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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완벽주의자들

대한민국 최상위권 학생들은 왜 행복하지 못한가?

by 돌팔이오

노란색의 앞표지에는 책위에 캐리어를 끄는 어린 학생의 실루엣이 보인다. 표지에 있는 내용은 '5년간 1,000건이 넘는 의대생 심리 상담을 진행한 정신과 의사가 대한민국 학생과 부모, 교사들에게 전하는 행복지침서'이다.


엽 선생이 MISYB 토크콘서트를 하는 날 건네준 책이다. 자신이 읽어보니 내게 꼭 보여주고 싶었단다. 엽 선생이 읽으면서 빨간 색연필로 여기저기 밑줄을 그어 놓았다. 다른 책을 읽고 있어서 가방 속에 넣어 다니다가 읽던 책을 마무리하고 잡아 들었다.


'이런~!, 그래, 맞아~!'를 연발하면서 파란색 밑줄을 그었고, 많은 부분이 엽 선생의 밑줄과 중복되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1) 현재 한국의 교육시스템으로 인하여 2) 최상위권 학생들인 의과대학 학생들 중에는 완벽주의자가 많고, 3) 스스로 정한 너무 높은 기준으로 인하여 4) 남과 비교하여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고, 5) 자기 비하와 절망, 또는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한 문장으로 줄이면, '완벽주의는 결핍감을 낳고, 결핍감은 우울과 무기력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벗어나려면 1) 현재의 생각을 바로잡기: '완벽해야 사랑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기다. 있는 그대로의 너와 나를 인정하고, 사람은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물론 스스로 정한 목표와 완벽한 실행의 결과로 의과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에게는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기가 어렵겠지만, 어느 곳이든지 나보다 고수가 있기 마련이다. 2) 말버릇부터 고치기: 특히 가정법 사용하지 않기. 가정법을 사용함으로써 '상상'을 하게 되고, 그 상상으로 만들어진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게 되면서 '후회'를 가장 많이 하게 된다. 이를 벗어나는 방법은 내가 지금 한 선택이 최선임을 알고, 실행한 후, 뒤돌아보고 후회하지 않는 것이다. 이 방법은 내가 안락사를 진행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Here and Now'가 정신과 의사들이 추천하는 행복의 원칙이란다. 지금 현재 여기에 있는 것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행복할 수 있는 것이란다. 내가 하는 말로는 '롸잇 나우'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나에게 가장 중요하고 의미있는 사람이며,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것을 같이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것이라는 점. 3) 감정표현을 할 때 판단하지 말고 느끼기. 행복은 아이처럼 생각하고 말하는 사람에게 선물처럼 다가오게 되는데, 감정의 주인을 분명히 할 때, 그 감정이 온전히 내 것이 되는 것이란다.


그리고 부모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자녀들에게 스스로 선택하고 실패해 보는 '시행착오를 겪을 자유'를 주라는 것이다. 내가 대학교에 입학하고나서 아버지에게 대들었던 것도 이것과 비슷했다. 나는 이런저런 말씀을 하시는 아버지에게 '내 인생은 내가 사는 것이고, 내가 할 일은 내가 결정할테니, 내 인생에 간섭하지 마시라'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버지에게 맞대응을 한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죄송하기도 하지만, 우리 애들에게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부모님에게 '좋은 양육이란 넓은 초원에서 큰 울타리를 치고 그 안에서 맘껏 뛰놀게 해주는 것'이라 조언한다. 내가 대학원생들에게 말하는 것과 같은 얘기다. 대학원생으로 할 수 있는 영역의 울타리를 안내해 주고, 그 안에서는 어떤 일이든지 해도 되지만, 그 밖으로 나가면 안 된다. 내가 보호해줄 수 없으니까.


이 책에서 말하는 완벽주의자는 나에게도 적용되는 말이고 나의 과거를 되돌아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정답인생'은 없고, 나는 완벽하지 않기에 당연히 실수할 수 있고, 실수를 통해 배운 내용과 방법을 학생들과 공유하고, 내가 속한 조직과 사회에 적용하여 시스템화함으로써 조금씩 사회발전에 보탬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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