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사회로 가는 길
딱히 선거철도 아닌데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린다. 모바일, SNS, 인터넷, 종편채널 등 언론 매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수입과 생존에 직결되다 보니 너나없이 시청률을 끌어올리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남들과 다른 기사나 방송을 해야 주의를 끌 수가 있으니 확인 안 된 내용도 일단은 쓰고 보자는 식이다. 일명 아니면 말고라는 ‘카더라 통신’이다. 일단 이렇게 생산되면 다른 매체에서는 이를 가져다가 다른 내용들과 조합해서 더욱 그럴듯하게 가공한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다.
물론 가짜뉴스는 우리들만의 문제는 아니고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인 것 같다. 또한 현재뿐만 아니라 과거에도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가짜뉴스는 ‘바보온달과 평강공주’설화라고 한다. 온달이 평강공주를 아내로 삼기 위해 가짜뉴스를 노래에 실어 온 나라에 퍼트려 공주를 궁 밖으로 쫓겨나게 한 뒤 아내로 삼아 목적을 달성했다는 것이다. 이 러브스토리가 사실이라면 온달은 애초부터 바보이기는커녕 뛰어난 지략가에 배포도 두둑한 상남자가 아닌가. 그 당시에는 입 한번 잘못 놀리면 본인은 물론 온 집안이 쑥대밭이 될 수도 있었던 시대일텐데 말이다.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는 현대 민주주의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기본권이다. 그래서 가짜뉴스도 국민과 언론이 누려야 할 기본권이라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다. 그래서인지 경찰이 가짜뉴스를 인지해서 처벌하겠다고 하자 언론에서 발끈했다. 위 기본권들을 심히 훼손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고소, 고발되고 수사 의뢰된 것만 수사할 일이지 감히 경찰이 가짜뉴스인지 아닌지 판별할 자질과 능력이나 갖추었느냐고 호통친다. “어쭈, 시키는 거나 똑바로 할 일이지 감히 뭔가를 스스로 생각하려 하네”라는 취지인가. 애완용 동물이나 무뇌아 취급을 받는데 경찰청에서는 별다른 반응이 안 보인다. 15만 조직이 가짜뉴스 하나 판별할 능력도 안 되는 무능한 바보집단이란 말인가. 참으로 허탈하고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가짜뉴스로 인한 폐해는 더 심각하다. 가짜뉴스로 인해 고통받고 괴로워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아니면 말고’가 아니라 ‘아니면 아닌 거’다. 아닌 걸 사실인 양 가장하는 짓은 엄연한 허위사실유포요 범죄행위이다. 가짜뉴스는 결국 우리 사회를 불신의 사회로 이끌 것이다. 언론도 믿지 못하는데 일반 국민이 어디에 기대어 판단하고 사회를 제대로 볼 수 있겠는가.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는 말이 있듯이 신뢰를 잃으면 그 무엇도 바로 설 수가 없다. 사회구성원 상호 간의 신뢰는 그 사회의 도로나 철길과 같은 사회간접자본(SOC)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라도 가짜뉴스는 퇴출되어야 할 대상이지 그 누구의 기본권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