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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연 Aug 22. 2021

최은영 「밝은 밤」 을 읽고 나서. 독후감



마음이라는 것이 꺼내볼 수 있는 몸속 장기라면, 가끔 가슴에 손을 넣어 꺼내서 따뜻한 물로 씻어주고 싶었다. 깨끗하게 씻어서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해가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널어놓고 싶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마음이 없는 사람으로 살고, 마음이 햇볕에 잘 마르면 부드럽고 좋은 향기가 나는 마음을 다시 가슴에 넣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겠지. 가끔은 그런 사상을 하곤 했다.  p.14



최은영 밝은밤 리뷰 서평 독후감


사람한테 상처받고, 사람한테 위로 받는다.


낡은 사회 규범과 부조리한 윤리관이 근절될 수 있을까. 밝은 밤은 증조모, 할머니, 엄마, 그리고 나 4세대에 걸친  서사이다. 역사 속에서 여성은 인격의 주인으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남성의 보호가 필요한 존재로 치부된다. 일제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서는 남편이라는 보호자가 있어야 했다. 최소한 집안에 남자가 있어야 위험으로부터 안전했다. 남편의 중혼으로 인해 자식을 홀로 키우더라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호적에 자식을 올리지 못했다. 


남편의 바람으로 인해 이혼을 했지만, 원인을 제공한 것은 여자였을 거라는 무례함에 시달려야 했다. 여성의 인격을 말살시키고 남성 지배적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악습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로 인해 같은 여자끼리 여성의 주체적인 행동에 ‘위험하다’라고 핀잔한다. 여자가 공부하는 것, 여자가 이혼녀가 되는 것, 아들이 없는 것 등을 평범하지 않다고 흠집 내며, 남들처럼 살라고 구박한다. 이는 잘못된 악습을 내면화한 결과이다.



최은영 밝은밤 리뷰 서평 독후감


그러나 「밝은 밤」속 삼천, 새비, 영옥, 희자는 연대를 통해 상황을 극복하고자 한다. 서로에 대한 애정과 관심으로 보살피고, 위로한다. 단순히 안타까워하는 마음으로 동정하는 게 아니라 깊은 유대 관계 속에서 마음을 주고받는 것이다. 물론 관계가 가깝다는 것은 상대방으로 인해 상처받을 수 있다는 것을 내포한다. 가까운 만큼 자주 기대하고, 어긋나면 실망하고, 아파하다가 또다시 그리워하기 때문이다. 

삼천과 새비, 영옥, 희자 그리고 지연과 지우를 통해 사람의 중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사람한테 상처받지만 결국 사랑을 통해 성장하고 희망도 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타인이기 때문에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상처주기도 하지만, 나를 알아보고 포용해주기도 한다. 시간인 흐르는 동안 영원히 반복되고, 정답은 없을 것이다. 다만, 나약하고 부서지기 쉬운 마음을 붙잡아 주는 것도 사람이 아닐까.


최은영 밝은밤 리뷰 서평 독후감


힘들 때 그리고 슬플 때 누군가한테 위로받고 싶을 때가 있다.

어떤 말이나 판단 없이 조건 없이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어떨까. 그리고 어땠을까.

분명 사람한테 실망하지만 사람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책은 사람보다 낫다. 

이 책이 당신에게도 그랬으면 좋겠다.


#최은영밝은밤

#최은영 #밝은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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