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만 즐거운 수학 시간
소인수는 일단 단어부터 어렵다.
아들은 오늘 학원에서 푼 문제 중에 절반을 틀린 채로 붉게 사선 그어진 문제 페이지를 들고 왔다.
물어보니 소인수가 뭔지 잘 이해를 못하고 있다.
"아빠, 난 소인수가 공약수나 약분이랑 비슷한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잘 모르겠어요."
맞다. 일단 이해를 못했다.
그런데도 용케 반이나 맞춰서 왔다. 칭찬을 해줘야 하나?
"아들아, 공약수나 약수를 구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아. 다만 '공(公)'이라는 글자가 의미하는 것처럼 2개 이상의 숫자를 함께 나누어지는 것을 찾는 과정이 '공약수'를 구하는 것이고. '약수'는 특정 숫자가 어떤 숫자로 나누어질 때, 그 나누는 숫자 (예전에는 제수라고 배운 것 같기도 하다)를 약수라고 하는 거야"
"예를 들면, 12는 1 이외에 어떤 숫자로 나눌 수 있을까?"
"음... 2와 3 그리고, 4. 아 6도 있어요"
"그래 맞아. 그리고 1도 있지. 1은 항상 나누는 숫자로 들어가"
"아.. 그럼 1도 소인수? 그게 될 수 있는 거예요?"
"아니 1은 소수가 아니라서 들어가지 않아. 소수는 배웠지?"
사실 여기서 좀 짜증이 나긴 했다. 아들에게가 아니라 말을 정의한 사람들이다. 작은 수, 적은 수, 소수점이 포함된 수, 솟수가 모두 소수가 되었다. 국어 표기법에 의해 한자어에서는 모두 'ㅅ(시옷)' 받침을 삭제하기로 하여 솟수가 소수가 되었다는데. 가뜩이나 어려운 한자 단어로 가득 찬 수학 시간을 혼돈으로 몰아넣을 것이 분명하다. 아들을 살려야겠다.
"?"
"어 맞아 소수점 소수가 아니라 2,3,5,7,11,13 이렇게 올라가는 소수 말이야."
"네 배웠어요"
"재밌는 건 이 소수도 어떤 소수가 제일 큰지 알 수 없다는 것도 재밌긴 하지만 그건 일단 건너뛰고."
"위에 얘기한 것처럼 어떤 숫자를 나눌 수 있는 모든 숫자를 '인수'라고 해."
"예를 들면, 12의 인수는 1,12,2,6,3,4 이렇게 되지."
"아빠, 왜 그렇게 숫자를 왔다 갔다 하면서 써요?"
"아.. 미안 이건 아빠 습관인데. 인수를 구할 때 빼먹지 않으려고 이렇게 써."
"? 그게 상관이 있어요?"
"인수는 어떤 숫자를 나누는 수라고 했지?"
"네"
"숫자를 나눌 수 있다는 건 나눈 결과로 나온 몫이 있겠지?"
(예> 나누어지는 수 ÷ 나누는 수 = 몫 ∙∙∙ 나머지. 여기서는 나머지가 '0'으로 나누어 떨어지는 수를 말함)
"네 물론 있겠죠."
"나누는 수와 몫을 곱하면 원래의 숫자가 나와"
"똑같이 12를 예로 들면. "
"12÷1 = 12"
"12÷2 = 6"
"12÷3 = 4"
"이렇게 돼. 이렇게 계산하다 보면 나누는 수와 몫이 이렇게 딱 붙거나 같은 경우가 나오거든? 같은 경우는 나누어지는 수가 16인 경우지"
"16÷1 = 16"
"16÷2 = 8"
"16÷4 = 4"
"이렇게 나누는 수와 몫이 같은 경우도 있어. 이렇게 나누는 수와 몫이 같아지거나 혹은 그다음 계산에서 몫이 더 커질 것 같으면 계산할 필요가 없는 거야. 이렇게 해 놓고 나누는 수와 몫을 모두 쓰면 이게 다 인수가 되는 거야"
"와..."
"물론 인수를 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어. 특히 소인수를 구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모든 인수를 구하는 것보다 빨리 소인수를 구하는 지름길도 있지. 나누거나 나뭇가지를 펼치는 방법도 있는데. 아빠는 나뭇가지 방식으로 펼치는 게 쉬운 경우가 많긴 했어. 그건 개인마다 구하는 습관인 것 같아"
"어쨌든,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소인수라는 것은 숫자를 가장 기본적인 단위로 쪼개서 그 곱으로 나타내는 것을 말해. 이 소인수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곳에서 응용이 될 거야. 그리고 계산을 빠르고 편하고 쉽게 만들어주는 역할도 해. 잘 연습해서 써먹어보자"
"자 인수를 구하는 건 해 봤으니 소인수를 구해보자. 앞에서 12나 16의 인수를 구해봤잖아? 이걸 소인수로는 어떻게 나타낼까?"
"소인수 분해는 어떤 숫자를 소수의 곱으로 나타내는 건데. 몇 가지 접근 법이 있어."
"이런 것도 접근 법이 여러 개가 있어요?"
"물론. 원리를 알면 다 같은 것이긴 하지만. 처음에는 네가 가장 편한 방법으로 하는 게 좋지"
"제일 먼저 그 숫자가 어떤 숫자의 곱으로 표현되도록 떠오르는 대로 우선 나누고 그걸 계속 쪼개고 나누어서 소수가 나올 때까지 쪼개는 방법이 있고"
"또 하나는 제일 작은 소수부터 시작해서 계속 나누어 보는 방법도 있어. 두 가지 다 해볼까?"
"네"
"조금 큰 수로 해보자 124라는 숫자를 그냥 한 번 나누어 보자. 대충 4개로 쪼개 볼까? 그럼 4 × 31 이 되네"
"거기에 4는 2 × 2니까 2 × 2 ×31이 되는 거야. 따라서 2^2 ×31 이 되고. 이 숫자를 구성하는 가장 작은 구성단위인 소인수는 2와 31이 되는 거지"
"간단하게 12로 다시 해볼까?"
"12는 3 ×4로 이루어져 있고, 다시 3 × 2^2로 표현될 수 있어. 따라서 12의 소인수는 2와 3이야"
"이번에는 가장 작은 소수부터 차례대로 나누어가는 방식으로 풀어보자"
"56이라는 숫자를 인수 분해하여 소인수의 곱으로 즉 소인수 분해를 해보자"
"56을 가장 작은 소수인 2로 나누어보자. 일단 확률적으로 홀수와 짝수가 절반씩 있다고 하면 짝수는 다 2로 나누어지니까. 짝수로 보이면 무조건 2로 나눠서 숫자를 작게 만들면 계산을 하기 조금 더 편하기는 해."
"여기서는 그런 대충의 통찰력을 위함이 아닌 순서대로 작은 소수부터 나누어본다는 의미에서 한 번 시작해 보자"
"56은 2로 나누면 28이 나오네. 여기서 28을 또 2로 나누면 14가 되고. 또 2로 나누면 7. 7은 1과 자기 자신으로만 나누어지는 소수이므로, 더 이상 나눌 수 있는 수는 없는 거네. 2^3 × 7 = 56 이 되고. 56의 소인수는 2와 7이 되는 거야."
"소인수로 나누게 되면 대부분 소인수의 몇 제곱으로 표현이 돼. 가장 작은 인수와 그 수가 몇 번 곱해졌는가에 따라 숫자가 달라지는 거야.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숫자는 때로는 매우 크고 엄청나게 복잡한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지만. 나누고 쪼개고 또 나누다 보면 결국 소수들의 곱으로만 남게 되고. 그리 크고 복잡한 수가 아닌 것으로 보이지."
"우리가 알고 있는 스마트폰. 되게 정교하고 복잡한 장치가 많이 들어가 있어. 그런데 이걸 나누고 쪼개고 또 나누어 보면. 마지막에는 전기가 통하는 물질과 통하지 않는 물질. 그리고 어떤 조건일 때만 전기가 통하는 물질. 이렇게 3가지의 물질로 구성되어 있어. 어떻게 보면 휴대폰의 소인수는 전기와 전기가 통하거나, 안 통하거나, 때에 따라 통하는 이렇게 4가지의 소인수로 구성되어 있다고도 말할 수 있겠지.
"아... 그럴듯하네요"
"세상의 본질을 파헤쳐 보면 이렇게 단순화시킬 수 있는 경우가 너무 많아. 우리가 살아가는 것도 마찬가지야. 큰 문제에 파묻혀 있다고 생각하면 해결할 수 없을 것 같고 도저히 헤쳐나갈 수 없을 것 같아 보이지만 따지고 나누고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냥 작은 여러 가지의 사건의 문제이거나 혹은 그냥 우리 마음만 바꾸면 되는 생각의 문제일 수도 있어. 이렇게 소인수 분해를 보면서 앞으로 어떤 어렵고 크고 두려운 일이 나타나더라도 '너도 쪼개고 나누면 그냥 작은 일에 불과해'라고 생각하고 힘차게 이겨나가는 멋진 아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오늘은 아빠가 말을 너무 많이 했네." (그런데 손가락이 아프다...)
"또 모르는 문제가 헷갈리는 문제가 생기면 아빠를 찾아줘~"
[참고자료]
1. https://namu.wiki/w/%EC%86%8C%EC%9D%B8%EC%88%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