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경 Mar 20. 2019

04화 위치추적

귀하의 위치를 확인해도 될까요

현대인을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 라고도 칭한단다. 늘 핸드폰을 끼고 다니는 세대라는 말로 심지어 핸드폰이 우리 두뇌 역할을 보조하는 신체의 일부로 간주되기도 한다. 그만큼 현대사회에서 핸드폰이 없는 삶이란 상상하기가 어렵다. 그 전에는 어떻게 살았는지 정말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하는 격이다.

 

핸드폰이 우리 삶을 참 많이도 바꾸어 놓았는데 112신고도 그 중 하나가 아닌가 생각한다. 예전에는 신속한 신고를 위해서는 가장 가까운 공중전화를 찾는 일이 급선무였다. 그래서야 범인이 어디로 도망갔는지 알 수가 없어 범인을 잡기란 소가 뒷걸음쳐서 쥐를 잡을 만큼 큰 행운이 따라줘야 가능했다. 그런데 지금은 뒤쫒아가면서 신고를 하는 세상이다 보니 신고자가 열의만 있다면 얼마든지 검거가 가능하다.


이를 좀 거창하게 표현하면 시·공간을 지배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고나 할까. 칼이나 창을 들고 싸우던 시절에는 적과 접전이 있을 때까지 계속 돌격 앞으로 해야 한다. 하지만 대포를 사용하면 그런 수고와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다. 멀찍이 떨어진 안전지대에서 포를 쏴대기만 해도 적을 제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의 사정거리만큼 시·공간이 단축되는 셈이다. 항공모함을 띄우면 세계 어디든지 전투기를 신속하게 띄울 수 있어 본토에서 발진하는데 소요되는 시간과 공간을 그만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핸드폰은 사람들에게 시·공간을 지배할 수 있게끔 해주었다.


핸드폰으로 쇼핑하고 결재도 하고 은행 일도 본다. 은행 갈 일이 줄어드니 그만큼 은행지점이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미래에는 은행 건물이 없는 세상이 도래할지도 모른다. 핸드폰으로 인한 우리 삶의 변화는 실로 크다 할 것이다. 핸드폰을 통한 위치추적도 가능하다. 그래서 신고자가 위치를 모르거나 위치를 설명할 수 없는 급박한 상황일 때 위치 추적은 꽤나 유용하다. 위치추적 방식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통상적인 방식이 『CELL방식』인데 핸드폰 주변 기지국 3개를 삼각 측량하여 위치 값을 산출하는 방식인데 오차범위가 500m ~ 2km 안팎으로 상당히 넓다. 건물이 빼곡한 도심권에서는 위치추적이 별 의미가 없는 이유다. 두 번째는 『WIFI방식』인데 wifi를 켜야 확인 가능한 단점은 있지만 wifi zone이면 실내건 지하건 상관없이 조회가 가능하고 오차범위도 30 ~ 50m로 Cell방식에 비해 훨씬 정확하다. 마지막으로 『GPS방식』이 있는데 이 또한 gps를 켜줘야 하고 위성을 이용하므로 야외에서만 위치 확인이 가능하지만 오차범위는 wifi만큼 근소하다. 아쉬운 점은 이런 내용까지 아는 사람이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그래서 위치추적을 하면 대부분 Cell방식으로 조회가 된다. 위치 조회만으로는 대상자를 발견하기가 녹록찮은 이유다. 위급한 상황에서 gps나 wifi를 켜준다면 구조될 확률이 그만큼 커질 수 있다.


이와는 반대로 본인의 위치를 숨기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장난전화를 일삼는 사람들이다. 지금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과거 한 남성이 7개월 동안 1만 건 넘게 112로 전화하여 남자 경찰관이 받으면 욕설을, 여자 경찰관이 받으면 음란한 말을 쉴 새 없이 내뱉는 만행을 저질렀다. 잡고 보니 유심칩을 제거한 휴대전화 3대를 돌려가며 장난 전화를 걸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 남자는 결국 구속됐고 민사상 손해배상책임까지 져야 하는 신세가 됐다. 이렇듯 유심 칩을 제거하면 위치 추적이 어렵다.

 

문제는 장난 전화가 아니라 정말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유심 칩이 없는 전화기로 신고하는 경우이다. 그러면 정식으로 통신수사에 착수해야 하므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만약 별정통신 가입자의 경우에는 며칠이 걸릴지 모른다. 통신사 여건상 정규 통신사와 달리 전담 직원이 없기 때문이라 한다. 게다가 과거 이력이 필요하다면 공문이 아니라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 그러면 그 기간만큼 고스란히 소요기간에 가산된다. 급박해서 112신고를 한 건데 신고자가 누군지를 확인하는데 만도 며칠이 걸린다면 그 신고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유야 어떻든 유심 칩이 없는 핸드폰을 지니고 다니면 경우에 따라서는 무척 위험해질 수 있으니 주의를 요한다.


위치추적 덕분에 사회가 예전보다는 한층 더 안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피해자 보호를 위해서만 위치 추적이 가능하다. 그래서 가족이나 지인이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나 문자를 받은 경우 대신 경찰에 신고해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의 위치를 확인할 수는 있다. 하지만 범인 검거 목적의 위치 추적은 제한되고 있다. 이유는 범인의 인권이 침해되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설령 범인이 흉기를 들고 내 가족이나 지인을 해치러 온다고 할지라도 빨리 피신만 시킬 수 있을 뿐 범인의 행방을 찾기 위한 위치 추적은 원칙적으로 할 수가 없다. 위치 추적으로 인해 침해되는 범인의 인권이 자칫하면 잃을 수도 있는 피해자의 생명보다 중요하단 말인가. 아니면 남용의 위험이 있으니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법에 규정된 대로 통신 수사를 해서 찾으라는 건가.


긴급 상황에서는 일분일초도 아쉽다. 물론 법규정도 중요하지만 그것만 고집하면 회복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경찰 작용을 사전에 일일이 정해놓지 못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처음부터 믿지 못해 엄격한 제한을 두기 보다는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일정한 재량권을 부여하여 긴급 상황에 적절히 대처토록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03화 수사권 조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