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몽땅별 Apr 25. 2024

두근거리는 일과 좋아하는 일을 구분하기

작년 여름 여의도 불꽃축제에 방문했다. 사진을 잘 찍는 친구를 대동한 채 카메라를 들고 한강으로 갔다. 한강에 가기 전만 해도 필자는 들뜬 기분이었다. 환상적인 장면을 보고 낭만적인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다만 과정이 최악이었다. 한강에 도착했을 때 풍경을 떠올리면, 전문·아마추어 사진사 분들은 경계 라인을 넘어 터를 잡았다가 경찰과 실랑이가 벌어져 쫓겨났다. 공연 3시간 전부터는 돗자리를 깔 공간이 없지만 어떻게든 불꽃놀이를 보려고 좁은 틈에 우격다짐으로 돗자리를 까는 이들도 빈번했다. 심지어 공연 30분 전, 우리 돗자리에 무단으로 앉은 채 같이 좀 보자는 낯짝 두꺼운 사람도 있었다. 우리는 오전 10시부터 와서 자리를 잡았는데 말이다. 모든 것은 엉망이었다. 정나미가 다 떨어져 나갔다.

 

두근거린다는 것. 낭만적인 풍경을 그리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일상에 희망을 제공하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봄날의 벚꽃 같은 풍경을 그리며 우리는 지긋지긋한 일상을 버틸 희망을 얻을 수 있다. 다만 그것이 현실도피적인 태도가 돼서는 안 된다.


불현듯 솟구치는 감정은 누구나 있을 터다. 사직서를 당장 제출해 세계 일주를 하고 싶다든가, 내 곁의 연인·친구와 연을 끊고 혼자만의 고독을 유유자적하게 누리고 싶은 감정이 그 예다. 하지만 현실은 이상과 다르다. 사직서를 제출하면, 모든 이들과 연을 끊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 줄 믿지만 막상 현실은 그렇지 않다. 공과금·대출은 회사를 퇴직해도 우리 주변을 빙빙 돌 것이다. 또한 좋든 싫든 우리는 영원히 타인과 연을 맺을 수밖에 없다.


좋아한다는 것은 지긋지긋한 현실을 얼마나 더 잘 버틸 수 있는가와 관련이 깊다. 단조로움이 가득한 세상에서 지쳐도 버틸 수 있는 자세, 반복적인 과제를 꾸준히 수행할 수 있는 자세가 좋아함의 영역이다. 좋아한다면 끈기 있게 한 가지 일에 집중할 수 있다. 설령 지쳐서 포기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있다.


신데렐라 이야기에서 신데렐라는 왕자를 만나기 위해 계모가 부여한 과제를 완료해야 했다. 난로 잿더미에 버려진 콩을 하나하나 꺼내는 과제를 완료해야 했던 것이다. 말도 안 될 정도로 지루하고 단조로운 과제다. 다만 신데렐라는 불가능하리라 여긴 과제를 수행했다. 그리고 마침내 운명의 반쪽인 왕자를 만난다.


신데렐라 이야기는 우리에게 교훈을 준다. 우리는 일상을 벗어나 신데렐라처럼 살기를 꿈꾼다. 하지만 신데렐라도 반복적인 시련이 부여됐다. 그러나 그는 세심하게 공들이고 피곤해도 한 걸음 나가는 과정을 거쳤다. 그렇게 결국 시련을 극복한 신데렐라는 자신이 원하는 왕자를 만난 것이다.


두근거림과 좋아함을 구분하자. 구분을 통해 우리가 반복적이고 단조로운 일을 버틸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알아내자. 이를 통해 좋아하는 일이 건강한 루틴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


 

작가의 이전글 인생은 변인통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