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고래는 물 밖에서 숨을 쉰다. 다른 어류들과 달리 포유류인 고래는 아가미가 없기 때문이다.
물 위로 올라와 잠시 쉬는 그 숨으로, 고래는 물속에서 헤엄치고 살아가는 것이다.
때론 고래가 물 위로 뛰어오르기도 하지만
고래는 다시 물로 돌아간다. 고래에겐 공기만큼이나 물이 필요하니까,
고래에게 모든 물속 삶은 잠수이다. 그저 숨을 참고 헤엄치는 순간들일 뿐이다.
고래를 살아있게 하는 건 물일까 공기일까.
나에게 책과 영화는 물 밖 세상이었다. 저 물 밖 세상에 나가 살 수 있지 않을까. 때때로 고민했었다.
하지만 머지않아 깨달았다. 내가 고래라는걸, 현실에 충실한 어류들, 예술가 포유류들과는 다른, 고래라는 걸.
나는 평생 그들을 동경 하면서 어디에도 완전히 소속되지 못한 채 물 밖과 안을 헤엄쳐 왔다.
물 밖에만 있다면 말라 죽고, 물 안에만 있다면 익사할 테니까.
물 밖에선 늘 목이 말랐고, 물 안에선 늘 숨이 찼다. 내 삶은 늘 그 갈증과 과호흡의 연장선이었다.
진짜 내 삶은 물 안에 있는 걸까, 물 밖에 있는 걸까
늘 얕은 공기를 마시고, 얕은 물에서 헤엄쳤다. 나는 그 어디에서도 깊어지지 못했다.
물 안에서만 살아갈 열정도, 물 밖에서 살아갈 용기도 없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있는 힘껏 물 위로 뛰어올랐다.
숨쉬기 위해서, 때론 이 물이라는 현실을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으로,
어떨 땐 그냥 말라 죽기를 바라면서. 그렇게 더 높이 ,더 높게 뛰어올랐다.
그렇게 수없이 뛰어오르면서, 수없이 지쳤고, 수없이 그들을 부러워했고, 수없이 도망치고 싶었다.
마침내, 그 무수한 도약 끝에 나는 진짜 나를 맞이했다. 내가 고래라는 사실을 받아들임으로써,
뛰어올라 바라보는 물 밖 세상과, 잠수하여 맞이하는 물 속을 모두 만끽하는 고래라는 사실을,
그 어떤 포유류보다 물을 사랑하고, 그 어떤 어류들 보다 물밖을 사랑하는 고래라는 사실을 받아들임으로써,
그렇게 머무는 모든 시간들의 찬란함을 간직한채, 있는 힘껏 숨 쉬고 있는 힘껏 헤엄친다.
이제 나는 뛰어오른다. 삶을 만끽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