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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ga and story Apr 11. 2021

자유와 방종 사이

20대 초중반 - 소풍 왔습니다 (1)

1학년 여름까지는, 정말, 학교가 파라다이스였어요. '와. 상상만 하던, 과연 우리나라에 존재할까 싶던 학교가 바로 여기 있구나.' 전공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들어내는 과였어요.


'나'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시작하는 수업이 많았어요.


'나는 어떤 사람인가. 어떻게 살아왔던가. 지금은 무엇에 관심이 있나. 이런저런것들 어떻게 생각하나.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나'를 나누는 곳이었죠. 


덕분에, 17살 사춘기 때부터 이어져온 '나에 대한 탐구'를 실컷 했죠.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라는 시가 20대 초중반의  대변해요. 세상 구경, 소풍 온 아이 같았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천상병 시인 <귀천> 중에서 -








그! 런! 데!


3~4학년쯤 되니 '나'로부터 시작한 탐구가 주변 지인, 그리고 사회로까지 확장되더라구요. 이유는 말이죠.


1. 자꾸만 결심했다가 무너지는 나

  나는 왜 자꾸만 결심했다가 무너질까. 의욕적이었다가 또 무너질까... 세상 기준이 아닌 내면의 목소리를 따르게 되었지만, 나도 나를 어쩔 줄 모르겠더라구요. 외부로부터의 사슬을 벗어났다고 생각했어요. 나아가야 할 길은 이제 내 몸과 마음을 따르니까요.


그런데... 내가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불확실성도 만만치 않게 벅찼어요. 


오로지 나의 기준을 따르는 것에도 한계가 왔다고 느꼈죠. 그래서 왜 이럴까... 싶어서 찾은 게 역사였어요. 나만 그런 게 아니었더라구요. 인류 역사 전체가 일어섰다 무너지고 일어섰다 무너지고 또 일어서고, 여러 갈래로 나뉘고. 앞날을 알 수가 없고. 뭐 그렇더라구요.



2. 아늑한 울타리 안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아늑했. 학점이 중요한 곳이 아니기도 했고, 학점이나 평판이 나를 좌지우지할 수 없다고 생각하던 때라서... 수업도 가고 싶으면 가고, 잠을 고 싶으면 잠이나 자버리고, 딴 데 가고 싶으면 딴 데 가고 그랬죠. 자유라 믿었으나, 방랑과 방종이었죠.


창작을 하는 학교였는데, 렇게 아늑하게 편하게 지멋대로만 지내다 보니 이제 더 이상 하고 싶은 이야기도 없더라구요.


어느 순간 이래선 안 되겠다 싶었어요. 울타리를 벗어나야겠단 생각이 들었죠. 세상을 치열하게 살아내야겠다.. 싶었요.



3. 내로남불 세상

 제 전공은 주로 사적 소수자, 약자의 모습을 조명하고 독립다큐를 만드는 과였어요. 극영화를 만들기도 했구요.


그런데 우리가 비판하는 이들의 모습이, 우리 내부에서 발견되는 거예요. 우리 내부에서도 해결하지 못하는 것들.. 해결은커녕 문제라고 인식하지도 못하는데, 군가를 비판하고 단죄할 자격이 있나 싶더라구요.


나에서 시작된 고민이 내 주변, 역사, 그리고 사회로까지 확장되기 시작했어요.

 






자유와 방종 사이에서

최소한의 책임으로

세상 구경하듯

소풍 잘 다녔어요.


참 서툴고 

모르는 게 많아서

나에게도 생채기가 었고

다른 이들에게도 꽤나 민폐를 끼친 것 같아요.


대학교 생활은 그렇게 흘러갔어요.


그리고 이제, 대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진짜 사회를 탐색하고 싶어졌죠.







일단 사회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부터 궁금했어요. 저는 혼자서 공부를 잘 못하기 때문에, 학원에 가야했죠. 저렴한 가격에, 제가 궁금한 걸 공부할 수 있는 곳을 찾았어요.


노량진 공무원 학원이요. 헌법과 형법 수업을 들었어요. 


헌법 수업을 들으면서 우리나라가 어떤 원리로 돌아가는지 처음으로 알 수 있었어요. 회가 어떻게 구성됐고 작동하는지 감이 잡히니까 숨통이 좀 트이더라구요.


형법 수업을 들을 땐 종종 소름이 돋았습니다. 어느 선까지가 죄인지 혼자 고민을 꽤나 했었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고민해서 합의한 결과가 형법이더라구요. 걸 왜 이제야 알았을까 싶었어요.


공무원 시험 과목인 국어랑 역사 수업도 종종 들었구요. 국어를 공부하고 나니까, 대학교 1~2학년 때 쓰던 SNS를 탈퇴해버리게 된 거 있죠. 맞춤법을 하도 틀려놓은 게 이제야 보여서 너무 민망하더라구요ㅋㅋ


그리고 졸업이 다가오 먹고 살 고민도 하게 되자, 겸사겸사 경찰 공무원 시험을 볼까도 싶었어요. 운전면허 시험에서 1분 만에 실격처리 돼서 시험 볼 기회도 없었지만요. 무엇보다 달달 외울 정도로 공부를 열심히 하지 못 했어요. 궁금하던 것들 알아가는 정도였죠.


노량진에서 친해진 사람들과의 인연도 은근 재밌는데. 이건 비밀로 남겨두겠습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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