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늬 Mar 06. 2020

#스크랩 1. '곽백수 작가, 내일 봐요'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X 가우스 전자 곽백수 작가

[발췌]


(중략)

작가님은 직장 생활을 안 해보셨는데, 어떻게 그렇게 직장인의 고충을 잘 아시는지 독자들이 궁금해하더라고요

직장인의 고충이라기보다는, 뭐랄까 경계는 없는 것 같아요. 저 같은 프리랜서라든지 가정주부나 학생이나 본질적으로는 똑같지 않나 생각해요. 직장인이라고 독특한 역할이 아니라, 사는 이야기죠.

직장인이라고 특별히 다르지 않다?

단적으로 이야기하면 “작가님은 자유로워서 좋겠다”든지 “상사는 없지 않으냐”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데요. 출퇴근을 하는 것처럼 마감을 매일 합니다. 저한테는 상사가 한 200만 명 있죠? 저한테 아주 좋은 조언을 많이 해주시는, 충고를 따끔하게 해주시는요(웃음). 똑같은 것 같아요. 먹고사는 문제고, 제가 열심히 하면 제 돈을 버는 거니까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동기 부여가 되죠.

직장인도 마찬가지예요. 다들 직장 일을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내 일이면 열심히 할 거라 말들 하죠. 그런데 회사를 그만두고 ‘내 일’인 자영업에 도전한 사람들이 어떤지 생각해보세요. 다들 이제 내 일을 하니까 다 잘돼야 되잖아요? 하지만 ‘회사 밖은 지옥’이란 말이 유행할 정도로 힘든 게 현실이죠. 모든 내 눈 앞에 주어진 일은 내 일이에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으로 행복이 갈리는 거 같아요. 성장도 마찬가지고. (회사 일로) 성공하진 않더라도 최소한 내 일이라고 생각하면 즐겁긴 하잖아요? 몰입할 수 있고요. 피고용인이라 자신을 구분 짓고 그에 어울리는 행동만 하는 순간 직장 일이 잘 될 리도 없고, 매일이 먹고살기 위한 힘겨운 노동이 될 뿐이죠. 기본적인 책임감 문제이기도 하구요. 이렇게 거창하게 말한다고 제가 잘 하고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생각은 그렇게 하고 있다고요.

(중략)

예비 작가들이 많은데 조언을 해주고픈 게 있을까요?

질보다 양을 채우는 게 낫다는 거요. 분량을 채우라고요. 그게 가장 효용 있는 이야기예요. 저 같은 경우는 연재가 없어도 혼자서 마감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면 뭐가 보이더라고요. 트라우마로 데뷔하기 전에 100편을 그려 놨어요. 혼자 마감을 하는 거죠, 제가 마감 일정을 정해서. 그게 계속 이어지고요. 가우스전자도 연재 끝났는데 세이브가 한 40편이 남아 있어요.

세이브가 또 있어요?

네, 안 내보낸 거. 그냥, 제 패턴 대로 쭉 가는 거죠.

(중략)

가우스전자가 오랫동안 사랑받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사랑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웃음).

사랑받았습니다(웃음). 롱런할 수 있었던 이유가 뭘까요?

먹고살려고 그렸어요. 열심히 그렸고. 그리고, 처음에는 솔직히 정신없이 하다가, 하다 보니깐 독자들의 리플 보고 책임감을 느끼고 좀 더 진지하게 인생에 대해서 생각을 했죠. 오히려 가우스전자를 그리면서 왜 사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했어요.

사람들에게 좋은 메시지를 던지려고 하다가, 저도 성장했고 만화도 솔직히 후반부 가서 좀 좋아진 것 같아요. 시즌2 때 좀 처졌다가 시즌3부터는 저도 가우스전자를 그리면서 깨닫는 게 있어서 성장에 집중하면서 정성을 들이고, 4부에서 만족스러워졌어요. 인기는 계속 떨어졌거든요?(웃음). 근데 저는 계속 만족하면서 작업을 했어요, 오히려. 그 점이 제게는 큰 축복이었고 독자 여러분들도 그 지점을 봐주신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방금 말씀하신 부분에서 ‘깨달았다’고 하신 부분 있잖아요, 어떤 부분일까요?

만화 에피소드에도 그렸는데, 인생의 기쁨은 성장에서 온다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성장하면은 즐겁게 할 수 있는데 정체되거나 성장이 뒤로 물러나면 그때부터 불안해지고 즐겁지 않고 타성에 젖고 괴로워진다는 걸 알아가지고, 시즌3 후반부터는 꾸준히 성장하려고 노력했어요. 독자가 눈치채지 않고 독자가 못 알아봐도, 저 나름대로 작가로서 성장하는 거죠. 연출 방식이라든지 캐릭터를 표현하는 방법 같은 거요. 성장이 즐겁다는 걸 깨닫고 그 후에 작업도 즐거워졌어요. 그전에는 마감을 채워나가는 일이었다면 그 이후부터는 뭐랄까, 새로운 시도와 도전, 자기만족적인 거지만 그런 거를 많이 얻었죠. 만화에서 많은 힘을 얻으면서 그렸어요. 대단히 큰 축복이고, 지금도 즐겁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성장 방법이나 비법을 여쭤도 될까요?

만화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하면, 내 일이라고 생각하고 하는 것 같아요. 성장이 고통이라고 생각하는 걸 깨고, 성장에서 재미를 찾고 내일이라고 생각하면 그 어떤 분야든지 그런 것 같아요.



[메모]

나에게 가우스 전자는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짤'로나 보았을 뿐 딱히 애정을 갖고 찾아보았던 만화는 아닙니다. 하지만 건네 받은 이 인터뷰 기사를 읽고 난 후, 나는 이 이야기 이전으로 돌아가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만화를 봐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세상에서 정주행을 가장 못하는 사람이지만, 입사 후 다시 본 '미생'이 달랐듯, 가우스 전자도 내게 '평일'과 같은 만화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연재가 없어도 내가 스스로 마감을 정해 매일, 나에게 약속한 시간만큼 노동한다는 '항상성'의 마음가짐. 나는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장인이 되는 사람은 범인처럼 일하되 비범하게 노력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기술자와 장인의 차이가 바로 그런 것 아닐까요. 근면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혼신의 힘을 다해 타오른 뒤 단명하는 예술가보다 꾸준히 성장하는 장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원문 보기 (클릭)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