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50대 부모님과 삿포로 여행을 간다면 (4)
<차례>
- 나카지마 공원
<삿포로는 해가 빨리 진다 모든 공원은 오전에 가보도록 하자>
- COCONO 스스키노 & 미츠코시 백화점
<미츠코시 백화점 샤넬의 화장품은 한국보다 비쌌다>
- 빗세 스위츠
<홋카이도 유명 디저트 브랜드를 모아 놓은 디저트 푸드코트>
만약 당신이 50대 부모님과 올 겨울 삿포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 시리즈가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활동적이지 않은 두 부모님과 가까스로 평균 체력을 넘는 두 20대 남매가 다녀온 삿포로 여행 일정을 소개한다. 이 일정이 심심하다고 생각된다면 마음껏 자기 취향대로 코스를 추가해도 좋을 것이다. 실제로 삿포로는 유명한 관광지 외에도 구석구석 뜯어볼 곳이 많은 매력적인 여행지다. 그러나 한 가지만 명심했으면 좋겠다. 눈 내린 삿포로를 '걸어서' 여행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부디 가족의 체력과 여행 성향을 고려해 무탈한 여행이 되기를 바란다.
<나카지마 공원>을 지도에서 보면 상당히 큰 규모의 공원임을 알 수 있다. 네모반듯하게 생긴 <오도리 공원>에 비해 <나카지마 공원>은 자연의 모습을 더 담고 있다. 만약 해가 지기 전 공원의 활기찬 분위기를 즐기고 싶다면 오전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이는 삿포로의 어느 공원이든 마찬가지. 겨울 삿포로의 해는 오후 두 시가 넘어가면 조금씩 저물기 때문이다. 만약 매일 아침 공원을 산책하고 싶다면 <나카지마 공원> 바로 옆에 위치한 <삿포로 파크 호텔>이나 <프리미어 호텔 나카지마 파크>에 묵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공원 내부에는 호수는 물론 <삿포로 콘서트홀>과 <홋카이도 천문관> 등 다양한 문화시설이 있다.
<마루야마 공원>과 마찬가지로 까마귀가 많다. '머리 조심' 표지판을 발견할 수 있는데 특히 샌드위치나 과자를 들고 있다면 조심해야 한다. 물론 까마귀를 먼저 귀찮게 하는 것도 금물. 까마귀는 똑똑한 동물이라 당신에게 복수를 할지도 모른다.
<스프 커리 syabazo>에서 식사를 마치고 지하상가 <POLE TOWN>을 구경하면서 <나카지마 공원>으로 향했다. 오후 두 시가 조금 넘어 도착한 <나카지마 공원>은 이미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맑은 하늘 아래 큰 호수를 사진에 담고 싶었지만 이미 역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밟지 않은 새하얀 눈밭이 된 <나카지마 공원>의 호수는 아름다웠다.
호수 덕분인지 공원 안에 지하철역 입구가 있을 정도로 규모가 상당히 컸다. 주변에 큰 건물이 없어 오롯이 공원의 자연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빙판길이 많았는데도 러닝을 하는 사람이 있어 놀랐다. 심지어 짧은 반바지를 입고(레깅스는 입었지만). 우리가 사진을 찍으며 공원 초입을 구경하는 동안 두 번이나 마주칠 정도로 꽤나 빠르게 달렸다. 아이젠이라도 신은 것일까.
삿포로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삿포로역부터 시작해 오도리공원, 스스키노까지 연결된 지하상가가 있다는 점이다. 덕분에 날씨가 좋지 않더라도 삿포로의 지하에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길거리를 돌아다니기 힘들다면 <스텔라 플레이스>, <미츠코시 백화점>, <다이마루 백화점>, <COCONO> 등 복합 쇼핑몰과 백화점을 누벼 보자. 쇼핑몰 외에도 지하상가에는 홋카이도 특산품, 건어물, 원두, 기모노, 공예품 등을 파는 가게들이 쭉 늘어서있다. 쇼핑을 즐기지 않는 부모님이라면 지하상가 곳곳에 위치한 카페나 음식점에서 휴식을 취하시는 것도 좋다.
엔저가 계속된다고 해서 아무 명품이나 '덜컥' 사버리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미츠코시 백화점> 샤넬의 화장품은 택스 리펀을 받더라도 한국보다 가격이 비싼 경우도 있으니 꼭 한국 가격과 비교해 보고 구매하길 추천한다.
삿포로 실내 공간의 특징이 있다면 난방이 아주 빵빵하다는 것이었다. 목도리, 모자, 장갑에 두꺼운 겉옷까지. 실외에서는 추위를 막을 수 있는 수단이었지만 실내에서는 짐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더위를 많이 타는 우리 가족은 모두 패딩을 들고 지하상가를 구경하는 탓에 상점을 자세히 구경하지 못하고 밖에서 둘러볼 수밖에 없었다. 교토에서는 밖이 너무 더워서 상점에서 더위를 식히며 찬찬히 물건을 구경하고는 했는데, 삿포로는 그 반대였다. 추위와 더위에 지친 우리는 저녁 먹을 식당을 고르기 위해 <빗세 스위츠>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복합 문화공간 '오도리 빗세'의 1층에 위치한 디저트 푸드코트. 홋카이도의 유명 디저트 브랜드 마치무라 농장과 키노토야의 디저트를 한곳에서 맛볼 수 있다. 넓고 쾌적한 공간을 갖고 있어 추위에 지쳤다면 잠시 쉬어가는 곳으로 삼아도 좋다. <빗세 스위츠> 외에도 다양한 상점과 레스토랑이 이 건물에 모여 있다.
키노토야의 오무파르페를 추천한다. 다양한 과일을 토핑 한 오믈렛인데 과일이 모두 신선했고 특히 딸기의 당도가 높았다. 홋카이도 우유로 만든 소프트 아이스크림 역시 실패하기 어려운 픽. 크로칸슈는 평범했다.
선물세트도 몇 개 있으나 종류가 많지 않으니 간식 선물을 사갈 생각이라면 <롯카테이>나 공항을 추천한다.
눈이 내리더라도 삿포로의 한낮은 포근하다. 다만 해가 지기 시작하면 일교차가 꽤 커지는데, 부모님과 여행하고 있다면 강행군에 지친 부모님과 본인을 위해 휴식할 수 있는 카페를 알아놓는 것도 좋다. 여러 카페, 레스토랑 등이 모여 있는 복합문화공간 오도리 빗세의 <빗세 스위츠>는 이런 목적에 딱 맞는 곳이었다. 도심 한복판에 위치했으며 자리가 넓었고 무엇보다 따뜻한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이곳의 커피 역시 드립커피. 그러나 홋카이도의 신선한 과일과 우유를 이용한 디저트를 골라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이곳의 큰 매력이다.
커피와 디저트로 기운을 회복한 우리는 저녁 메뉴로 해산물을 먹기로 했다. 내일 오타루 초밥거리에서 초밥을 못 먹을 것을 대비한 선택. 오늘 저녁 메뉴는 <시키하나마루>에서 초밥과 로바타야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