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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HOLIDAY Jan 17. 2024

삿포로 스시: 홋카이도의 명물 ‘가리비’

당신이 50대 부모님과 삿포로 여행을 간다면 (5)

4박 5일 중 '2일 차 저녁' - 27.12.2023


<차례>

- 크로스 호텔 삿포로 (작은 해프닝)

- 스시&로바타야키 시키하나마루(四季花まる)
<식사 위주의 가게는 아니다. 맥주가 부담스럽다면 레몬 사워도 초밥과 잘 어울린다.>

- 크로스 호텔 삿포로 라운지
<연어 육포, 연어 육포, 연어 육포>


만약 당신이 50대 부모님과 겨울 '삿포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만약 당신이 50대 부모님과 올 겨울 삿포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 시리즈가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활동적이지 않은 두 부모님과 가까스로 평균 체력을 넘는 두 20대 남매가 다녀온 삿포로 여행 일정을 소개한다. 이 일정이 심심하다고 생각된다면 마음껏 자기 취향대로 코스를 추가해도 좋을 것이다. 실제로 삿포로는 유명한 관광지 외에도 구석구석 뜯어볼 곳이 많은 매력적인 여행지다. 그러나 한 가지만 명심했으면 좋겠다. 눈 내린 삿포로를 '걸어서' 여행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부디 가족의 체력과 여행 성향을 고려해 무탈한 여행이 되기를 바란다.



크로스 호텔 삿포로 (작은 해프닝)


당황스러운 감상

<빗세 스위츠>에서 나온 우리 가족은 저녁 식사를 하러 가기 전 잠시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 잠깐의 휴식동안 작은 해프닝을 마주하게 되었다.


전날 삿포로에 도착한 이후 호텔을 비운 것은 처음이었다. 다시 돌아온 객실은 당연하게도 깨끗이 청소되어 있었다. 이부자리가 잘 정돈되었고 쓰레기통도 비워졌다. 생수 네 캔이 새로 채워졌고 목욕가운과 대욕장용 잠옷도 교체되었다. 그런데 전기 포트 앞에 빈 우유병이 하나 있었다. 우리가 산 것은 아니었다. 아마 청소직원이 마신 뒤 두고 갔거나, 다른 방 쓰레기를 놓고 간 듯했다.


당황스러웠다. 크게 더러울 것은 없었지만 그래도 상황 설명은 해야 할 것 같아서 프런트에 전화를 걸었다. 크로스 호텔 삿포로의 프런트 번호는 3번. 일본어 한 문장을 파파고로 번역한 뒤 직원에게 말했다. 이후엔 짧디 짧은 일본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대화했다. 전화를 받은 직원은 영어가 가능한 직원이 객실을 찾겠다고 안내했다. 잠시 후 벨이 울렸고 직원 한 명이 서있었다. 난 우유병을 들고 상황을 한 번 더 설명했다. 내 이야기를 들은 직원은 몇 번이고 미안하다고 말하며 우유병을 회수해 갔다.


우유병을 두고 간 것 자체는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후속 대처가 미비했다면 기분이 나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과하게 느껴질 정도로 친절하게 사과를 해서 그냥 작은 해프닝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다만 청소 직원이 괜히 혼나게 될 것 같아서 뒤늦게 걱정이 됐다.


<시키하나마루>로 가는 길 / 작은 시계탑 같은 삿포로역 출구
현지인용 메뉴판과 관광객용 메뉴판 / 손님 앞에서 요리하는 '로바타야키'
임연수어 구이 / 조개류와 전복 초밥 / 베스트 픽, 7피스 모듬 초밥
생맥주 스몰 사이즈 / 같은 메뉴 한 번 더, 신선한 가리비 관자

스시&로바타야키 시키하나마루(四季花まる)


이로리, 출처: pixabay

정보: 식사 위주의 가게는 아니다. 맥주가 부담스럽다면 레몬 사워도 초밥과 잘 어울린다.

삿포로역 16번 출구로 들어가면 볼 수 있는 가게. '하나마루'는 일본어로 직역하면 '동그라미 꽃'이라는 뜻이다. 의역하면 '꽃표'로, 우리나라의 '참 잘했어요'와 비슷한 표시라고 한다. 아마 1년 내내 좋은 음식을 내겠다는 뜻이 아닐까. '하나마루'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로, 가장 유명한 지점은 <회전초밥 네무로 하나마루>.


<스시&로바타야키 시키하나마루>는 간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초밥은 물론 로바타야키 전문점이기도 하다. 로바타야키란 손님이 보는 앞에서 생선, 고기, 채소 등을 이로리풍으로 요리한 음식을 말한다. '이로리'는 위 사진과 같은 일본의 전통 난방 및 조리기구이다. 원래는 이로리와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한 식당을 로바타야키라고 불렀는데, 오늘날엔 손님 앞에서 즉석으로 요리해 주는 식당을 지칭한다. 로바타야키는 도호쿠 지방 센다이시에서 시작했지만, 이후 신선한 해산물이 많은 홋카이도의 구시로시에서 전국으로 확산되었다고 한다.


이곳의 초밥 주문은 기본적으로 피스 단위. <스시&로바타야키 시키하나마루>엔 현지인용 메뉴판과 관광객용 메뉴판 두 개가 존재한다. 관광객용 메뉴판에는 주문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초밥이 맨 뒤에 표로 정리되어 있는데, 너무 빼곡해서 다 읽기가 어렵다. 뭘 주문할지 모르겠다면 세트로 시키는 것이 간편하다. 한국의 초밥 세트는 '10~12피스 초밥 + 미니 우동'이 보편적이지만, 이곳의 세트는 5~7피스의 초밥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점의 색깔이 강하고 음식 나오는 속도도 약간 느린 식당이기 때문에, 배를 채우기 위해서는 넉넉하게 주문해야 한다.


세트 중에서도 홋카이도산 가리비 관자 초밥이 들어간 것을 추천한다. 홋카이도 오호츠크해의 차가운 바다에서 자란 가리비는 쫄깃한 식감이 특징. 삿포로 명물 삿포로 생맥주를 곁들이는 것도 좋지만, 맥주로 배를 채우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상큼한 레몬 사워와 함께 먹는 것도 산뜻하니 좋다.


테이블석 옆은 흡연실이니, 담배 냄새를 싫어하시는 부모님이라면 직원에게 다른 자리를 요청하자.



여유로운 감상

요리사가 눈앞에서 직접 요리한 음식을 먹는다는 것이 로바타야키의 장점 중 하나지만, 아쉽게도 이 날은 테이블석을 안내받았다.


우리 부모님이 이 식당에서 불만족스러웠던 단 한 가지는 음식이 나오는 속도였다. 다른 손님들은 피스 단위로 주문을 하고 있는 데다가 손님도 많아서, 음식 나오는 속도가 살짝 느렸다. 우린 임연수어 구이, 초밥 세트 세 개, 주류를 주문했는데 모든 음식이 약 30분에 걸쳐 코스처럼 나왔다. 아침부터 이곳저곳 많이 돌아다닌 덕분에 배가 고프다면 살짝 마음이 급해질 정도의 속도였다. 다만 그다지 배가 고프지 않았던 나에겐 술 한 잔을 곁들이며 천천히 맛을 볼 수 있어서 오히려 좋았다.


생선 초밥은 다른 가게에 비해 특별히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었다. 다만 어패류, 그러니까 전복과 가리비 관자 초밥은 매우 훌륭했다. 특히 가리비 관자는 파워에이드 뚜껑과 크기가 비슷할 정도로 사이즈가 엄청났는데, 신선한 것은 물론 탱탱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다른 메뉴들도 역 안에 있는 식당치고는 굉장히 맛있는 편이었다.



홋카이도 화이트와인
삿포로 TV타워가 보인다
목욕을 끝내고 마신 '타카치호목장 카페오레'


크로스 호텔 삿포로 라운지


정보: 연어 육포, 연어 육포, 연어 육포

<크로스 호텔 삿포로>의 2층에는 고객 전용 라운지가 있다. 일반 객실보다 약간 더 비싼 고층 객실에 머무는 고객은 무료로 이곳을 이용할 수 있다. 호텔 예약 사이트에서 '라운지 이용 가능'이라는 문구가 쓰여있는 객실을 잘 살펴보자. 2층에 위치한 탓에 대단한 야경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삿포로 TV타워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라운지에는 프리 드링크와 약간의 안주가 준비되어 있다. 우리 가족은 한 잔씩만 마셨는데, 몇 잔까지 마실 수 있는지 궁금하다면 라운지 앞 직원에게 물어보면 될 것이다.


라운지에 입장하면 직원이 간단히 주류 냉장고 사용법을 알려 준다. 주종은 홋카이도 레드&화이트 와인, 니혼슈, 삿포로 캔맥주가 준비되어 있다. 커피머신처럼 버튼을 누르면 한 잔 분량의 술이 나온다. 다른 버튼을 누르면 누르고 있는 동안 술이 계속 나와서 원하는 만큼 따라 마실 수 있다.


안주는 견과류, 치즈, 스파게티 튀김, 연어 육포 등이 있다. 특히 연어 육포가 맛있으니 꼭 먹어 보길 추천한다. 세이코 마트 같은 편의점에도 연어 육포를 팔지만, 호텔 라운지의 연어 육포는 짜지도 않으면서 고소한 맛이 풍부해 편의점 육포보다 한 단계 더 퀄리티가 높다.



운치 있는 감상

술을 즐기지 않는 우리 가족은 라운지에서 말 그대로 술 '한 잔'을 했다. 술보다는 안주에 감탄했는데, 그중에서도 견과류와 연어 육포가 엄마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원래 육포류를 즐기지 않는데, 연어 육포는 비리거나 짜지도 않고 고소해서 부담스럽지 않았다.


라운지에서 간단한 뒤풀이를 한 뒤, 짐을 챙겨 대욕장으로 향했다. 이 날은 야외탕에도 나가봤다. 사방이 유리로 막혀 있고 천장만 뚫려 있는 구조라 그렇게 춥지 않았다. 뚫린 천장으로 둥그런 달이 보였는데, 바람이 강하게 부는지 달이 구름에 가렸다가 사라졌다가를 반복했다. 여행을 즐기면서도 취업 준비 때문에 마음이 심란한 상황이었는데, 묘하게 위로가 됐다. 구름이 달을 가리더라도 달은 항상 그 자리에 있다. 나쁜 일이 있어도 언젠가 좋은 일이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에도 한결 여유가 생겼다.


야식으로는 '모야시 미소라멘'과 '타카치호목장 카페오레'. 미소라멘이 유명한 삿포로의 라멘을 구현해 낸 컵라면이라 인기가 많다고 하는데 다 먹고 나면 실제 라멘보다 느끼한 맛이 좀 더 강하게 남는다. 그래도 숙주를 진공포장해서 넣는 등 맛 퀄리티 자체는 높았다.


호텔 대욕장에 커피우유가 없어 편의점에서 미리 사둔 '타카치호목장 카페오레'. 커피우유로 보이는 것 중에 아무거나 집은 건데 이것도 인기가 많다고 한다. 커피우유는 다행히 성공. 깨끗하고 활기찬 삿포로의 아침과 운치 있는 삿포로의 밤을 모두 즐긴 하루였다. 달달한 커피우유로 하루를 마무리하며 너무 늦기 전에 잠을 청했다. 내일은 편의점 빵이 아니라 카페 <PAUL>에서 아침 식사를 한 뒤, 낭만의 도시 오타루로 향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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