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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이 Nov 22. 2020

언컨택트는 사실 이것 때문이다.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 걸까?

마스크 착용의 일상화, 투명 칸막이가 설치된 시험장 및 학교기업 등의 구내식당, 식당 대신 배달앱을 통한 음식 주문 등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 볼 수 있는 보편화된 모습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거리를 두고 컨택트에서 언컨택트로 변해가는 모습. 바로 2020년 초 발생한 ‘코로나 19’라는 전염병으로부터 시작된 우리 삶의 변화된 모습이다. ‘앞으로는 과연 마스크를 벗고 사람들과 마주 앉아 침 튀기며 대화하고 함께 밥을 먹을 수 있는 날은 올 수 있을까?’, ‘이제는 지금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여기에 맞춰서 이렇게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일까?’ 하는 우려가 생겼을 무렵, 


‘김용섭’의 『언컨택트』 를 접할 수 있었다.


저자 ‘김용섭’은 자타공인 ‘트렌드 분석가’이자 ‘경영전략 컨설턴트’ 및 ‘비즈니스 창의력 연구자’이다. 여러 대기업에서 컨설팅 진행 및 각종 매체 등에서 트렌드 관련 교육을 담당했고, 저서로는 ‘라이프 트렌드’ 관련 서적들이 다수 존재한다. 그런 그가 코로나 19 시대에 컨택트와 언컨택트 그 어디쯤에서 방황할 나에게 이 책을 통해 나름의 고민거리와 방향성을 제시해 줄 것을 기대하게 되었다.



『언컨택트』 는?

이 책은 먼저, 코로나 19 시대에 언컨택트가 우리 인간 본연의 욕망 즉, 의식•주를 비롯한 사랑과 결혼의 문화적 관성까지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보여준다. 다음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사회가 언컨택트로 인해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여러 방면에서 어떻게 바뀌어 가고 있는지, 그로 인해 어떤 기회와 위기가 우리에게 다가올지 등에 대한 다양한 이슈들을 제시한다. 또한 변화되는 현실 속에 나타날 문제점들을 정치적 또는 종교적 편견 없이 다루고 있고, 사실에 기반한 논거를 제시하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현실을 알고 미래에 대한 물음을 스스로 떠올릴 수 있게 해 준다.




언컨택트를 대하는 자세

2020년 2월 20일, 필리핀의 한 도시에서 220쌍이 합동결혼식을 하는데 혼인이 선언되는 그 순간에도 마스크를 쓴 채 키스하는 장면의 사진을 보았다. 시쳇말로 ‘웃픈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인간에게 있어서 사랑과 결혼은 가장 긴밀한 컨택트를 요구한다. 비록 전염병이 돌지만, 짝을 찾아 사랑을 나누는 인간의 본능적 욕구는 사라질 수 없고, 다만 언컨택트 방식으로 유지를 해 나가는 것이다.


브루스 윌리스가 주연한 영화 『써로게이트』(2009)에서는 사람들이 서로 일을 하고 어울리면서도 실제 사람이 아닌 각자의 대리 로봇끼리 만난다. 사랑도 대리 로봇끼리 나누지만, 그것에 연결된 실제 사람이 감각을 느끼는 식이다. 대부분의 SF영화나 소설에서는 이미 언컨택트가 현실화되어있다.

이쯤 되면 나는 궁금해진다. SF영화의 감독이나, 소설 작가들은 전염병으로 인한 지금의 자연스러운 언컨택트를 예상했던 것일까, 아니면 기술적 진화를 통해 인간 사회의 대면 스트레스를 줄인다거나, 사랑의 방식 등을 달리하고 싶었던 인간 내면의 깊은 욕망을 먼저 건드려본 것일까.


지금까지 우리는 식당, 호텔, 상점, 심지어 택배를 찾기 위한 아파트 내 경비실 등 여러 곳에서 사람들과 스쳐왔다. 과거엔 이런 관계의 사람들과도 말을 나누며 친분을 쌓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감정이 개입되면서 발생하는 피로, 즉, 서비스를 주고받으면서 싫은 감정, 미안한 감정 등의 느낌이 드는 것 자체가 싫어지고 있다. 결국 언컨택트 기술의 발달(앱으로 예약, 주문, 배달, 셀프 계산, 택배는 현관문 앞 또는 전자 택배함에서 찾는 행위 등)은 애초에 상호 간의 감정이 개입될 여지 자체를 없애 준 것이다. 정말 그때는 그런 관계(유대감으로 친분을 쌓고 감정을 공유하는)가 맞았고, 지금은 틀린 것 또는 어려운 것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불편한 소통 대신 편한 단절을 선택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에 작가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제시한다.

“사람은 원래 사람을 좋아해서 소통과 연결을 해왔던 걸까? 아니면 소통과 연결을 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보거나 사회생활을 할 수 없어서 그랬던 것일까?”


작가의 말을 빌자면, 사람은 원래 사람을 좋아해서 함께 집단속에서 말을 섞고 그 안에서 부대끼고 감정을 쏟으며 그렇게 지내온 것 같지만, 실은 내면에서 ‘나’에게 말을 걸지 말고 조용히 ‘나’라는 존재를 그냥 두기를 원하는 욕구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욕망의 트렌드가 변화되고 진화되는 것으로 볼 때, 그동안 인간은 사회생활에 따른 필요에 의해서 소통/연결을 해온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욕망이 비대면의 활성화를 가져온 것이고, 언컨택트는 욕망의 진화로 나타난 시대적 산물인 것이다.


중국에서는 코로나 대응을 이유로 대중교통 실명제를 시행하고, 드론에 QR코드가 새겨진 플래카드를 매달아 도로의 요금소 상공에 띄워서 이동하는 차량의 탑승자와 이동 경로 등을 파악했다. 또한, 안면인식 드론이 날아다니며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에게 경고방송을 하기도 하고, 어떤 도시에서는 경찰의 스마트 헬멧으로부터 5m 이내에 있는 사람들의 체온을 자동 감지하고 신상정보를 바로 확인하여 코로나 19 관련 증상자를 통제해왔다.


QR코드 및 안면인식 기술은 상품 결제 및 출입 통제, 본인 확인 등을 위해서, 드론은 인간이 범접하기 어려운 곳 및 인간을 대신해서 산업 활동을 하도록 만들어진 매우 혁신적인 기술들이다. 인간을 대신해 향후에도 있을 전염병 및 치안 등을 관리하고, 여러 빅데이터를 활용해 보다 나은 사회를 구현한다는 측면에서 효용이 많은 기술임에는 틀림없지만, 악용하면 위험한 기술임에도 틀림없다.




그때는 맞지만 지금은 틀리다

저자는 이제 사람이 사람을 통제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말한다. 어릴 적 보았던 영화 『로보캅』(1987)이 떠올랐다. 앞으로 사람이 사람을 통제하는 시대가 저물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 로보캅과 유사한 경찰 로봇이 우리 눈앞에 나타나 통제할 날이 멀지 않았음을 생각해본다. 질병이든, 범죄든 확실한 통제를 원하는 국가, 사회의 욕망이 한편으로는 두렵다.


언컨택트는 개인의 영역뿐 만 아니라 직장생활, 정치, 종교, 교육 등 관련 산업 곳곳에서 혁명처럼 일어나고 있다. 이제는 당연했던 것이 당연하지 않게 되는 시점에 우린 선택을 해야 하고, 또 누군가에겐 기회가 되는 변화가 누군가에겐 위기가 되고, 그때는 맞지만 지금은 틀리는 것이 계속 생겨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가

코로나 19 이전부터 우리 사회는 이미 언컨택트 사회로 가고 있었다. 인간의 욕망이 끝이 없는 한 언컨택트는 더 진화할 것이고, 이에 우리는 다양한 사회 곳곳의 변화 이슈 속에서 기회를 잡고, 현재와 미래의 자신의 삶에 적용하여 더 나은 인생을 살아갈 운명에 놓여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미래를 꿈꾸는 청소년, 변화의 경계에서 고민하고 있을 2030 세대, 그리고 옛것을 아직도 동경하는 기성세대 분들이 이 책을 읽고 자신의 미래의 삶에 대해 진솔하게 질문을 던져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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