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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비엔나 3일 : #2. 나슈마르크트 시장

by 새로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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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발길 닿는 대로 걷다가 우연히 나슈마르크트 시장에 도착했다. 그곳을 목적지로 정하지 않고 걷다가 발견한 기쁨은 정해놓고 가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행복감을 느낀다. 계획하지 않은 길에서 우연히 만난 새로운 세상이 열어주는 신비한 세계를 만나는 기쁨은 여행에서 배가된다. 일상에서 우연한 발견과 새로운 세계를 만날 확률이 엄청 높기 때문이다.


벼룩시장은 대부분 철수하는 분위기이고 몇 개의 가게들이 기성품들을 팔고 있었다. 자신이 보관하고 있던 물건들을 또 다른 사용가치나 애호가치를 발견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넘기는 멋진 모습을 볼 수 없는 아쉬움이 크다. 프랑크푸르트 벼룩시장에서 건져온 나무조각작품들이 집 한편에서 원래 소유자의 시간의 흔적들을 메시지로 내게 가끔 전달해 주는 기쁨이 떠올랐기에 아쉬운 마음이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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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발견하고 사고자 하는 마음을 먹는 순간, 가격은 그리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가끔씩 바라보면서 이 물건들에 담긴 시간들을 상상하게 된다. 누군가의 손길에 의해 처음 만들어졌을 때, 그리고 그가 소유하고 있었던 아니면 누군가의 손을 거쳐갔던 그동안 지나간 시간의 흐름과 이 물건들이 머물렀을 공간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어느덧 9년의 세월이 흘렀는데도 처음 만난 건 처럼 신선함이 살아있다.


벼룩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것을 넘어서 우연히 인연이 닿을 수 있는 물건을 운명적으로 만날 수 있는 공간이기에 사람을 설레게 하는 매력이 있다. 정리되지 않은 물건들이 뒤엉켜 있는 그 공간 그리고 켜켜이 쌓여 얽히고설킨 시간 속에서 건져 올리는 하나의 물건은 마치 운명처럼 나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물건을 사지 않아도 둘러보며 탐색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선사한다. 누군가의 과거를 담고 있는 오래된 시계, 낡은 책, 빛바랜 사진은 시간의 물리적 흔적이고 그의 정서의 조각들인 것이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녹색이미지로 깔끔하게 정돈된 상설시장을 향한다.


Naschmarkt라는 이름은 naschen (간식을 먹다, 군것질하다)에서 유래되었으며, 이는 시장에서 다양한 먹거리와 간식류를 팔기 시작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Linke Wienzeile 거리와 Rechte Wienzeile 거리 사이, 약 1.5km 길이이니 규모가 제법 된다. 120여 개의 고정형 점포(stalls)가 일렬로 배치되어 있으며, 일부 구간은 비를 피할 수 있는 반 개방형 지붕이 있다. 시장은 전통 시장 구역(채소, 과일, 육류, 해산물 등 생필품 판매),

레스토랑 및 카페 구역(다양한 국가의 음식점, 특히 중동, 인도, 베트남,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 벼룩시장 구역 (Flohmarkt) – 주말에만 열리며, 앤티크 및 중고품 판매 (나슈마르크트 서쪽 끝자락)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장을 한 바퀴 크게 돌면서 어떤 가게들이 있는지 살펴본다. 탭이 여러 개 있는 자그마한 맥주가게가 두 군데 눈에 들어왔다. 저녁의 즐거운 시간을 위해 지금은 자제해야 한다. 알차고 다양한 구성만으로도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눈이 즐겁다.


시장에 가면 나는 늘 내가 뭔가 새로운 에너지로 꿈틀 되는 걸 느낀다. 이 시장 구석구석 켜켜이 사람들이 쌓아놓았던 에너지가 몸속에 스며들어 세포들이 새롭게 깨어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팔 수 있는 물건들을 만들어내는 순간부터 그들의 손끝에서 거래가 이루어지고 거래된 물건들이 각자의 삶 속으로 스며들어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을 얻는 그 모든 과정들이 새롭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자기가 만들거나 가져와서 파는 물건에 대한 자부심과 강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거래를 주고받는 모습은 흐르는 물이나 스쳐 지나가는 바람과 같다. 아담 스미스가 얘기했던 시장의 원형이 어떤 모습인지 모르겠지만, 내 눈에는 여기 시장 자체가 하나의 원형이라고 말해준다. 귀국하기 전 무슨 물건을 사야 할 것인지도 미리 탐색한다.

내가 시장을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여기 조금 저기 조금 각기 다른 맛을 보면서 시장기를 해결할 수 있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단 한 번의 격식을 갖춘 식사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작은 설렘과 행복감이 숨어있다. 어중간한 오후시간의 약간의 허기를 채워줄 수 있는 가게를 발견했다. 비엔나, 부다페스트에 이어 다시 비엔나에서 케밥을 만났다. 그동안 이 음식을 맛보면서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아 믿음이 간다. 큰 컵 하나와 랩 하나를 주문했다. 예상했던 대로 푸짐한 야채와 잘 익어 육즙의 향기가 진하게 배어있고 매력적인 소스가 어지럽히는 케밥은 너무 맛있었으며, 넷이 허기를 잠재우기에 충분했다. 길거리에서 즙이 떨어지는 음식을 옆으로 들고 먹는 날 것의 매력을 제대로 만끽한다.

우와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각기 다른 모양과 다양한 색상, 그리고 질감이 살아있는 이 디저트들은 뭘까? 당질이 포함된 탄수화물을 지나치게 먹으면 여행 컨디션 유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당연히 장도 불편할 수 있다. 그러니 기회가 왔을 때 최소한 의 양으로 최대의 행복을 느껴야 한다. 자제해야 한다. 궁금하지만 비엔나를 떠나기 전 다시 오기로 하고 얼른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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