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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경 Mar 08. 2019

01화 경찰관이 된다는건

무엇을 갖춰야 할까

경찰은 취급하는 사건으로 인해 언제든지 언론을 탈 수 있다. 그런데 경험 부족으로 말실수를 하여 오해를 낳게 되면 사실이 왜곡되고 여론이 호도될 수 있다. 따라서 관련 기능에 근무하는 경우에는 가급적 언론 대응 역량 강화 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다.


세 시간 정도밖에 소요되지 않고 나중에라도 혹시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싶어 나도 미디어센터에서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 2시간 정도 이론교육과 기초적인 연습을 마치고 마지막 시간에는 실전처럼 실습하는 기회를 가졌다.

     

인터뷰 요령을 실습하는데 자기소개가 끝나자 사회자가 대뜸 경찰관이 된 동기를 물어왔다. 처음 경찰에 입직할 당시 이외에는 잊고 지내던 화두를 갑자기 던지니 약간 당황스러웠지만 거창하게 조국의 발전을 위해서라느니 이 한 몸 바쳐 국가와 국민에게 충성을 다하기 위해서라느니 하는 너무나 뻔한 대답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군 제대 후 몇 년간 취직공부를 하면서 이런 저런 시험을 보다가 몇 차례 고배를 마시고 천만다행으로 경찰시험에 합격해서 들어오게 되었노라고 실토했다. 실습이 끝나고 진행을 맡은 아나운서 출신 강사분이 그렇게 싱거운 답변도 있느냐며 한마디 던지는데 얼굴이 후끈 달아올랐다. 너무나 세속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 싶었다.


집에 돌아와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오로지 호구지책으로 나는 경찰관이 되었던가. 그런데 바로 생각나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그건 바로 부모님이 간절히 소망하셨다는 것이다. 나의 합격소식을 듣고 무척 기뻐하는 두 분의 모습을 보고 처음으로 나도 효도를 해드린 것 같아 뿌듯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솔직히 내가 경찰이 될 때만해도 경찰에 대한 이미지가 그다지 좋지를 못했다. 예전부터 유행하던 말 중에 하나가 ‘사람 못되면 경찰되고 경찰 못되면 형사 된다’는 말이 있었다. 요새 표현을 빌리자면 간명하게 ‘견찰’이라고 하면 될까. 또한 집에 의사 하나에 경찰 하나는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그래야 억울함을 당하지 않는다고 빽도 능력이니 억울하면 출세하라며 권력의 사익화를 묵인하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나는 최소한 그런 시류에는 편승하지 않고 올곧은 경찰공무원이 되겠다고 나름 다짐했었다. 그런데 그 다짐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지켜졌다. 오히려 갈수록 사회 분위기가 반듯이 살아가지 않으면 만수무강(?)에 지장이 있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많이 부족할 것이다. 공무원으로서 갖춰야 할 소양은 뭐니 뭐니 해도 이웃과 국민에 대한 관심과 애정에서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보면 자기도 모르게 눈길이 가고 상대의 처지에 귀 기울이며 자기 일처럼 도와주고파하는 심성을 가진 사람이 진정한 공무원의 자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살아간다면 우리 조직에서 그렇게 귀 아프게 외쳐대는 그 무수한 잔소리가 아마도 홀쭉하게 줄어들 것이다. 그런 심성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남에게 무관심하고 법을 위반하여 자기 이속을 챙길 수가 있겠는가.    


과거 문맹은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라지만 현대사회의 문맹은 남과 공감할 줄 모르는 사람을 일컫는다고 한다. 어떤 이유로 시작했는지가 그리 절대적이지는 않다고 생각된다. 모든 건 변하기 나름이니까, 좋은 의도로 시작했더라도 다른데 한 눈 팔다보면 아차 하는 순간 유혹에 넘어가 좋지 않은 모습으로 끝날 수도 있고 반대로 오랜 세월의 조련에 갈고 다듬어져 애초에 기대하던 모습으로 거듭날 수도 있다.    


예전에 ‘다운’ 사람이 되자는 말이 유행을 했었다. 자식은 자식다워야 하고 부모는 부모다워야 하며 사람은 사람다워야 하고 공무원은 공무원다워야 한다고 했다. 그 본분에 걸 맞는 ‘다운’ 사람이 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고 당당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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