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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경 Apr 10. 2019

07화 보이스피싱

스마트폰의 출현이 마냥 반가운 일만은 아닌 듯하다. 보이스피싱이라는 범죄가 십수 년 전부터 기승을 부리고 좀처럼 그 피해가 줄어들지를 않고 있다. 금융당국에서 피해방지를 위해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하고 경찰도 각 은행별로 일일이 협조를 구해 500만 원 이상 현금을 인출하는 경우 은행원이 112신고를 하게끔 신고체계를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한때 여성분이 보이스피싱 범인과 여유롭게 통화하면서 오늘 벌써 세 번째라며 깔깔거리고 범인도 머쓱해져 같이 따라 웃는 통화내용이 유튜브 상에서 관심을 끌었다. 나이도 젊은 것 같은데 왜 이런 거 하고 다니느냐고 오히려 범인을 안타까워해 주는 분도 있었고 대뜸 “대포통장이 뭔데” 라고 돌직구를 던져 순식간에 범인을 멘붕시킨 분도 있어 조만간 이런 유치한 속임수에 넘어가는 일은 없어지겠거니 했는데 아직까지도 여전히 건재하다.    

수법도 계속 진화되고 있다. 이제는 현금을 인출시키지 않고 바로 인터넷뱅킹이나 폰뱅킹으로 계좌이체 시키거나 대범하게 집에까지 찾아가서 돈을 받아간다. 엎치락뒤치락하는 게 문자 그대로 칼과 방패의 싸움이다. 하지만 수법이 아무리 진화해봤자 원리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전화를 해서 어떤 식으로든 돈을 건네게 하는 게 기본 공식이다. 그러니 모르는 사람이라면 경찰이든 검찰이든 심지어 하나님이라고 하건 간에 무조건 돈을 안 보내 주는 게 상책이다.   

 

그런데도 번번이 피해가 이어지는 신고를 접하면 당하는 사람도 원망스럽지만 범인들의 실력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도 직업이라고 저렇게들 열심히 실력을 연마하는구나’라고. 현금 인출을 고집하는 전통파의 경우 형사들이 잠복하여 피해자와의 접선장소에서 검거하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대부분 인출책이니 수거 책이니 하는 조무래기들에 불과하고 주범은 예외 없이 해외 특히 주로 중국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범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근본적인 대책이라면 중국 공안당국과의 원활한 협조를 통해 수뇌를 검거해야 하나 사드보복으로 인해 예전 같지 않은 모양이다.


피해액은 건당 몇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에 이르기도 한다. 전화 몇 통화로 잘만 걸리면 연봉 이상이 생기는 판이니 범죄가 끊일 수 없는 형국이다. 피해금은 고스란히 범죄자금으로 다시 사용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단돈 몇만 원만 잃어버려도 자신의 경솔함을 자책하게 되는데 하물며 거금을 한꺼번에 사기당하면 얼마나 망연자실할지 그 심정은 알고도 남을 것 같다.    


피해자들 중에는 배우자나 가족에게 미안하고 면목이 없어 가출을 감행하기도 한다. 또 그중에 더러는 경제적 피해와 정신적 충격으로 괴로운 나머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결국 경찰과는 신고를 통해 세 번 정도 만나게 된다.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었다며 한번, 집 나갔다며 식구들의 신고로 또 한 번, 어느 산기슭이나 외딴곳에서 발견되었다고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예전부터 사기는 살인보다 더 잔혹하다고 했다. 살인은 당사자만 해하지만 사기는 한 가정 전체를 파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전화로 돈을 보내달라고 하면 하나님이라도 거절하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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