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우는 고양이 양말이가 어느 날 갑자기 다가와 얼굴을 비비기 시작하기전, 양말이는종종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쳐다봤다. 그런데나는 그게 그렇게 기분이 나빴다. '너, 나 무시하냥?'
'양말아'
의자 밑에서 두리번거리는 양말이를 부른다. 그러면 눈을 이렇게 가늘게 뜨고 쳐다본다.
'와... 나 또 무시당했어. 저거 봐봐. 기분 나쁘게 쟤는 왜 나를 한심하게 쳐다봐?'
양말이에게 애정도 관심도 없을 때 저 눈빛은, 세상에서 가장 한심한 인간을 바라보는 눈빛이었다. 특히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저런 표정을 보면 괜스레 약이 올랐다.
'사료값 대주는 내가 왜 저런 눈빛까지 받아야 돼?'
기분은 나빴지만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궁금하지않았다. 그때양말이는 같은 집에 사는 고양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이다.하지만'양말아'부르면 다가와 비벼대는 사랑스러운 존재가 되니 어디를 만져주면 좋아하는지, 무슨 간식을 잘 먹는지, 모든 게 궁금해 죽을 지경이다.
수많은 궁금증들 중 가장 먼저 찾아본 건, 내가 싫어했던 양말이눈빛의 의미였다. 꽤 친해졌다 생각했는데 눈을 가늘게 뜨고 쳐다보는 횟수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얘는 대체 뭐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걸까? 혹시 눈병이난건 아닐까?'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거 진짜야?
양말이랑 넘 비슷하게 생긴..냥이
사람 마음이 이렇게 간사하다. 애정 없이 바라볼 땐 그렇게 싫던 모습이 기쁨의표현이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얼마나 미안하고 애달팠는지 모른다.애정표현인지도 모르고 오갈 데 없는 고양이를 아니꼽게 보고 있었다는 게 어찌나 부끄럽던지...
양말이는 말귀라도 못 알아듣는다 치자. 그런데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우리 인간들은,왜 이렇게 크고 작은 오해가 자주 생길까? 심리학 용어 중에 '확증 편향'이라는 것이 있다. 우리 인간은 기존의 경험에 의해 선입견이 생기면 그 생각을 확증하는 증거를 수집해 자신의 생각에 확신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하지 않던가!
양말이의 눈빛은 예전에 날 무시하며 경멸하듯 바라보던 간호사 선배의 그 눈빛이라 생각했다. 날 괴롭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 양말이의 애정 어린 행동을 헤아리지 못했다.
왜 그렇게 예민하게 눈빛을 느꼈나 생각하다 2015년 날 트레이닝 시켰던 선배 간호사가 떠올랐다. 나를 바라보던 그녀의 눈빛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10년이 다 돼가는 지금도 그녀의 이름, 생김새, 머리스타일, 화장법, 걸음걸이까지 정확하게 기억난다.그 선배 얼굴이 딱 고양이상이었네...(이젠 잊어야겠다)
양말아,너의 애정 어린 눈빛을 오해해서 미안해. 너의 눈빛으로 내 세상이 따뜻해졌거든. 이제는 나도 다른 사람들의 세상을 따뜻하게 데워줄 수 있을 것 같아.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