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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비엔나 3일 : #7 잘츠브루크 3

by 새로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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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삶의 흔적, 그를 통해 만들어진 음악들, 그 음악이 만들어놓은 새로운 세계. 조셉 캠벨의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과 영화 Powerof one을 떠올리게 한다. 한 사람의 노력으로 만든 세계는 한 사람의 성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음악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창조가 수시로 일어나는 무대를 제공하는 것이다. 영웅의 삶으로서의 그의 삶을 잠시 들여다보게 된다.



평범한 세계(The Ordinary World)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난 모차르트는 어릴 적부터 비범한 음악적 재능을 보였다. 3세에 피아노를 치고, 5세에 작곡을 시작하는 등 그의 삶은 이미 평범하지 않았지만, 잘츠부르크 궁정 음악가라는 안정적인 틀 안에 있었다. 이는 위대한 여정을 떠나기 전, 안정을 추구하는 영웅의 초기 모습과 유사하다. 모험으로의 소명(The Call to Adventure) 아버지 레오폴트는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발견하고, 그를 '신동'으로서 유럽 전역에 알리기 위한 연주 여행을 시작한다. 이 여행은 모차르트에게 음악적 세계를 넓히는 기회였지만, 동시에 그가 안정적인 삶의 경계를 넘어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야 하는 '소명'이었을 것이다.

소명 거부(Refusal of the Call) 잘츠부르크 대주교와의 갈등과 아버지의 엄격한 통제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내면의 갈망은 영웅의 길에서 잠시 벗어나고자 하는 자신의 의지로 볼 수 있지 않을까? 대주교와의 마찰 끝에 '빈'으로 독립하는 결정은 기존의 안정된 삶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길을 가겠다는 것이어서 오히려 소명에 부합하는 결정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멘토와의 만남(Meeting with the Mentor) 첫 번째 멘토는 아버지 레오폴트, 어린 모차르트에게 음악적 기술을 가르치고 그의 여정을 이끌었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의 멘토는 요제프 하이든이나 프리메이슨 단원들과의 교류를 통해 만났다. 이들과의 만남은 모차르트의 음악적 세계관을 확장시키고, 새로운 영감을 얻게 했다. 모차르트는 역사상 가장 유명한 프리메이슨 회원 중 한 명이었다.


1784년 12월, 빈의 프리메이슨 지부인 '자선(Zur Wohltätigkeit)'에 가입했다. 당시 빈에서는 계몽주의 사상과 함께 프리메이슨 운동이 크게 부흥하고 있었고, 많은 지식인과 예술가들이 이 단체에 속해 있었다. 자유, 평등, 박애를 추구하는 프리메이슨의 사상에 깊이 공감하여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그는 요제프 2세의 프리메이슨 규제 칙령에도 불구하고 탈퇴하지 않고, 죽을 때까지 충실한 회원으로 남았다. 그는 가입 이후 빠르게 승급하여 '마스터 메이슨'의 지위에 올랐습니다.


그는 프리메이슨을 위한 작품들을 다수 작곡했다. 오페라 마술피리가 대표적이다. '마술피리'는 어둠과 미신을 상징하는 '밤의 여왕'과 이성과 지혜를 상징하는 '자라스트로'의 대립을 통해 프리메이슨의 계몽주의 사상을 구현한다. 주인공 타미노와 파미나는 시련을 통해 이성을 깨닫고, 어둠을 물리치며 진정한 지혜의 세계로 나아간다. 이는 프리메이슨의 입문자가 시련을 거쳐 진정한 깨달음을 얻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프리메이슨 장송곡'(Maurerische Trauermusik, K. 477)과 프리메이슨 칸타타'(Eine kleine Freimaurer-Kantate, K. 623)와 교향곡 제41번 '주피터'(Symphony No. 41 'Jupiter', K. 551)가 그 영향을 받은 곡으로 해석한다.





첫 관문 통과(Crossing the Threshold) 잘츠부르크 대주교와의 갈등 끝에 빈으로 떠나 독립적인 프리랜서 음악가로 활동을 시작한 순간이 바로 첫 관문을 통과하는 단계이고, 그는 더 이상 아버지나 대주교의 그늘 아래에 있지 않고, 오직 자신의 재능만으로 세상과 맞서야 하는 새로운 모험의 세계로 들어선다.


시련, 시험, 동맹과 적(Tests, Allies, and Enemies) 빈에서 그는 수많은 시험과 시련을 겪는다. 작품 의뢰와 흥행의 불안정함, 결혼 후의 경제적 어려움, 그리고 라이벌 음악가들의 질투와 견제가 그에게 닥친 '적'들이었다. 특히 살리에리는 모차르트에게 가장 큰 그림자(Shadow) 같은 존재였다. 반면, 아내 콘스탄체와 프리메이슨 단원들은 그의 동맹이자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가장 깊은 동굴에 진입(Approaching the Inmost Cave) 모차르트의 삶에서 이 단계는 가장 깊은 내면의 고통과 마주하는 시기로 볼 수 있다. 건강 악화, 아내와 자녀들의 죽음, 그리고 경제적 궁핍은 그를 심각한 절망으로 몰아넣었다. 이 시기에 그는 인생의 비극적 본질에 대한 깊은 통찰을 얻게 되고, 이는 후기 작품에 반영되었다.

시련 극복(The Ordeal) 그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음악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다. 죽음을 앞두고 작곡한 오페라 '마술피리'와 '레퀴엠'은 그가 고통과 죽음의 공포를 예술로 승화시킨 결과물이다. 수백 번 이상 감상했던 레퀴엠은 나와 모차르트를 이어주는 튼튼한 다리이자, 예술이 일상의 삶 속에서 미칠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에 대해 깊이 성찰할 수 있는 최상의 기회를 줬고 이후 음악에 대한 나의 태도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보상 획득(Reward (Seizing the Sword))그의 삶에서 획득한 '보물'은 예술적 완성에 대한 내적 만족감, 그리고 자신만의 음악적 영혼을 온전히 자유롭게 표현했다는 '자유'였을 것이다. 비록 사후에야 세상이 그 가치를 인정했지만, 그는 이미 생전에 자신의 예술적 영혼을 해방시켰다. 귀환의 길(The Road Back)이 단계는 삶의 마지막 시기와 연결된다. 마지막 작품을 통해 세상으로 돌아오려 했지만, 이미 육체는 한계에 도달했고, 병세가 악화되면서 '마술피리'와 '레퀴엠'은 그가 이승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가 되었다. 이미 그의 음악은 살아있는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영웅의 귀환이 바꿔놓은 세상은 새로운 창조의 에너지를 얻은 것이다.

부활(The Resurrection) 35세라는 젊은 나이에 사라졌지만, 그의 음악은 영원히 부활했다. 그의 음악은 오늘날까지도 인류의 정신적 유산으로 남아 끊임없이 연주되고 재해석된다. 이는 죽음을 넘어선 영웅의 '부활'을 상징한다. 새로운 삶(Return with the Elixir) 모차르트는 세상에 '음악'이라는 만병통치약(elixir)을 남기고 떠났다. 그의 음악은 사람들에게 기쁨, 슬픔, 희망, 그리고 위로를 전하며 시대를 초월한 감동을 선사해 왔다. 이는 영웅의 여정을 통해 얻은 지혜와 보물을 공동체와 세상에 나누는 마지막 단계와 정확히 일치한다. 모차르트의 삶은 조셉 캠벨이 제시한 영웅의 여정과 놀라울 만큼 유사한 구조를 가진다. 신동으로서의 평범한 시작, 성공과 실패가 교차하는 시련, 그리고 비극적 죽음 속에서도 예술적 영혼을 완성하여 불멸의 유산을 남긴 그의 삶은, 개인의 삶을 초월한 위대한 영웅의 신화적 서사로 재해석될 수 있다.


한 사람이 살아있는 동안 예술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인생을 마감하고 나면.... 그에게는 자신의 삶의 흔적이 의미 없겠지만, 후세의 모든 사람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그 흔적을 보존하고 잘 간직하는 것이 중요하다. 살았을 당시의 흔적들이 후대의 음악과 예술가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영감의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 작품 세계를 온전히 알 수 없으나, 살아 있을 때 흔적을 통해서 그 삶을 살펴보고 다시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언젠가 <Time>지에서 모차르트와 베토벤을 비교 평가한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들 각자는 각자의 세계가 있고 그 세계가 사람들에게 미친 영향은 온전히 그들의 몫이므로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서로 다른 점이 너무 많은데, 같은 차원에 놓고 비교하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가?

잘츠부르크에서의 피날레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주인공들이 노래를 부르며 뛰어다니던 그 정원 앞에서 각자 포즈를 취하는 것이었다. 얼마나 많이 오랫동안 봐왔던 영화였던가?

기나긴 하루가 아쉬움 없이 지나가고 있었다. 숙소로 향하는 어둠이 가득한 길 위에서 남은 하루를 알차게 보낼 또 다른 설렘을 가슴속에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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