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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면서도 다른 선명함

배비치 블랙라벨 말보로 소비뇽 블랑

by 허씨씨s

날씨가 쌀쌀해지는 늦가을. 홍합 철이 오면 토마토홍합스튜가 떠오른다. 요리 방법은 간단하다. 양파와 마늘을 올리브유에 볶은 후, 홍합 육수와 달짝지근한 토마토 시판 소스를 함께 넣어 끓인다. 마지막에 셀러리를 잘게 썰어 넣어 식감과 향을 더한다. 유럽풍의 해산물 요리이며, 가볍고 편한 음식인 만큼 와인도 저렴한 가성비의 스파클링 와인이나 화이트 와인이 무난하게 잘 어울린다.


올해 구매한 홍합은 알맹이가 크지 않았다. 대신 육수가 진하게 뽑아져 감칠맛이 더 깊게 우러나왔다. 토마토소스와 섞었을 때 국물이 생각보다 묽었는데 그게 또 나쁘지 않았다.


스튜에 배비치 블랙라벨 말보로 소비뇽 블랑을 곁들였다. 레몬, 라임 등의 시트러스 뉘앙스에 청사과의 과실미 그리고 파릇파릇한 풀향이 더해져, 말보로 소비뇽 블랑에서 기대하는 익숙한 선명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일반적인 말보로 소비뇽 블랑보다 묵직한 바디감이 구조감의 차이를 만든다.


날카롭고 쨍한 산미와 청량한 풀내음 그리고 가벼운 바디감이 말보로 소비뇽 블랑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그러나 생산자의 스타일이나 빈티지별 기후의 특성에 따라 더 세부적인 양상은 또 다르게 구현된다. 같은 지역의 같은 품종이라도 면밀히 살펴보면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이다.


요리와 와인처럼 익숙함과 다름은 함께 공존한다. 관건은 익숙함 속에서도 다름을 찾는 일이다. 다음 토마토홍합스튜는 어떨지 그리고 다음에는 어떤 와인을 함께 곁들일지 기대된다.



20251129. 토마토홍합스튜 & 배비치 블랙라벨 말보로 소비뇽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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