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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다움 Apr 30. 2024

냥이의 눈빛을 오해한 철없는 집사의 간사한 마음

너 지금 눈으로 욕하냥?

키우는 고양이 양말이가 어느 날 갑자기 다가와 얼굴을 비비기 시작하기 , 양말이는 종종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쳐다봤다. 그런데 나는 그게 그렇게 기분이 나빴다. '너, 무시하냥?'


'양말아'

의자 밑에서 두리번거리는 양말이를 부른다. 그러면 눈을 이렇게 가늘게 뜨고 쳐다본다.

'와... 나 또 무시당했어. 저거 봐봐. 기분 나쁘게 쟤는 왜 나를 한심하게 쳐다봐?'


양말이에게 애정도 관심도 없을 때 저 눈빛은, 세상에서 가장 한심한 인간을 바라보는 눈빛이었. 특히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저런 표정을 보면 괜스레 약이 올랐다.


'사료값 대주는 내가 왜 저런 눈빛까지 받아야 돼?'


기분은 나빴지만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궁금하지 않았다. 그때 양말이는 같은 집에 사는 고양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말아'부르면 다가와 비벼대는 사랑스러운 존재가 되니 어디를 만져주면 좋아하는지, 무슨 간식을 잘 먹는지, 모든 게 궁금해 죽을 지경이다.


수많은 궁금증들 중 가장 먼저 찾아본 건, 내가 싫어했던 양말이 눈빛의 의미였다. 친해졌다 생각했는데 눈을 가늘게 뜨고 쳐다보는 횟수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얘대체 뭐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걸까? 혹시 눈병이난건 아닐까?'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거 진짜야?

양말이랑 넘 비슷하게 생긴..냥이

사람 마음이 이렇게 간사하다. 애정 없이 바라볼 땐 그렇게 싫던 모습이 기쁨의 표현이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얼마나 미안하고 애달팠는지 모른다. 애정표현인지도 모르고 오갈 데 없는 고양이를 아니꼽게 보고 있었다는 게 어찌나 부끄럽던지...


양말이는 말귀라도 못 알아듣는다 치자. 그런데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우리 인간들은, 왜 이렇게 크고 작은 오해가 자주 생길까? 심리학 용어 중에 '확증 편향'이라는 것이 있다. 우리 인간은 기존의 경험에 의해 선입견이 생기면 그 생각을 확증하는 증거를 수집해 자신의 생각에 확신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하지 않던가!

양말이의 눈빛은 예전에 날 무시하며 경멸하듯 바라보던 간호사 선배의 그 눈빛이라 생각했다. 날 괴롭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 양말이의 애정 어린 행동을 헤아리지 못했다.

왜 그렇게 예민하게 눈빛을 느꼈나 생각하다 2015년 날 트레이닝 시켰던 선배 간호사가 떠올랐다. 나를 바라보던 그녀의 눈빛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10년이  돼가는 지금도 그녀의 이름, 생김새, 머리스타일, 화장법, 걸음걸이까지 정확하게 기억난다. 선배 얼굴이 딱 고양이상이었네...(이젠 잊어야겠다)


양말아, 너의 애정 어린 눈빛을 오해해서 미안해. 너의 눈빛으로 내 세상이 따뜻해졌거든. 이제는 나도 다른 사람들의 세상을 따뜻하게 데워줄 수 있을 것 같아.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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