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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사태, 유저들은 왜 이렇게 화가 나있을까?

카카오톡 앱 사용성 분석 말고, 유저들 심리분석

by 기획자 에딧쓴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의 대규모 업데이트가 있었습니다.

결과는 처참했고요.


1.JPG


구글스토어, 앱스토어 어플 평점은 하락했고,

경쟁 메신저들의 검색량이 폭발했고,

프로젝트를 이끌었다는 책임자에 대한 조롱과 비난이 거세지고,

관련 콘텐츠들이 무수히 쏟아지고 있습니다.


2.png 저는 아직 업데이트 안 했습니다. 뒤쳐진 승리자.


반응이 얼마나 안 좋은지

앱스토어 리뷰를 가져오려다가 포기했습니다.

15세 이용가로 가져올 수 있는 화면이 얼마 없어요.

아주 원색적인 비난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카카토톡의 사업 전략과 방향성에 대해

UX적인 관점에 대해서도 훌륭한 분석들이 많이 보입니다.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저는 조금 다른 측면에서 보려고 합니다.

심리학자의 직업병스럽게 '카카오톡 분석' 말고

'유저들의 반응'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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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전에도 '망한 업데이트'는 많았습니다.

다른 서비스들도 마찬가지고요.


유튜브는 새로운 UI A/B 테스트를 아주 활발하게 합니다.

체감상 한 달에 한 번은 웹 UI가 미세하게 바뀌는 느낌이에요.

인스타그램도 미세하게, 그리고 가끔씩은 대규모로

UI나 기능들을 개선해 나갑니다.

불편할 때도 있고, 금방 적응될 때도 있습니다.


새로운 기능이나 UI가 불편하다고 해도,

유저들의 분노는 보통 소노를 넘지 않습니다.

간혹 중노까지 가는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의 유저는 극소노, 혹은 소노 정도에서 멈추지요.


제가 이번 사태에서 특이하다고 생각하는 점은

카카오라는 회사 자체가 아예 망해버리기를 바라는

'극대노 유저'가 많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사진 그리드 앱이었던 인스타가

틱톡같이 유치한 릴스를 도입한다고 했을 때도,

유튜브가 '싫어요'를 도입한다고 했을 때도,


사람들은 앱 서비스에 분노(소노)할지언정

서비스를 운영하는 모회사까지 비난이 향하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그리고 사실 도전이라는 행동 자체는

비난받을만한 파렴치한 짓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설령 도전이 실패하더라도

그런 실패경험 없이는 아무 혁신도 개선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이번 카카오 사태가 달랐던 이유,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해 봤습니다.


1. 분노의 재생산 구조

3.JPG https://youtu.be/D1Vpnuakp4k


과거 인터넷 뉴스에 댓글이 활발하던 시절,

댓글을 많이 다는 상위 10%가 전체 댓글의 75%를 작성하고 있었습니다.

각종 커뮤니티가 활발해진 지금은 그 현상이 심화되어

1% 미만의 집단에서 갈등의 74%가 생산된다고 하고요.


에코챔버 효과라고도 합니다.

소리가 밖으로 나가지 않는 반향실(echo chamber)처럼,

미디어에서 전달하는 정보가 유사한 성향의 집단(커뮤니티) 안에서

지속적으로 공유되며 증폭, 재생산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번 카카오톡 사태는

분노가 재생산되기 너무 유리한(?) 조건이었습니다.


유저가 전 국민


카카오톡의 유저는 말 그대로 전 국민입니다.

이렇게 '거의 모든'사람이 쓰는 앱서비스도 드물지요.


'이번 업데이트 구리다'라는 공감대는

'카카오톡을 사용하는 일부 유저'가 아닌

전 국민에게 형성되어 버립니다.


물론, [괜찮은데? vs 구린데?]가

반반이 아니라는 점은 카카오의 실책이고요.


사실 진짜 문제는 이다음입니다.


지금의 시대와 맞물려서 생각해 봅시다.

2025년 지금은 이 공감대를 퍼뜨릴 확성기가

너무, 너어어어어무 많습니다.


콘텐츠 제작자


유튜브 AI 자동화, 쇼츠 부업으로 월 천만 원.

온라인 활동을 하는 사람들 중

이 키워드를 한 번도 못 들어본 사람은 드물 겁니다.


콘텐츠 생산에 대한 진입장벽이 매우 낮아졌고,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트래픽'이고요.

어떻게 하면 조회수를 많이 올려서

광고수입, 매출 전환으로 돌릴 수 있을지

눈에 불을 켜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된 떡밥이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심지어 분노는 사람들의 참여와 싸움을 일으키기 가장 좋은 감정입니다.

댓글창이 투기장이 되거나, 감정 쓰레기통이 되면

자연스레 체류시간이 증가하고 콘텐츠 성과가 좋아집니다.


이번 카톡 업데이트 사태는 그들의 먹잇감이 되기

너무 좋은 소재일 수밖에 없었죠.


잠재된 분노의 폭발


게다가, 카카오톡은 업데이트 말고도

다른 잠재분노 요소들을 많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카카오 주식에 물린 사람,

문어발식 확장으로 생계를 위협받아본 사람,

카톡 오류로 업무에 차질이 생겼던 사람,

기존 업데이트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사람 등.


임계점을 넘기지 않아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내심 카카오에 대한 분노 스택을 쌓고 있던 사람도 많았을 겁니다.

물론, 이 역시 후보 대상은 전 국민이고요.


안 그래도 벼르고 있었는데,

전 국민이 함께 빡치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들의 행동을 유발하는 아주 좋은 트리거가 될 수밖에요.



2. 당할 수밖에 없는 업데이트 방식


4.jpg


카톡엔 실험실이라는 메뉴가 있습니다.

여기서 새 기능을 미리 써볼 수 있었지요.


원하지 않는다면 기능을 Off 해둘 수도 있었습니다.

사용자에게 선택권이 있었어요.


그런데 무슨 일인지,

이번의 대규모 업데이트에는 선택권이 없었습니다.

사용자들은 업데이트를 당할 수밖에 없었지요.


하다못해 A/B 테스트라면, A에 속한 사람들만 불편했을 텐데

그딴 거 없이 일괄 적용을 하면서 '대규모 개편'이라고 자축까지 해버렸습니다.

A/B테스트였다면 분노하는 사람 수가 반토막이라도 났을 텐데..


덕분에 분노 두 배 이벤트를 경험 중이고요.



3. 조직문화에 대한 분노로


이번 위기에 가장 핵심이 된 부분은 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용자들의 분노가 '앱'이 아닌 '기업'을 향해버린 부분이요.


황당한 업데이트 사태를 당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의문을 갖게 됩니다.

'이렇게 불편한 업데이트를 누가 승인한 거야?'

'내부에 반발은 없었나?'

'이게 집단 지성의 결과라고?'


그때, 결정타가 터집니다.

내부 폭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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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전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했다면,

이번엔 그중 상당수의 '트라우마'를 건드려버렸습니다.


- 내부 다수의 의견을 무시하는 독단적인 상사

- '까라면 까'라는 식의 자존감을 꺾는 업무지시 방식

- '잘못은 혼자, 책임은 다 같이'라는 연대책임의 억울함


아까 말한 '전 국민'의 상당수는 직장생활 경험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번쯤은 좋지 않은 경험들도 가지고 있고요.


그리고 직장에서 할 수 있는 '좋지 않은 경험'은

대부분 비슷할 겁니다.


위에서는 넓게, 이번엔 깊게,

모든 직장인들의 분노버튼을 눌러버린 셈입니다.


하필, 정말 공교롭게도, 이 부분은

요즘 청년 세대를 관통하는 키워드들을 상당수 관통하기도 합니다.


쉬는 청년


저번 글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쉬는 청년의 상당수가 이미 직장생활 경험이 있습니다.

지금 쉬고 있다는 것은 별로 좋지 않은 경험일 테고요.

그 좋지 않은 경험은 아마도 특정인에 의한 것일 확률이 높을 겁니다.


그 '특정인'을 떠오르게 하는 '공격 대상'이 주어져버렸습니다.


5.JPG https://lawtalknews.co.kr/article/4VCEEIP94C23


쉬는 청년들.

이들은 새로운 툴을 다루는데 익숙하며,

심지어 시간 빌게이츠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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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포티


한국의 갈등은 지역을 넘어, 성별을 넘어, 세대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커뮤니티 활동을 가장 활발하게 하는

2030 세대의 요즘 공격대상은 40대입니다.


그냥 40대는 아니고,

'나이에 맞지 않게 젊고 트렌디한 흉내를 내며,

자신의 '젊음 놀이'에 젊은 세대를 강제로 동참시키는'

40대가 주요 포격 대상입니다.


'본질에 맞지 않게 트렌드만 쫒은 업데이트'를 주도한 책임자가

마침.. 공교롭게도..


결과적으로, 분노의 방향은 앱에서 개인으로,

그리고 그러한 개인의 활개를 막지 못한,

혹은 막지 않은 조직문화를 향하게 됩니다.


지금 유저들의 분노는 '카카오톡 앱'에 머물러있지 않아요.

카카오라는 회사의 조직문화까지 확장되어 버렸습니다.


카카오 내부폭로는 이미 전적까지 있지요.

그때마다 어찌저찌, 해결이라고 부르기엔 찝찝하지만

카카오는 어찌저찌 위기를 넘겨왔습니다.


욕을 할지언정 '한 번쯤 취업해보고 싶은 기업'의

명단에서는 자리를 지켜왔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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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는 네카라쿠배당토네라쿠배당토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야후코리아의 뒤를 따라가게 될까요?


전 국민 메신저의 선점효과는 여전히 유효한 것 같지만,

아직 사람들은 '대안'을 찾는 움직임을 멈추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일단 '하반기 롤백' 카드는 자충수가 된 듯한데..

카카오의 위기대응에서 배울 점이 있을지, 지켜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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