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제가 컨트롤할 수 없잖아요. 그런데 내가 제일 잘하는 건 뭔지 알 수 있거든요. ‘어쩌면’ 제가 잘하는 게 미래에 갑자기 대세가 될 수도 있어요. 그 작은 확률을 보고, 제일 좋아하는 걸 하는 거죠.
미래를 예측하는 게 이렇게 허망하니 제일 잘하는 곳에서 ‘진인사대천명’ 하면서 지켜봐야지.
1% 차이를 벌려놓고, 30년 간 하면 그게 대부호가 되는 길인 거죠.
Q. 인생은 어떻게 흘러가는 걸까요
= 흠. 전 그냥 좀 태어났으니 앞으로 갈 만큼 가볼래. 이런 느낌이에요.
Q. 저는 뭐랄까. 무작위 같다가도, 가끔은 온 우주가 도와주듯 흘러가는 경우가 10년에 한두 번쯤 있는 것도 같고
= 제가 ‘진인사대천명’이라는 말을 참 좋아하거든요.
Q. 진인사대천명. “사람으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어떤 일이든지 노력하여 최선을 다한 뒤에. 하늘의 뜻을 받아들여야 한다.”
= 네. 제가 그 말을 왜 좋아하냐면요.
예를 들어, 15대 15로 싸우는 게임을 한다고 하면. 사실 내가 잘해도 14명이 엉망이면 지잖아요?
그런데 이런 게임을 수십 번, 수백 번 해보면 제 승률이 52~54% 정도 나와요. 그러니까 제 행동이 대부분은 별 영향이 없어 보여도, 분명 차이가 난다는 거예요.
Q. 그게 무슨 말이죠? 이해가 잘 안 되는데..
= 15명이 한 팀이니까, 제가 조금 잘한다고 해도 14명이 발목 잡으면 망하잖아요? 그런데 이걸 수차례 해보면 이길까, 질까 애매한 상황에서 제가 잘나면 이길 수 있어요.
Q. 남들이 못해도, 내가 잘하면 이긴다는 말씀이신가요?
= 그런 상황도 생긴단 거죠. 줄다리기를 하는데, 우리 팀이 다 못나면 그냥 지겠지만, 팀원들의 상황을 수차례 바꿔가면서 하면 양쪽이 팽팽해질 수 있거든요.
그런 순간들에, 제가 열심히 잘 살아왔다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는 거죠.
Q. 오호.. 무작위 같지만, 가끔은 기회가 올 수 있다?
= 그렇게 얻은 기회가 말이에요. 열심히 노력해온 과정들이, 드디어, 긴가민가한 경계에서 터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번에도 예를 들어 볼게요. 주식할 때 랜덤 하게 보면 상승 50%, 하락 50%죠? 워런 버핏 같은 실력자들도 51%, 49% 그래요. 하루하루로 보면 거의 다르지 않아요. 버핏도 할 수 있고 알 수 있는 게 얼마나 되겠어요. 그냥 개인일 뿐인데.
그런데 저 1% 차이를 벌려놓고, 30년 간 하면 그게 대부호가 되는 길인 거죠.
Q. 그렇다면, 그 사소한 차이를 만드는 요인은 뭘까요? 운과 노력이 얽혀있는 걸까요?
= 네. 많이 얽혀있죠.
전, 좋아하고 잘하는 걸 하는 게 제일 첩경이 아닌가 해요.
Q. 첩경? 네이버 국어사전에 찾아보니까 “멀리 돌지 않고 가깝게 질러 통하는 길,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나오네요. 어휘력 부족 죄송;; 아무튼,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 왜 제일 지름길이에요?
= 미래는 제가 컨트롤할 수 없잖아요. 그런데 내가 제일 잘하는 건 뭔지 알 수 있거든요. ‘어쩌면’ 제가 잘하는 게 미래에 갑자기 대세가 될 수도 있어요. 그 작은 확률을 보고, 제일 좋아하는 걸 하는 거죠.
Q. 작가님은 뭘 좋아하세요?
= 전 물리도, 경제도 다 좋아했는데. 지금 와서 돌아보면 그냥 분석하고 설명하는 게 좋았던 거예요.
Q. 오. 저 그 답변 좋아요. 보통 뭘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선생님, 검사, 의사 같은 직업이나 과학, 음악 이런 식으로 분야나 직군을 말하잖아요
= 뭐 이것도 어찌 보면 돌이켜 보니 그렇다는 거죠.
Q. 작가님이 좋아하신다는 것에 대한 진정성이 느껴져요.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오랜 탐구 끝에 알게 됐다는 것
= 제가 과거에 생각했던 건, ‘아 이거 해볼까’, ‘이건 재밌겠다’ 이런 기억들의 연쇄뿐이고. 그게 왜 즐거웠지 돌이켜 보곤 하죠.
제가 물리학과 들어갔을 때요. 06학번 때 제일 유행하던 게 카본 나노튜브랑 리튬에 수소 보관하는 거였어요. 그래서 그쪽 연구실이 엄청 인기 많았는데.
Q. 카본 나노튜브랑 리튬... 하... 뭔지는 모르겠지만요.. 일단 네네
= 뭔지 이해 못하셔도 괜찮은데, 결론적으론 둘 다 망했거든요. 제가 그런 걸 보면서 많이 느꼈죠. ‘미래를 예측하는 게 이렇게 허망하니 제일 잘하는 곳에서 ‘진인사대천명’ 하면서 지켜봐야지’
Q. 와 작가님 통찰에 감동... 혹시 책을 많이 읽으세요? = 고등학교 이후로 책 잘 안 읽어요. 연간 독서량이 먼 옛날엔 중요했을 수 있죠. 그게 고등 지식 습득의 기준이니까. 그런데 이제는 낡은 지표라고 생각해요. 이제 지식 얻을 곳은 방대하고 멋지고 맛깔나는 글들 넘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