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문선 선생 편
어느 해인가 낙성대 인근에서 지인들과 저녁을 먹고 노래를 한 곡 한 후에, 담배를 사기 위해 (금연 전이었음) 바로 옆에 있는 CU에 들렀다. 시간은 새벽 1시. 들어가던 중, 본과 4학년 학생을 만났다.
"어, 문선! 늦은 시간에 웬일이야?"
"어머, 교수님, 저 여기 바로 옆에 살아요~."
"어, 그래? 그런데 이렇게 늦은 시간에 나왔어?"
"네, 대학원 공부하다가요..."
"그래? 어디 지원할 건데?"
"내과요. 그런데 지원자가 너무 많아서 걱정이에요..."
"몇 명이나 지원하는데?"
"다섯 명이요. 5:1이에요"
"그래? 마취통증의학과에는 하나도 없는데... 네가 지원하면 1:1이다. 5:1보다는 1:1이 확실하지 않니?"
그렇게 김 문선 선생은 마취통증의학과에 입학하였고, 석박사통합과정을 수료하고, 동물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전임수의사를 마치고 나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는 일산의 모동물병원에서 마취과장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다.
여러 가지 악기에 관심이 있었던 김 문선 선생은 학위과정 중에는 호른을 배우기 시작했고, 지금은 호른 연주자의 배우자가 되었다.
사람과의 짧은 만남이 이렇게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돌이켜보면 큰 인연이 아닐 수 없다. 학교에서 학생들과 만나는 시간마다 의미를 두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