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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ga and story Apr 11. 2021

갑자기 분위기 안철수?

20대 초중반 - 소풍 왔습니다 (2)

그렇게 노량진에서 역사며 법이며 찔끔찔끔(?) 공부를 했죠.


그리고 사회적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나 정치인들의 SNS를 팔로우하면서 구경하는 취미가 생겼습니다. 법을 공부하면서 대한민국의 구성요소를 대략적으로 알았으니, 현실에선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궁금했거든요.


여기서 중요한 건, 서로 다른 정당을 모두 팔로우하면서 받아봤다는 거예요. 예전에 한 선거 결과에 대해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친구에게 의문을 표한 적이 있습니다. 친구 그때 "네가 사는 세상이 좁아서 그래."라는 말을 했었는데, 그때의 깨우침 때문이에요.


그리고 대학교에서 소수자, 사회적 약자를 늘 존중하자고 주장하며, 종종 시위에 참석하던 몇몇 인물들의 내로남불 행태를 목격했거든요. 노동자의 애환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정작 다큐 제작을 도와주는 후배들에게 과한 노동을 시킨다든가, 사회적 사건의 피해자들을 위하는 운동을 하면서 정작 자신의 성적 욕구를 위해 주변에 상처를 준다든가, 제 일을 제대로 해내지 않는 정치인을 욕하면서 자신의 일은 소홀하게 한다든가.


그들은 SNS에 정치적 발언을 자주 하는 편이었어요. 당시엔 그들과 같은 정치 성향이었는데, 그런 행태를 보고 나니 그들이 외치는 '정의'란 과연 무엇인가 싶더라구요. 어떤 정치 성향도 절대선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때가 2016~2017년이었거든요. 참 의아했고, 나만 느끼는 건가 싶었었어요. 그런데 2018년에 미투 운동이 터지고, 후에 내로남불이라는 키워드가 정치권을 휩쓸면서 신기하긴 했습니다.



그렇게 다양한 정치인들의 SNS를 팔로우하다 보니, 우연찮게 어떤 영상을 보게 됩니다.

2017년 2월이었을 거예요. 한 정치인의 국회 연설 영상이었어요.


• 교육혁명
대한민국은 교육을 통해 기적을 만들어온 나라입니다.
다행히 대한민국의 교육열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강합니다.
그러나 이제 낡은 교육 시스템은 한계에 부딪쳤습니다.
일제 강점기 때부터 큰 변화 없이 이어져 온, 산업화 시대의 교육 시스템으로는 미래를 대비할 수 없습니다.

4차 산업시대 준비의 핵심은 교육입니다.
교육 분야의 혁명적 대변화로 새로운 기회의 땅을 개척해야, 세계의 어느 나라들보다 앞서서 미래 먹거리, 미래 일자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저는 지난해 국정감사를 통해서 교육혁명의 3대 개혁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첫째, 교육부를 폐지하고 국가교육위원회와 교육지원처로 재편하겠습니다.
지금의 교육부 체제는 장관이 바뀌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 바뀌고, 학교의 자율성을 빼앗아 창의교육을 막고 있습니다.
국가교육위원회에서는 교사, 학부모, 여야 정치권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해서 매년 향후 10년 계획을 합의합니다. 이를 통해 정권이 바뀌더라도 교육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교육지원처는 국가교육위원회에서 결정한 정책을 충실하게 지원하도록 하겠습니다.

둘째, 초중고 및 대학교 교육을 창의교육으로 전환하겠습니다.

셋째, 평생교육을 대폭 강화해서 중장년층에 대한 교육도 국가에서 책임지겠습니다.


이와 함께 오늘은 더욱 근본적인 변화에 대해 말씀 드리려고 합니다.

현재의 만 6세부터 시작하는 초등 6년, 중등 3년, 고등 3년의 학제를 전면 개편할 것을 제안합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창의교육이 가능하게 하고, 대학입시로 왜곡된 보통교육을 정상화시키고, 사교육을 혁명적으로 줄이기 위함입니다.

제가 제안하는 학제 개편안은 만 3세부터 시작하여 유치원 2년, 초등학교 5년, 중학교 5년, 진로탐색학교 또는 직업학교 2년, 대학교 4년 또는 직장으로 이어지는 혁신적인 안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학제가 개편된 뒤의 예를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여기 한 아이가 있습니다. 이 아이는 만 3 살이 되면 유치원에 입학합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2년 동안 보육과 더불어 유아교육을 받습니다. 비용은 국가가 지불합니다. 만 5 살이 된 아이는 초등학교에 들어가 5년을 보냅니다. 과거의 유치원 1년과 초등학교 4년을 합친 기간입니다. 학교에서 아이는 기초적 자질함양과 자아의 실현을 위한 기초 능력을 함양합니다. 즉, 인성, 창의력, 자기주도력, 주위 사람들과 협력하는 능력, 실패로부터 학습하는 능력 등을 배웁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 아이는 만 10살에 중학교에 들어가 5년을 보냅니다. 과거의 초등 5, 6년과 중학교 3년을 합친 기간입니다. 아이는 5년간 시민으로서의 자질 함양과 자아의 성장을 위한 심화된 교육과정을 이수하게 됩니다. 자신의 삶에서 선택의 기회를 스스로 어떻게 넓혀갈지 고민하면서 자신의 가능성과 재능을 발견해나갑니다.

이렇게 만 15세가 되면 아이는 대한민국의 시민으로서 지녀야 할 자질을 키우는 보통교육을 전부 이수하게 됩니다. 지금까지의 모든 과정은 의무교육이며 비용은 국가가 부담합니다.

중학교를 졸업한 아이는 이제 선택을 해야 합니다. 진로탐색학교에 진학해 2년간 학점을 쌓고 대학으로 진학할 것인지, 아니면 직업학교로 진학하여 일찌감치 직업훈련을 받고 직장에 다닐 것인지를 선택하게 됩니다. 어느 길을 선택한다 하더라도 성적순이 아니라 학점이수제도이기 때문에 아이는 별도로 학원을 다니거나 과외를 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진로탐색학교를 졸업하면 자격고사인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통과하고 학교생활기록부를 제출하면 면접을 통해 대학에 입학하게 됩니다.

직업학교를 졸업한 아이도 산업체에서 일정기간 일하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대신하여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져 본인이 원하면 쉽게 대학에 진학할 수 있습니다.

대학은 아이와 비슷한 또래의 학생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령이 참여할 수 있는 평생학습 시스템으로 운영됩니다.

이것이 제가 제안하는 학제개편의 모습입니다. 보통교육과 대학교육을 분리함으로써 보통교육을 정상화하고 창의교육을 가능하게 하는 것입니다.

사교육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비한, 건국 이래 가장 강력한 교육 혁신안입니다.

지금 당장 모든 초, 중, 고를 동시에 바꾸자는 것은 아닙니다.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고, 여기서 향후 10년 계획을 합의해서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또한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입학생부터 적용해 나가야 합니다. 그래야 지금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 혼란을 겪지 않을 것입니다.

너무 과격한 변화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지금 우리의 교육으로는 미래가 없습니다. 정해진 답을 잘 외우는 것만으로는 앞으로 살아남기 힘듭니다. 창의적으로 사고하며 인성을 배우고 타인과 협력하여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가르치는 것이 미래 교육의 핵심입니다.

이러한 교육혁명이 성공한다면, 우리는 세계 최고의 교육국가가 될 것입니다.
                                          - 2017년 2월 6일, 안철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중에서 -



헐! 드디어!


교육혁명. 이거다 싶었습니다.

'드디어 교육 시스템을 바꾸겠다는 정치인이 나왔구나.' 하는 반가움과 감격스러움이었죠.


학창 시절 이야기에서도 썼잖아요. 세상을 바꾼다고 늘 외치면서, 왜 세상의 부조리와 비효율성이 집합돼 있는 학교를 바꾸지 않고 방치해두는지 궁금했다구요.


물론, 교육 '평가' 방법을 바꾸겠다는 정치인들은 많았죠. 입시 제도나 평가 방식. 하지만 교육 시스템 전체를 바꾸겠다는 정치인은, 첫 발견이었어요. (그 전에도 있었을 수도 있는데 제가 알지 못 한 걸 수도 있구요.)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보다, 학교에서 '무엇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바꿔야 한다는 것. 제가 늘 문제의식을 느끼고 갈망했던 바로 그거잖아요. '평생교육'도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19살 학교가 끝남과 동시에 배움이 끝나는 게 너무 아쉬웠거든요. 제가 꿈꿔왔던 그것을 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니! 안철수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했죠.  


사실 2012년 안철수 돌풍이 불 때만 해도, 전 안철수를 별로 안 좋아했거든요. 정치인으로서 검증된 것도 없는데 갑자기 서울시장, 대통령 후보라고? 너무 불안했고, 거품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떤 세상을 만들겠다는 구체적인 비전도 알 수 없었거든요. 추상적 구호만 있었을 뿐.  안철수가 창업한 회사 이름이 자신의 성을 딴 '안랩'이라는 것도 썩 탐탁지 않았었어요. 자의식이 강한 거 아닐까 싶었죠. 한 마디로, 2012년 때만 해도 안철수는 저에게 호감 이미지 아니었죠.


안철수의 '교육혁명'은 2017년 4월 대선을 위한 공약이었습니다. 전 그 공약이 꼭 실현되길 간절히 바랐어요. 세상의 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생의 초반기를 보내는 학교가 바뀌는 데서부터 시작한다고 믿었거든요. 학교에서부터 양산되고 있는 차별, 배제와 폭력, 그리고 불평등 문제들이요.


무엇보다, 제가 작은 도시에서 초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느꼈던 것. 충분히 잠재력과 가능성이 많은데 아무도 제대로 그 재능을 키워주지 않아서, 기회가 없는 친구들이 너무 안타까웠었거든요. 저도 배움의 욕구가 컸는데, 학교에서 그걸 채워주지 못한 게 늘 아쉬웠었구요.


제가 초등학교 때부터 가져왔던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이, 드디어 실현될 수 있겠구나 하면서 희망을 품었어요. 그래서 지인들에게 홍보도 하고 그랬는데, 대체로 "그 사람 왕자병이야. 부잣집 도련님이 뭘 알아. 적폐야." 하는 평만 들을 뿐이었어요. 그래서 그 뒤로는 입을 닫았죠. 저까지 적폐의 편 선 취급을 받곤 했거든요.





그런데 2017년 대선 결과는 아시다시피, 안철수는 3위로 패했죠. 저는 안철수가 패했다는 것보다, 드디어 이뤄지길 바랐던 교육 개혁이 좌절된 게 너무나도 안타까웠어요. 다른 후보들도 고교학점제 등 교육에 대한 정책이 있긴 했지만, 그건 하드웨어 일부일 뿐, 초등학교 때부터의 교육 소프트웨어를 바꿔야 한다고 저는 믿었었으니까요. 지금 못 바꾸면, 정말 뒤처질 것 같은데... 하는 걱정도 앞섰죠.


다급하고 답답한 마음에 여기저기 찾아다니다 보니, 안철수에게 질문할 기회가 생겼었어요. 당시 다른 사람들도 주변에 많이 있었어서, 그는 저를 기억 못 하겠지만요.


저는 교육개혁 공약에 관심이 많았고, 이번에 꼭 실현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교육개혁이 더 늦어지면 안 될 것 같은데, 안타깝지 않으신가요?



이 질문에 대한 그의 답은 다음과 같았어요.


저도 정말 우리나라 교육 개혁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느껴서 꼭 실행하고 싶은 공약 중 하나였는데..  제가 선거에서 진 것보다, 교육 시스템을 바꿔야 할 적기를 놓친 게 가장 안타깝고 참 죄송스럽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세상이 늘 효율적으로 돌아가는 것만은 아니니까요..


정확한 워딩은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이러한 맥락이었던 것 같아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말은, "세상이 늘 효율적으로 돌아가는 건 아니다"라는 말.. 하긴, 내 인생도 그래 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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