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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의의

by 채도해

책을 읽는 이유야 마르고 닳도록 이유를 달리하며 말할 수 있다. 두 달 전쯤 운이 좋게 삼일의 휴일을 얻게 되며 오로지 책과 영화에만 매몰되며 나날을 보냈다. 그렇게 네 권의 책과 다섯 편의 영화를 보았다. 그리곤 감정의 혼돈이 잦아들고 초연한 기분까지 느끼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 일상이라는 반복에 짓눌리며 그날이 떠올랐고 초연하게 된 이유가 뭘까? 생각하게 되었다.


짐작건대 책을 읽는다는 것은 나로만 이루어진 세계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마치 발치만 보고 서있던 시선을 멀리까지 다다르게 한다. 책과 영화를 보면 쉽고 빠르게 다른 이의 세계를 엿보고 발담그게 된다. 이 일은 내가 겪는 일만이 또 내가 겪는 감정만이 세상의 전부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그러니 초연해지는 것 아닐까? 짐작한다. 이런 순간은 나라는 인간에겐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일이 된다.


며칠간 혼란한 기분 감정 그로 인한 몸의 반응까지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시간 속을 지내고 있다. 이럴 땐 벌어진 일과 상황, 내 안으로 향하는 부정의 감정들 까지 시선은 좁아진다. 이럴 땐 뭐든 해야 한다. 누워서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는 일은 쉽다. 쉬운 일은 잠식으로 이어진다. 사실 이럴 땐 뭐든 하는 게 쉽지 않다.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재보며 평소엔 하지 않던 효율을 추구해야 한다는 강박에 선뜻 무언가를 선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생은 이 것의 반복인듯하다. 익숙해진 듯 하지만 벗어나는 일은 매번 새롭다. 그렇게 오늘은 일어나 좋아하는 옷을 입고 아껴 쓰던 향수를 뿌리고 약간의 벽돌 책을 들고 평소 가고 싶어 저장해둔 카페를 와 이 글을 쓰고 있다. 사실 마음의 안정이라거나 상황의 변화 라거나 실질적으로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한 발을 내디딘 것에 의의를 두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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