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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길 Jan 12. 2021

무소유를 말할 수 있는 기준

이거 너무 어려운 거 아닙니까...

최근 무소유를 전파하던 한 스님의 풀소유가 큰 화제였다. 
뉴욕의 부동산, 고급 외제차를 가졌다는 뒷소문까지 들리면서 그 스님은 모든 활동을 중단했다.


문득 궁금해졌다. 과연 무소유를 말하려면 어떤 덕목을 갖추어야 할까.



1. 충분한 경제적 능력을 갖추기.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다. 이 글처럼..

경제적인 능력이 부족하거나 평범한 사람이 무소유를 말한다면 어느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비자발적인 무소유 상태가 아니라 자발적인 무소유를 실천하기 위한 충분한 경제적 능력을 갖는 것이 우선이다. 능력 좋은 사람들은 많고, 그래서 두 번째 요건에 비하면 그나마 쉬운 편이다. 


2. 법정스님급으로 무소유를 실천하기. 

많은 사람들이 무소유 실천의 예로 법정스님을 든다. 말은 쉽다. 그런데,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이야기냐면 법정스님처럼 무소유를 하려면 억대의 인세를 받을 능력을 가지고도 평생 동안 기부만 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과연 그렇게 자신의 능력의 성과를 평생 나누기만 하는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충분히 열 손가락 안에 셀 수 있을 것 같다.




앞서 소개한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사람은 정말 드물다. 종교인이 아니고서야 아니 종교인이더라도 기본적인 생활을 위한 재산은 필요하기 때문에, 위와 같이 엄격한 기준으로 진정성을 찾는다면, 그냥 무소유를 말하지 말라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사실 법정스님이 말하는 무소유는 누구나 해볼만큼이나 쉬운 것이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다. 궁색한 빈털터리가 되는 것이 아니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무소유의 의미에 대한 법정의 해설. 《무소유》가 아니라 잠언집 《산에는 꽃이 피네》에 있는 내용이다.


무소유의 의미가 아주 좁고 엄격한 것으로 오해를 받으면서, 
부자들의 위선 정도로 폄하되고 있다.


무소유에 대한 인식. '누가 무소유 소리를 내었는가!'


 불필요한 것들을 갖기 위해 평생을 살겠다고 말해야 위선이 아니라고 인정해주려나 싶다. 물질만능주의 사회라지만 너무 일률적인 진정성 판단 기준이 아닌가. 

 실제로 무소유와 비슷한 맥락의 미니멀 라이프를 적용하면서 즐거움을 찾는 사람도 늘어가고 있다. 나 또한 불필요한 것에 집착하지 않기로 마음먹으면서 다른 가치들에 집중할 수 있었다. 

수많은 물건에 둘러 싸이다 보면 하게 되는 생각.

그래서 충분한 소유를 경험해 본 사람이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무소유의 의미에 공감하고 그것을 나누고 싶을 때, 사람들이 진심으로 이해하고 들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 


화제의 스님을 비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무소유 소리를 내기 겁나는 분위기가 된 지금이 아쉽다.

출처 : 세계 최고 부자들의 예상을 깨는 검소한 생활방식 : 네이버 포스트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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