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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글탐가
Nov 06. 2024
갑상선 여포종양 수술, 그 3일간의 기록
# 수술에서 찾은 행복
갑상선 여포 종양 수술을 위해, 10월 30일 입원했다.
2시에서 4시까지 병원에 입원하라는 메시지를 받았고, 나는 2시가 조금 넘어 입원했다.
광명 중앙대 병원, 91 병동!
내가 입원할 병동이다.
아버님 신장 투석 때문에 자주 드나들던 병원인데, 이제 나는 보호자에서 환자가 되어 병원에 들어섰다.
아버님 병원에 입원했을 때는 한창 코로나 시기로 병실 입구의 문턱이 너무 높았다.
그때를 떠올리며, 피식 웃음이 났다.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보호자로 휠체어를 타고 병동에 들어가시는 아버님을 보면서 눈물이 날 것 같은 마음을 많이 추슬렀는데,
놀랍게 정작 환자로 들어가는 나는 담담한 마음이다.
내가 들어간 곳은 901호실로, 바로 문 옆이었고 간호사 데스크 앞이기도 했다.
나는 4인실 창가, 침상으로 배치됐다.
블라인드가 쳐져 있음에도 뜨거운 햇살이 들어와 좀 덥게 느껴졌다.
싸 온 짐을 풀고, 환자 복으로 갈아입고 나니 이제 겨우 실감이 났다.
침대에 눕자마자, 간호사들이 온갖 검사를 위해 드나들었다.
키와 몸무게를 쟀고(남편에게 처음 공개된 몸무게였다. 남편이 휘둥그레진 눈을 바라보고 있자니 ㅎㅎㅎ뒷말은 생략하겠다.), 혈액형을 알기 위한 피검사와 또 내일 수술을 위해 주삿바늘을 연결시켜야 했다.(온갖 수액과 진통제를 투입시킬)
초보 간호사가 정맥을 잘못 찾아 주삿바늘을 여기저기 찔러대다 보니, 멍이 들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해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연신 죄송하다며 사과를 하는 그녀를 보며 아픔보다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괜찮아요. 천천히 하세요."
아프니 오히려 마음의 여유가 생겼나?
나도 모르는 너그러움이 생겼다.
결국 그녀는 내 정맥에 주삿바늘을 찌르는 것을 성공하지 못하고 수간호사를 불렀다.
'그럴 수 있지. 서투른 때는 누구나 있으니까.'
한차례 간호사들이 몰려오는 것이 잠잠해지자, 난 마음의 여유를 찾기 위해 성경책을 펼쳤다.
눈으로 읽고 있지만, 머릿속이 텅 빈 사람처럼 내용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다.
글자만 내 머릿속을 한참 떠돌고 있을 때, 간호사가 들어와 수액을 놓았다.
수액과 함께 나의 병실에서의 첫날밤이 깊어졌다.
둘째 날, 8시!
나는 첫 번째 수술 환자가 되었다.
어젯밤 12시부터 금식이 이어졌다.
수술 후 움직이지 못할 것을 대비해 이를 닦고, 또 세수를 했다.
목 부분의 수술을 위해, 나는 환자복을 망토처럼 거꾸로 입어 단추 하나만 채운채 이동해 주실 분을 기다렸다.
이동해 주실 남자분이 도착했는데, 헤어스타일이 힙합 하시는 분들처럼 독특한 분이었다.
그분의 헤어스타일이 눈에 들어오는 걸 보니, 아직 여유가 있네라고 생각하며 미소를 지었다.
7시 30분에 휠체어를 타고 수술대기실로 이동했다.
제법 멀쩡한 정신으로 휠체어에 앉아 수술 대기실 병동을 구경할 수 있었다.
마치 드라마 속 한 장면처럼, 슬로모션처럼 움직이는 간호사들과 대기 환자들이 보였다.
나를 제외한 환자들은 모두 침상에 누워 있었다.
간호사 중 한 분이 내가 추울 거 같다며 따듯하게 덥혀진 얇은 이불(?)을 덮어 주었다.
수술 담당 간호사들이 들락거리며 환자의 이름을 불렀고,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침상이 하나둘씩 빠져나갔다.
그리고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오래 기다리셨죠? 이동하실게요."
그렇게 나는 다시 휠체어를 타고 수술실로 이동했다.
수술 침상으로 올라가 누우니, 마취과 선생님이 다가왔다.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내쉬세요."
그 말에 따라 나는 눈을 감고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동시에 산소호흡기가 내 입으로 다가왔다.
블랙아웃! 모든 것이 사라지는 순간, 내 기억 속에서 사라진 시간들이 지나갔다.
얼마나 지났을까?
"눈 뜨셨어요?"
끔벅끔벅!
눈을 깜박이는데 주변의 풍경이 들어왔다.
마취가 깨어나길 기다리는 대기실!
익숙한 의사 선생님의 목소리가 간호사에게 하는 소리가 들렸다.
"혈압이 높아. 안 떨어져!"
으음... 그렇군.
"환자분! 주무시면 안 돼요."
으음... 그렇군.
"자, 이제 병실로 옮겨드릴게요."
으음... 그렇군.
간호사가 보호자를 외쳐 부르는 소리가 들렸고, 곧이어 남편의 얼굴이 보였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정말 하나도 없었다.
그저 내 눈에 들어오는 광경을 바라볼 수만 있었을 뿐.
다시 901호 병실로 옮겨졌다.
담당의사가 방문해서 주의사항을 말해줬다.
"절대 힘주시면 안 됩니다. 수술은 잘 됐고요. 그리고... 혈압이 조금 높은데, 수술 후 통증 때문에 그럴 수도 있으니까... 진통제 놔드릴게요."
아팠다.
사람들의 말소리가 귀에 들리지 않을 정도로.
그렇게 잠이 들었나...
"환자분! 잠드시면 안 됩니다."
마취 깰 때까지는 자면 안 된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나도 모르게 절로 눈이 감겼다.
중간중간 남편이 내 손을 잡아주며 나를 깨어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화장실이 가고 싶었다.
조금 전에 화장실을 가서 시원하게 일을 보셔야 한다는 간호사의 말이 있었으므로 나는 보호자인 남편에게 도움을 청했다.
남편은 내 몸무게를 감당하며 나를 일으켜 세웠고, 전전긍긍 내가 다칠세라 나를 부축했다.
그렇게 남편을 의지하며 화장실을 갔다.
남편이 보는 앞에서 볼일을 봐야 하는 데도, 수치스러움을 느끼지 못했다.
남의 편이라 남편이라 했는가?
하지만 이 순간, 내가 고통에 처해 의지할 곳이라고는 남편밖에 없는 상황에서 남편은 순도 100% 내편이 돼 주었다.
수술 당일날은 움직이지 말라는 의사의 말대로 나는 하루종일 침상에 누워 있었다.
그러면서 수술 부위보다 허리가 더 아팠다.
"자기야~ 나, 허리가 너무 아파. 나 좀 일으켜줘!"
그렇게 침대만 일으켜 세웠다 눕혔다를 반복했고, 화장실을 수없이 들낙거렸고, 또 기침이 나올까 봐 연신 물을 마셔댔다. 그 시간이 지나가며 나의 아픔도 점점 더 옅어져 갔다.
다음날은 생각보다 컨디션이 좋았다.
아침 점심, 죽을 먹고 저녁에는 밥을 먹었다.
아, 이것은 나의 선택이었다.
아직 목 넘김이 불편해서 그렇게 선택한 것이다.
갑상선은 위와 상관이 없어서 사실 그냥 밥을 먹어도 되는 처방이 나온다.
감사하게도, 밥을 맛있게 먹었다.
밥을 먹으면서 수액을 떼어냈고, 진통제만 투여됐다.
확실히 몸의 움직임이 좋아졌다.
혼자 화장실도 갈 수 있었고, 또 혼자 침상에서 몸을 일으킬 수도 있었다.
또 걸어서 수술 후 영양적인 식사법에 대한 교육도 듣고, 수술 후 일상생활에 대한 주의사항도 들었다.
물론, 체력이 급속도로 저하돼서 움직이고 나면 두, 세 시간 침대에 누워 잠이 들곤 했다.
"내일 오전에 10시에서 11시에 퇴원 도와드릴게요."
퇴원 일정도 잡혔다.
퇴원 후 집으로 간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졌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병실의 풍경은 다채롭다.
짧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환자들이 바뀐다.
항암 치료를 재입원한 사람도 보인다.
그들은 대부분 머리에 두건을 쓰고 있다.
유방암, 대장암... 또 대장암 수술 후, 폐에 전이가 돼서 검사를 위해 입원한 사람.
병의 종류도 다양하고, 사연도 다양하다.
입원을 준비하는 날, 하루.
수술 날, 하루.
회복의 날, 또 하루.
그리고 퇴원!
짧지만 긴 이 시간들 동안, 내 머릿속에는 정말 많은 생각들이 왔다 갔다 한다.
병마와 싸우는 사람들의 고통, 그리고 그들의 인생과 가족들의 사랑.
집에 남겨두곤 온 아이들을 걱정하며 자신의 아픔을 뒤로 젖힌 채 아이들 끼니를 걱정하는 목소리들.
그리고 처음 수술을 맞이한 나에게 고생했다, 수고했다 던지는 말 한마디!
나보다 더한 고통을 겪고 있을 그들의 넉넉한 마음에 왈칵 눈물이 쏟아진다.
고통을 겪은 사람이 그 고통을 이해한다 했던가?
이름도 모른다.
나이도 모른다.
그들의 인생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입원해 있었던 그 짧은 시간,
그들의 눈빛에서 볼 수 있었던 안타까운 눈빛!
당신의 고통을 나도 충분히 안다는 무언의 눈빛에서 다가오는 위로!
그렇게 나는 위로와 회복의 시간을 넉넉히 채운 채, 퇴원을 준비한다.
어느 날 갑자기 나에게 찾아온 갑상선 여포종양.
그리고 수술!
그 시간들을 통해 나는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에 대해 감사한 시간을 되찾는다.
나를 걱정해 주며,
기도해 주는 사람들.
내 옆에서 순도 100%, 내 편이 되어서 나의 수치스러움조차 커버해 준 남편과 가족들의 사랑.
그리고 내 인생에 처음 만난 901호실 환우들의 따듯한 말 한마디와 눈빛을 통한 위로!
이 모든 것들이 나의 수술의 결과이다.
목에 난 수술 자국을 바라보면서 난, 이 모든 것들에 감사했던 마음을 결코 잊지 않기로 마음먹는다.
그래서 나도 더 따듯한 사람이 되길!
더 많은 사랑이 내 안에 있길! 그 사랑이 다른 이들에게 흘러가길!
"요즘 내가 아주 호사를 누리는 거 같아."
퇴원한 후, 나의 밥을 챙기고 설거지와 빨래를 담당해 주는 남편의 손을 잡아주며 말을 이어갔다.
"나, 참... 행복한 사람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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