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미식축구, NBA, NHL에 격투기 UFC까지 실제 라이센스를 가진 EA 스포츠 게임 뿐만 아니라 심스시리즈와 레이싱게임까지 지구상에 가장 유명한 게임회사가 팔렸습니다. 그것도 어마어마한 550억 달러를 현금으로 지불한 그룹에요. (BBC 뉴스: Gaming giant Electronic Arts bought in unprecedented $55bn deal)
EA는 매우 알찬 회사입니다. 현금 유동성이 매우 좋아요. 현질하는 사용자가 매우 많다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최근 몇 년간 매출 성장은 부진했는데, 이는 넷플릭스와 유사한 게임 구독 서비스(Xbox Game Pass, PlayStation Plus, Apple Arcade)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이 돈을 지불하고 인수한 그룹은 그 유명한 사우디 국부펀드와 Dell을 사서 되판것으로 유명한 실버레이크에 트럼프 장녀 이방카의 남편 쿠슈너의 투자회사가 연합한 투자그룹입니다.
참 희한하죠? 투자그룹이 잘 나가는 테크기업에 투자하는게 아니라 인수를 한다? ㅎㅎㅎ 투자그룹이 인수할 때의 목적/목표는 딱 하나 뿐입니다. "포트폴리오 잘 정리해서 다시 되팔아 난 이익을 남길거야" 뿐이죠. 여기에 엄청나면서 얍삽한 재무 기술이 들어갑니다.
오늘은 김PM이 그 기술 설명을 해 볼게요.
1. 550억 달러 현금으로 인수하는데, 이는 최근 수년간 EA의 주가 대비 상당한 프리미엄입니다. → 현재 주주들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2. 550억 달러, 전액 현금은 매우 드문 딜 → 빠르게 현재 주주들을 정리하겠다. 그리고 상장회사에서 개인회사로 돌리겠다. 즉 우리 맘대로 칼질하겠다.
3. 특허권 IP 자산+콘텐츠는 우리가 챙기겠다.
4. 현금 창출력이 강력한게 아무 매력적이다. 지난해 현금흐름은 20억 달러 이상이었으며, 이는 사모펀드 주도의 인수합병(LBO)에 이상적인 조건입니다.
이 문장 "사모펀드 주도의 인수합병(LBO)에 이상적인 조건" 이 좀 어려우시죠. 쉬운 설명 들어갈게요.
이번에 제시한 550억 달러 중, 이들이 합쳐서 자기 주머니에서 꺼낸 돈은 약 350억 달러입니다. 나머지 200억 달러는 딴데서 빌려왔다는 거죠. 즉 빚입니다.
1. 먼저 "LBO"가 뭐냐?
LBO (레버리지드 바이아웃) = 부채를 왕창 끌어와서 기업를 인수하는 구조입니다.
사모펀드는 자기 돈만으로 회사를 사지 않고, 은행/채권시장에서 돈을 빌려서 회사를 사요. 쉽게 말해 전세 끼고 집 사는 것과 비슷합니다.
기업 인수도 똑같이 "내 돈 + 남의 돈(부채)" 조합으로 하는 거예요.
2. 그럼 부채는 어떻게 갚나?
집을 샀으면 월세를 받아서 대출이자 갚듯이, 회사를 사면 그 회사가 매년 벌어들이는 현금흐름(Free Cash Flow)으로 대출 원리금을 갚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대로 EA 같은 경우는 매년 20억 달러 이상의 현금을 벌고 있으니, 이 돈을 차곡차곡 모아서 대출을 갚으면, 몇 년 후에는 빚은 줄고 회사는 내 소유가 되는 거죠. 즉, 인수 주체가 자기 주머니 돈을 더 넣지 않고, 회사 스스로 번 돈으로 대출을 갚게 만드는 구조예요. 스스로 굴러가는 겁니다. 임대사업자와 비슷하죠.
3. 최종 목표 Exit시 멀티플 확대 효과란?
여기서 Exit(엑싯) = 사모펀드가 회사를 되팔거나 상장해서 투자금 회수하는 것.
인수할 때는 빚 잔뜩있다가, 몇 년 후 회사가 열심히 벌어서 빚을 다 갚고 나면 → 그때는 자기 자본 비중이 훨씬 커지게 되죠.
예시로 들어 볼게요.
A. 인수 시점
- 회사 가치: 100 (예: 100억 달러짜리 회사)
- 부채: 70
- 자기 돈: 30
이런 경우를 레버리지 비율이 70% 라고 하죠. 대출 비중이 크죠.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입니다.
B. 5년 후 (회사가 잘 굴러가서 빚 갚은 경우)
- 회사 가치: 120 ( 현금 유동성이 좋으니 기업가치 20% 상승했다고 가정)
- 부채: 20 (벌은 현금으로 다 갚아버림)
- 자기 돈: 100 (120 - 20)
즉 내 돈이 30 → 100으로 3배 이상 불어나죠. 이렇게 돈이 돈을 벌어주는 효과를 "멀티플 확대 효과" 라고 합니다. 원래 회사 가치는 20% 올랐을 뿐인데, 내 투자금은 3배 이상 불어난 것 → 이게 바로 레버리지 효과. 즉, 빚을 줄이고 나면 Exit할 때 자기 돈 비중이 크게 늘어나서 수익률(ROI)이 커진다는 뜻입니다.
엄청난 놈들이죠? 이런 현상을 자~ 완전히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 빚으로 회사 사고 회사가 벌어들인 돈으로 빚 갚고 몇 년 후 더 높은 가치로 되팔아 돈 버는 구조"
이들은 “게임 회사를 산다”는 것 이상으로, 특허권 IP 자산, 콘텐츠 미래의 지배권에 선점을 한 예가 됩니다. 아마, 게임산업을 차기 동력으로 생각하는 넷플릭스나 메타가 구매를 할 가능성이 높죠. 그게 아니라면 소니나 마이크로소프트가 시장 굳히기를 시도할 수도 있습니다.
잠재적 차기 인수자 후보군은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설명을 읽고 나시니 좀 이해가 되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