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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획자 에딧쓴 Aug 19. 2024

솔직히 '그냥 쉬었음 청년'은 좀 억울합니다

일 할 의지가 없는 게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거든요

평일의 동네 구립 도서관,

오늘도 자리가 부족합니다.


예전에는 어르신이나 아이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

기분 탓인지 요즘에는 제 또래 청년들이 많이 보입니다.


뉴스를 보니 기분 탓은 아닌가 봅니다.



댓글을 보니 의견이 분분합니다.

"양질의 일자리가 없다. 기업이 문제다."

"나약한 청년이 문제다."

"열심히 하는 사람도 많은데 이런 기사 내는 언론이 문제다."

"문제를 방치하는 정부가 문제다."


저는 학식이 부족해서 누구 잘못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누군가의 일방적인 잘못이라기보다는 여러 상황이 모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로 인한 연결의 단절,

어느 정도 먹고 살만 해진 경제환경과 복지,

SNS에서 일어나는 사회인식의 왜곡,

자산 가격 상승 경험으로 인한 무력감

등등.


사실 원인을 찾는 건 그 분야 전문가 분들에게 맡기고 싶습니다.

저는 당장 해결책을 찾아야 해서요.


그래야 입에 풀칠이라도 하지요. 하하



쉬는 게 맞나?


사실 "그냥 쉬었음"은 조금 억울한 표현입니다.

쉬었다기엔 정신력을 엄청나게 소모 중이거든요.

쉬었으면 분명 회복되어야 하는데,

계속해서 소모만 되고 있습니다.


'뭐 해 먹고살지?'라는 고민은 결국 '어떻게 살아야 하지?'로 발전하게 됩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는 걸 일할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면 좀 많이 억울합니다.


"취업할 의지가 있나요?" → "아니요." → "일할 의지 없음"은

논리의 비약이 좀... 심합니다.

이제 우리는 취업만이 유일한 삶의 방식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 많이 목격했거든요.



정부에서는 양질의 일자리 공급을 늘린다고 합니다.

솔직히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저는 별로 관심이 안 가요.

저는 지금 양질의 일자리가 없어서 쉬고 있는 게 아니라서요.


일자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길을 잃은 겁니다.

목적지가 많아지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나의 목적지'가 없다고 느껴지는 것이 본질입니다.

좋은 목적지는 많아요 솔직히.

근데 내가 가야 할 목적지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확신하냐고요?

제 얘기이기도 하거든요.



목적지가 아니라, 방향을 잃은 겁니다


우리나라 청소년 사망 원인 부동의 1위는 자살입니다.

우리나라는 명실상부 자살 강국입니다.

올해는 심지어 급증했대요.

사실 저는 재난 상황에 준한다고 봅니다.

이 정도 출산율과 자살률이라니.


조금 암울한 이야기를 했는데요,

자살 사망자의 사망원인을 밝히는 심리부검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로 해석하는 것이 '무망감'입니다.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무망감은 '희망이 없다는 느낌'입니다.

방향을 잃었을 때 우리는 삶의 의미를 잃어버립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나요?

도서관에는 자리가 없습니다.

한탄하고 고민하는 글도 매일 올라옵니다.

주변에 실제로 '청년 백수'가 꽤 있습니다.

그들 중 '아 쉬니까 너무 좋다'라고 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오히려 불안해하고 막막해합니다.

무망감과는 다른 감정입니다.


'일을 쉰다'는 것이 반드시 무망감을 유발하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일을 쉬면서 '내가 가야 할 길을 모르겠다'는 것이 무망감을 일으킵니다.

백수생활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무망감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조금 불안하고 답답할 수는 있겠지만요.



방향을 알면 버틸 수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는 것은 how를 모르는 상황입니다.

무망감은 why를 잃어버린 상황입니다. '왜 살아야 하지?'인 거죠.

둘은 분명 다릅니다. 별개로 보고 별개로 다뤄야 합니다.


why는 방향입니다.

방향을 알면 how는 시행착오를 통해 찾아갈 수 있습니다.


why를 알려면 결국 나를 알아야 합니다.

지금의 우리들(청년들)에게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이 필요합니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어떨 때 행복하고, 지금까지 왜 이렇게 살아왔고,

내가 영위하고 싶은 삶의 형태는 무엇이고, 그래서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가장 마지막에 닿는 결론입니다.

이 결론을 내지 못한 청년들은 '그냥 쉬고 있는, 일할 의지가 없는 청년'이 아닙니다.

나를 돌아볼 시간이 없었던, 나를 알아채는 방법을 모르는 것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방향을 찾으려면 결국 스스로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답은 스스로에게서 나오더라고요.



스스로를 들여다보자


저도 아직 답은 모릅니다.

어디서 무엇을 할지는 찾아가는 중이거든요.

그리고 다른 사람의 답도 찾아줄 수 없습니다.

답은 각자 스스로만 찾을 수 있으니까요.


찾아간다는 것은 방향에 대한 감각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목적지가 명확하지 않아도 '대충 이 방향'인걸 알면

지금 어디로 발을 옮겨야 하는지는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지금 해야 하는 일'이 있으면 사람은 무력해지지 않습니다.


저는 전공인 심리학의 덕을 많이 봤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공부를 했고, 저도 사람 중 하나니까요.

모두에게 퍼스널 프로파일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전공에 시간과 돈과 마음을 정말 많이 썼는데

삶의 방향을 찾아가는 역할을 하고 있으니 괜찮은 투자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도 불안합니다.

이렇게 일을 놓고 있어도 되는 건지, 지금 시간이 낭비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지만 이 불안이 학습된 허상인 것은 알고 있습니다.

수학과 달리 인생에는 정석이 없으니까요.


그래도 가야 할 방향은 알고 있습니다.

그 방향으로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있고요.

이 글도 그 시도의 일환입니다.

제가 했던 고민의 과정을 겪는 사람이 지금 너무 많은 것 같아서요.

스스로를 분석하는 과정과 길을 찾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사례를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도움이 되는 글이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쉬었음'도 억울한데 '그냥' 쉬었다니요.

거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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