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밸류어블 Jul 08. 2021

마니아층이 있는 사람이 좋다

사람도 회사도 취업도 나를 알아봐 주는 마니아층이 중요하다

내 친구 은영이는 미팅에서 항상 인기를 독차지했었다.


내가 대학생이던 시절에는 일주일에 한두 번은 미팅이 들어왔다. 핸드폰도 없었던 시절, 가까운 학교에서 학보를 보내와 과팅 (과 애들 여러 명이 함께 미팅)을 제안하기도 했고 친구들, 친구의 오빠들이 제안하기도 했다. 때로는 서너 명, 많게는 스무 명이 단체 미팅을 하기도 했다.


내 친구 은영이는 인기가 정말 많았다. 하얀 피부에 긴 생머리, 리본이 크게 달린 블라우스를 입고 얌전한 말투, 코끝을 찡긋거리는 사랑스러운 그 아이에게 항상 많은 남자아이들의 관심이 쏠렸다. 나는 항상 긴 생머리보다는 커트나 단발머리를, 블라우스보다는 셔츠를, 스커트보다는 바지를 좋아하는 학생이었다. 첫인상은 냉랭했고 친해져야 입을 여는 스타일이었다.


그런 나에게 많은 남학생의 관심이 쏟아지진 않았지만 나 같은 스타일을 좋아해 주는 마니아층 한 명은 어김없이 있었다. 그리고 나도 다른 많은 아이들보다 그 한 명이 내 스타일인 경우가 많았다. 서로 느낌이 맞는다고나 할까?


결혼은 세상에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 중에 인연을 만나는 놀랍고 신비로운 일인 것 같다. 여러 명 하고 결혼할 게 아니면 마니아층 한 명만 있으면 되니까.


사회생활도, 취업도 똑같은 것 같다.

난 25년 넘게 회사원으로 살면서 몇 번의 이직과 수많은 면접 경험을 했다. 이직을 위해서 할 때도 있었고, 누군가 일단 면접 한번 보자고 제안해서 하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면접 보는 족족 합격하는 100% 합격율의 고스펙 완벽녀는 절대 아니었다. 그래도 지금까지 일 할 수 있는 걸 보면 확실히 나를 알아봐 주고 나와 궁합이 맞는 회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때로는 의아하기도 했다. 나를 선택하지 않고 내가 아는 누군가가 그 회사에 합격했을 때, “나를 떨어뜨리고 일도 잘 못하는 그녀를 선택했다고? 왜? 와이? 어이가 없네!”

하지만 나도 면접관으로서 면접을 보다 보면 왠지 끌리는 그런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았다.


사람도, 일도, 회사도 나를 알아봐 주는 인연, 나를 좋아해 주는 마니아층만 있으면 되지, 모든 사람이 다 나를 좋아해 주길 바라면 안 되는 것이다. 이걸 알면서도 때로는 상처도 받고 좌절도 하는 게 인간이지만, 어느 순간 반짝반짝 빛나는 당신을 알아봐 주는 기회가 올 것을 믿고 마니아층을 만들 나만의 유니크한 무기를 만들기 바란다.


20년 마케터 생활 이후 5년의 미국 생활로 단절된 경력, 그 사이 먹어버린 나이, 변해버린 마케팅 세상, 코로나로 좁아진 취업의 문턱은 지난 1년 동안 일을 다시 하고 싶은 나에게 많은 좌절과 상처를 주었다.  많은 지인을 만나고 많은 인터뷰도 해보며 나를 좋아해 줄 마니아층을 찾는 일은 그리 쉽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를 알아봐 주는 회사를 만났고 만나고 있고 또 만날 것이다.  나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마니아층이 아직도 존재함을 확인하며 나만의 가치를 만들어가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출퇴근 시간만 3시간이 넘는 삶이지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