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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다움 Oct 14. 2024

[나를 아는 법] 자기 존재의 의미를 발견하는 방법

당신은 무엇을 줄 수 있는가?

 얼마 전 오랜만에 엄마가 오셨다. 마흔이 넘었지만 요리라곤 계란 삶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던 터라 걱정이 태산이었다. 걱정과 달리 엄마는 삶은 달걀  개와 두유를 아침으로 드신다고 했다. 평소에 계란을 삶을 때는 가스레인지 불 끄는 걸 까먹어 옆구리 터진 달걀을 만들기 일쑤였지이번에는 옆에서 물이 끓을 때까지 쭉 지켜보았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계란은 먹기 좋은 반숙이 됐고 이것을 드신 엄마가 맛있다며 반숙 만드는 방법을 물으셨다. 요알못인 나에게 특별한 레시피가 있을 리 없었다. 하지만 맛있는 반숙계란을 줄 수 있어 기뻤던 나는 다시 계란을 쪄보고 그 과정을 기록하며 다시 한번 기쁨을 느꼈다.

 누구든 비슷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줬을 때 마음 저 깊은 곳에서 차오르는 기쁨, 이건 내가 원하는 걸 얻었을 때의 기쁨과는  다른 충만한 기쁨이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뭔가를 줄 수 있을 때
인간은 본질적으로 기쁘고 행복한 존재가 된다'
-책 '당신의 삶은 충분히 의미 있다' 中


 두 번 읽고 있는 책  '당신의 삶은 충분히 의미 있다'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캐나다에서 상담심리학을 공부하던 저자 김미라 작가는 상담 임상 실습 중 7살짜리 아동 내담자를 만났다. 처음 상담을 왔을 때만 해도 아이는 표정이 어두웠고 적극적으로 상담에 임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상담 중 아이는 김미라 작가의 영어 발음을 지적하더니 그녀가 자신의 발음을 따라 해 보게 시켰다. 그녀는 순순히 아이의 발음을 따라 했고 여러 번 반복하며 발음이 좋아지자 아이는 굉장히 좋아했다. 다음 상담에는 자신이 읽던 동화책을 가져와 작가에게 읽게 하고 단어 하나하나를 다시 읽으며 자신을 따라 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몇 달간 미술치료 같은 심리치료를 받고도 좋아지는 기색이 없던 아이는 작가의 발음을 고쳐주기 시작하면서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상담받으러 가는 것도 싫어하던 아이였는데 일주일 내내 그 시간을 기다렸으며 집안일까지 도왔다고 전했다. 문제가 많아 상담이 필요했던 아이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무엇이 그 기쁘게 만들었을까?

 책에서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아이들은 늘 어른들의 보호를 받기만 하는 존재다. 그런데  이는 보호만 받던 자신의 존재를 초월해 작가의 발음을 고쳐줌으로써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줄 수 있는,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된 것이다. 일곱 살 아이도 자신이 누군가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 사람임을 깨달았을 때 기쁘고 행복한 존재가 된다.


 우리 인간은 자신이 누군가에게 뭔가를 수 있는(도움을 있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존재임을 깨닫게 기쁨을 느낀다. 행복을 느낄 있다. 이것은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2-30대의 나는, 나에 대해 간절히 알고 싶었고, 이를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으며 결국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어릴 적 어떤 상황이 나를 강박적으로 만들었는지, 타인의 시선을 얼마나 의식하게 됐는지, 그로 인해 어떤 가치관을 가지게 되었는지 같은 지금의 내가 지닌 심리적 문제의 뿌리에 대한 것들을 발견했다.


 나는 자신을 알게 되기만 하면 꼬였던 인생이 풀리고 기쁘고 평안해질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리 나에 대해 알아도 기대만큼 기쁨이 샘솟지 않았다. 대신 여전히 풀리지 않는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래서 나를 알고 난 다음은 뭐지?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 하지?'

 내가 누구인지, 어린 시절 어떤 아픔을 가지고 있으며, 어떻게 인생을 살아갈 것이지를 아는 것은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나처럼 지나치게 자기 자신매몰돼 스스로를 관찰하고 분석하는 것만으로는 자신을 온전히 이해할 수 다. 행복 연구자들이 '행복이 목표가 되면 절대 행복해질 수 없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행복이 의미 있는 행위에 따르는 부산물인 것처럼 진정한 자신은 자신을 넘어설 때 발견 된다.


인간은 자기 초월을 통해 스스로를 가장 많이 도울 수 있으며 진정한 인간의 존재는 자신을 넘어서서 발견할 수 있다.
-빅터 프랭클

  자신의 존재, 그 의미를 발견하기 위해 이 질문에 대해 고민해 보기 바란다. "당신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영어 발음을 고쳐준 일곱 살 어린아이처럼 상대에게 부족한 것을 도울 수 있다면 충분하다. 자취생활을 통해 간단히 먹을 수 있는 한 끼 레시피를 알고 있다면 이제 막 자취를 시작하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 쉽고 간단하게 화장하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면 화장하는 게 귀찮아 눈썹문신을 해 버린 나 같은 사람의 구세주가 될 이다.

 오랜만에 엄마랑 시간을 보냈던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가 내가 만든 반숙이 맛있다 그러니까 너무 기뻤잖아. 담에 오면 더 맛있는 거 해드릴게요. 또 놀러 와요"

나무는 제가 맺은 과일을 먹지 않습니다. 태양은 제게로 빛을 비추지 않고 꽃은 자신을 향해 향기를 흩뿌리지 않습니다. 타인을 위해 사는 것, 이것이 우주의 법칙입니다. 우리는 서로 도우며 살도록 태어났습니다. 그렇게 하는 게 비록 어렵다 해도 말이죠. 우리가 행복하면 삶은 멋집니다. 그러나 다른 이들이 당신으로 인해 행복해지면 삶은 더 멋질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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