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자주 다녔던 뚝섬유원지 그리고 자주 먹었던 연어회가 오랜만에 떠올라 직접 주최했던 번개. 처음에는 사람들과 일정 조율이 쉽지 않아 무산되는가 싶기도 했었다. 그러나 결국은 성공적이었던만남. 그 주인공은 '도멘 바쉐롱, 상세르 블랑 레로망 2020'이었다.
유튜버 와인킹의 와인 스승으로 알려진 피터가 극찬해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던 와인. 그러나 캡슐을 벗겼을 때 코르크 윗부분에 곰팡이가 쌓여있었다.
외관상당연히 문제 있는 와인으로 생각했으나, 다행히 천연 코르크 마개의 경우 자연스럽게 생기는 현상이었다. 역설적으로 병이아무런 미동 없이 보관이 너무 잘돼서 생기는 곰팡이었다. 좀처럼 보기 드문 현상을 직접 목격할 수 있었던 해프닝이었다.
그럼에도 사람들 간에 의견이 분분했지만 향과 맛에 아무런 이상은 없었다.오히려 맛이 너무 좋아서 충격이었다. 피터쌤의 설명처럼 복합적이고 우아하며 뻔하지 않은 소비뇽 블랑이었다.
연녹빛이 살짝 감도는 레몬색에 향긋한 풀내음에 선명한 부싯돌의 미네랄리티가 전반적으로 깔려있으며 청사과, 레몬, 라임의 과실미와 시트러스향이 은은하게 피어오른다. 여운에서흰꽃,서양배와 오렌지 마멀레이드도 느껴진다. 부드러운 산미에 중간 이상의 강도와 긴 여운, 정말 우수한 복합미를 가진 뛰어난 와인이다.
어느덧 무더위가 한껏 느껴지는 여름이 성큼 곁에 다가왔다. 그나마 아직은 초여름이라 저녁에는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왔다. 덕분에 여유 있는금요일 저녁 뚝섬에서 운치 있게 풀내음을 맡으며 시원하게 와인을 마실 수 있었다.
이제 곧 밤조차도 무더운 열대야가 시작될 것이다. 그러니다시 한강에서 번개를 열기 위해서는 가을이 와야 할 것이다. 아쉽지만그때까지 레로망과 함께한 이날을추억하며 기다리는 수밖에.
20240614. 도멘 바쉐롱, 상세르 블랑 레로망 with 광어회, 연어회 in 뚝섬유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