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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다움 Apr 25. 2024

그림을 그리는 취미가 낭만적일 거라는 착각

낭만은 개뿔, 스트레스!

매주 토요일 미술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이젤 앞에서 칼로 삐뚤빼뚤 깎은 4B연필을 사각거리며  꼬물꼬물 그림을 그리는 상상을 하니 뭔지 모르게 낭만적인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낭만은 개뿔'


첫날 선긋기부터 허들이었다. 분명 생각은 반듯한 일직선이었는데 해도 너무 엇나가는 것. 첫 주 선생님이 주신 미션은 선긋기 연습이었다.

 둘째부터 다섯째 , 도형을 따라 그리기 시작했다. 정육면체, 종이컵,  원, 사과, 원기둥 사진을 따라 그리며 나는 사물을 제대로 관찰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연필과 눈대중 사용해 사물의 가로 세로 비율을 체크하고 밑그림을 그리는데 그 비율을 가늠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선생님:'대충 봐도 세로가 가로의 1.3배 정도 돼 보여요. 그죠?'

나: 저는 잘... 왜 모르겠죠?


명암을 표현하는 것 역시 난제였다. 연필로 선을 사용해 사물의 형태와 명암을 표현하는 소묘에서는 명암만 제대로 차이를 내도 뭔가 있어 보이는 그림이 나온다. 그런데 내가 2주 차부터 5주 차까지 가장 많이 들은 피백은 '희원님, 손에 힘 빼세요'였다. 잘 그리고 싶은 마음에 힘이 잔뜩 들어간 게 역효과가 난 것이다.

명암을 잘 표현하려면 손에 힘조절이 필요하다. 과감하게 힘을  연필을 강하게 누르며 어둠을 표현하고  빛을 가장 많이 받는 하이라이트 부분은 힘을 쫙 빼야한다. 아예 연필이 닿지 않은 부분은 없지만 어두움과 밝음이 확실히 구별돼야 그림에 생명이 들어간다.


한 가지 주의할 것은 너무 가까이 들여다보면 명암이 잘 들어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사물을 관찰하는 것이 명암을 잘 조절할 수 있는  비결이다.


명암을 넣을 때처럼 리 삶에도 힘조절이 필요하다. 추진력 있게 나아갈 때와 잠시 멈춰야 때를 구하지 않고 앞만 보고 달리면 결국 허무함, 상실감, 우울증 등 몸과 마음에 탈이 나고야 만다. 생각해 보면 내가 힘조절을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욕심'때문이었다. 그림도 잘 그리고 싶고 일도 잘한다 칭찬받고 싶고 뭐든 다 잘 해내고 싶은 욕심에 힘을 빼지 못했던 것이다.


그림을 그리는 시간만큼은 그러지 말자 다짐한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숨을 고르고, 기둥을 그리는 그때만큼은 힘 빼고 마음을 비워내자.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미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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