트 한 권을 끝까지 쓰는 마음으로, 사이드 프로젝트는 아무튼 계속된다.
‘양이 질을 낳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중략) 요즘 같은 콘텐츠 민주화 시대에는 ‘양이 채워지면 질을 알아주는 사람을 찾을 수 있다’ 고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중략) 그러니 물량으로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기획은 결정이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