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이시영 Dec 16. 2023

실리 구피 모먼트

영어 쓰다가 당황하면 생기는 일들




It's Silly Goofy Time!




'Silly goofy'는 약간 어리석거나 가벼운 웃음거리를 만들어내는 사람에게 종종 쓰이는 단어이다. 그리고 최근 몇 주간 끊임없이 실리 구피 순간을 만들어내는 나를 마주하고 있다. 


영어를 꽤나 한다고 자부했던 나는, 여기 와서 너무나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고 있다. 캐내디언들과 영어가 모국어인 동료들과 손님들 사이에서 있다 보니, 내 영어는 저-기 엄마 손잡고 아장아장 걸어가는 어린아이 수준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스몰톡이 일상인 이곳에서 내가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제대로, 알맞게 반응하기였다. 분명 머릿속에서는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알겠는데, 이게 영어로 맞을까 혹은 어색하지 않을까 끊임없이 생각하다 보면 갑자기 어색한 말이 툭 하고 튀어나온다. 혹은 맞다고 확신하며 뱉은 말 또한 그들에게는 엉뚱하게 들린다. 그리고는 깨달았다. 나는 영어를 사용할 줄 아는 거지, 아직 영어에 내 말투를 녹여내지는 못했구나.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 레스토랑 매니저가 내게 전화를 걸었다. 항상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어 조금 어렵게 느껴졌던 사람이었다. 매니저가 자신의 이름을 묻고 내게 "How are you?"라고 물어봤을 때, 나는 아는 사람인게 반가운 동시에 당황해서 순간 "Nice to meet you!"라고 밝게 대답해 버렸다. 그리고 정적이 3초간 흘렀다. 아 영어 못하는 거 들키고 싶지 않았는데, 이렇게 빨리 들켜버리다니... 전화를 끊자마자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전화로 나이스 투 미츄라니. 


어느 날은 한 손님이 내 동료인 Rose를 찾았다. 그러나 나는 바보같이 오늘의 수프에 대해 한참을 설명해 버렸다. 또 어느 날은(사실 자주 있는 일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How are you?"라고 묻고 또 그 누군가가 나한테 물으면 "I'm good. Thank you."으로 끝내면 되는데, 나는 그냥 로봇처럼 다시 "How are you?"라고 물어본다. How are you의 늪에 갇혀있듯이 몇 번을 되물어본다. 대체 안부를 몇 번이나 묻는 거야.


사실 얼마나 많은 실리 구피 모먼트가 있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대화가 끝난 후 쭈그려 앉은 앉아 빨개진 얼굴을 식힌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하도 많아서인지, 다행히도 이제는 앉았다 일어나는 시간이 조금은 짧아진 것 같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다 보니 가끔은 진짜로 까먹기도 한다. 앞으로 얼마나 많이 얼굴이 빨개지고, 쭈그려 앉았다 일어나고, 또 한숨을 내쉴까. 안쓰럽기도 하고 웃기기도 한 실리 구피의 삶이다.









*오이시영의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기록입니다. <나의 도피이야기>에서부터 처음 시작됩니다!



작가의 이전글 우당탕탕 스피킹 잉글리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