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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직장인 진숙님 Jun 19. 2022

생애 첫 매니저를 위한 1:1 튜토리얼

꼬마 매니저가 꼬꼬마 팀원에게 1:1을 해야 할 때

직장에는 다양한 이유로 하급자 혹은 내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의 대상자를 1:1 해야 하는 일들이 발생한다. 전 직장에서도, 전전 직장에서도 팀 내 가장 막내를 담당하던 나는 언제나 내 매니저와 팀원들의 1:1과 코칭을 받는 역할이었으나, 직장을 옮긴 뒤 이제는 내 프로그램의 대상자들에게 1:1과 코칭을 해줘야 하는 역할이 되었다. 그러나 1:1 하는 법을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 꼬꼬마 매니저가 1:1 하는 법에 대해 그동안 공부하고 부딪쳐 익혀온 경험들을 바탕으로 튜토리얼을 만들었다. 이름하야 1:1 101. 다시 보니 어감이 이상하니 그냥 1:1 튜토리얼이라 부르자.


이 글은 처음으로 매니저가 되었거나 / 처음으로 부사수가 생겼거나 / 처음으로 프로그램 운영을 담당하는 나와 같은 꼬마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작성되었다. 각 항목 뒤엔 나는 어떤식으로 진행하고 있는지를 예시로 적어두었으니 꼬마 직장인들께 도움이 되길 바란다. 만약 경험과 연륜 있는 으른 직장인분들께서 이건 아닌 것 같다, 나는 이렇게 했다, 하는 부분들이 있다면 얼마든지 알려주세요. 저도 지금 한참 배워가는 직장인 응앱니다.


1. Image making / Mindset


좀 있어보이려고 이미지 메이킹, 마인드셋이라고 했지만 별 거 없다. 내가 어떤 모습으로 1:1 대상자들에게 접근할 것인지에 대한, 내 이미지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야 일관성있고 꾸준한 모습을 보여 1:1 대상자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다. 변덕이 심한 상사를 좋아하는 하급자가 세상에 어디있겠나.


그렇다고 내게 없는 모습을 일부러 꾸며낼 필요는 없다. 나는 초보자일수록 '솔직함'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경험과 경력이 얼마 없는데, 이걸 일부러 꾸며내 '저는 이 업계의 50년차 전문가입니다.'라고 할 필요는 없을 뿐더러, 그런 거짓말은 금방 드러나 민망한 상황을 만들어내곤 한다. 솔직하게, 그러나 솔직한 내 모습 중 어떤 부분들을 주로 이들에게 보여줄 것인지에 대해 생각 해 보는 것이 1:1 준비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마인드셋은 이미지 메이킹과 이어진다.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를 정했다면, 이에 따라 1:1 때마다 이들을 대할 때의 마음가짐, 접근 방식에 대해 생각 해 보자. 누군가에게 보여줄 필요가 없으니 유치해도 괜찮다. 다만 이 마인드셋은 앞으로 대상자들이 내 관리를 떠날 때까지 쭉 이어질테니, 너무 '내가 아닌' 마인드를 꾸며내면 나도 힘들고 애들도 힘들다.


Example,

Image making : 언제나 솔직한 매니저. 모르는 건 모른다고, 못하는 건 못한다고, 해본 적 없는 건 해본 적 없다고. 그리고 공개할 수 없는 정보는 공개할 수 없다고 물어보면 언제든 말할 수 있는 사람. 일부러 전문가인 척 할 필요는 없지만, L&D를 해왔기에 내가 만드는 세션이 어느정도 전문성을 띄고 있다는 것을 인지시키기.

Mindset : 다른 건 몰라도 거짓말은 하지 말자. 나는 이들의 촉진자지 선생이나 상사가 아니다.



2. 대상자 분석 및 1:1 목적 설정


제목부터 굉장히 교육학스럽지만 배운 게 이거라 어쩔 수 없다. '나'에 대해 생각했다면 이제 '너'에 대해 생각할 차례다. 내가 1:1을 해야 할, 혹은 하고 싶은 대상자는 누구인가? 이들은 어떤 위치에서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1:1을 통해 내가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이렇게 한 문장으로 이어 붙이니 실제보다 더 어려워 보인다. 좀 더 풀어서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1. 내가 1:1을 해야 할, 혹은 하고 싶은 대상자는 누구인가?


Why에 대해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게 아닌가요? 하고 묻는 멋진 사람들도 있겠지만, 보통 꼬마 매니저들에게 1:1은 '위에서 하라고 해서' 혹은 '뭔가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이 고찰은 뒤에서 다시 할 수 있으니, 지금 단계에선 이것보단 '대상자'에 집중하는 편이 좋다.


우선 내가 희망하는 1:1 대상자들을 리스트업 한다. 보통은 내 부사수, 직장 후배, 팀 내 주니어 (나도 주니언데 ㅠㅠ), 프로그램 참가자 등이 될 것이다. 아무튼 하고싶은 이들의 이름을 쭉 적어본다. 눈으로 대상자의 숫자와 이름을 볼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2. 이들은 어떤 위치에서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가?


1번에서 리스트를 작성했다면, 이제 이들을 시각적으로 조직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때 원노트, 에버노트, 노션 등의 생산성 프로그램을 통해 정리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들의 이름별로 페이지를 만들고, 내가 알고있는 이들의 온갖 정보를 우선 다 모아보는 것이 시작이다. 이들은 어떤 조직의, 어떤 롤인지, 매니저가 누구인지 부터 시작해서 일단 내가 알고 있는 정보는 다 끌어와 적는다. 그러다 보면 궁금한 점이 생길텐데, 그것도 적는다. 일단 다 적는다.


3. 1:1을 통해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위에서 하라고 시켰든,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뭔가 해야 할 것 같든, 어쨌던 1:1은 양측 모두의 시간과 에너지를 써야 하는 작업이다. 이런 1:1에서 양측 모두 아무것도 얻어가지 못한다면 정말 슬프지 않겠나. 그러니 이 1:1을 통해 대상자들에게 무엇을 해주고 싶은지를 생각 해 보자. 여기서 나온 비정제된 생각들이 결국 1:1 플랜을 관통하는 목적이 될 것이다.


보통의 경우 조직 적응, 업무 수행능력 향상, 성과 피드백 등이 일반적인 목적이 될 것이다. 그러나 100명의 매니저는 100개의 서로 다른 상황에 처해 있는 법. 1번과 2번을 통해 정리된 대상자들의 특성에 따라 이들이 행복해할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를 생각 해 보자. 이를 위해 (아마도 상급자일) 나는 1:1으로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 물론 구체적일 수록 좋겠지만, 사실 여기까진 그냥 나 혼자 하는 생각들이라 어차피 얘기 하다보면 바뀌게 된다. 큰 덩어리여도 좋으니 우선 한두개정도라도 생각 해 보자.


Example,

1. 대상자 리스트 : 인턴십 참가자 13명
2. 대상자 특성 : 부서, 롤, 매니저 이름, 전임자 이름, 업무
3. 촉진 목표 : 성공적인 조직 적응, 프로그램 만족도 향상, 의미있는 인턴십 시간 만들기


3. 일정 셋팅 및 아젠다 설정


계획을 세웠으니 이제 인비테이션을 보내보자. 인당 30분 - 1시간 정도가 적절하지만, 내 일정과 상대방의 일정, 그리고 1:1 대상자 숫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우선 30분을 잡고, 혹시라도 이야기가 길어질 수 있으니 1:1 직후 30분정도를 비워두는 것을 추천한다. 애초에 1시간을 잡았다가 중간에 할 말이 떨어지면 '음.. 오늘은 여기서 마치고 (40분 남음) 시간 돌려드릴게요.' 하는 것도 민망하다.


첫 인비테이션을 보낼 땐 다음과 같은 내용들을 담아 보내는 것이 좋다.

1. 1:1의 목적

2. 1:1의 주기

3. 아젠다

4. 거절 / 다른 일정 제안이 가능함 안내


1. 1:1의 목적


1:1의 목적을 인비테이션에 담아 보내야 하는 이유는, 보통 나와 같은 꼬마 직장인들은 매니저가 '진숙씨, 시간 있어요?'라고 하면 긴장부터 하기 때문이다. 내가 뭐 잘못했나? 사고쳤나? 월루 하던 것 걸렸나? 그렇게 손톱을 물어뜯으며 하루하루 1:1 시간을 기다리다가, 막상 매니저가 '그냥 요새 잘 지내나 궁금해서요 ^^' 라고 말하면 온 몸의 긴장이 풀리기 마련이다.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이 1:1이 왜 이루어지는지를 인비테이션에 담아 보내는 것이 좋다.


2. 1:1의 주기


1:1의 주기 역시 나와 대상자가 마음의 준비를 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된다. 이 때 즈음 1:1을 하겠구나, 하고 예측 가능한 1:1은 대상자의 심리적 안전감에 큰 영향을 미친다. 사람은 자신의 삶이 예측 가능할 때 내가 통제 가능한 범위에 있다고 생각하며 심리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1:1은 이 날 진행되며, 앞으로 이러한 1:1은 분기/월/n주 단위로 진행될 것임을 안내하면 1:1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든다. 1:1은 한다고 했다가 안 하는 게, 안한다고 했다가 하는 것보다 대상자의 심리적 타격이 적다.


꼬마 매니저 역시 1:1의 주기를 미리 이야기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1:1을 단순히 노가리 타임으로 여긴다면 별 의미 없을 수 있지만, 보통 1:1은 비정기적일지라도 연속성 있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각의 주기마다 어떤 이야기를 하면 좋을지를 계획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3. 아젠다


위에서 목적을 적었는데 아젠다를 왜 적지?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목적과 아젠다는 다르다. 목적은 이 1:1을 통해 이루고 싶은 것이라면, 아젠다는 그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지 미리 안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젠다를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막상 부르니까 오긴 왔는데 할 말이 없어서 둘 다 멀뚱멀뚱하는 상황이 생긴다. 꼬마 직장인인 내가 1:1을 하는 상대란, 보통 나보다 더 꼬꼬마 직장인일 경우가 많다는 걸 생각하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렇기에 이들에게 미리 '우리는 이번 시간에 어떠어떠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할 거에요.'라고 말 해 주는 것 만으로도, 대상자들은 1:1을 준비하게 되며 이 1:1이 아무 의미 없다고 생각하지 않게 된다.


4. 거절 / 다른 일정 제안이 가능함을 안내


다시 말하지만, 꼬마 직장인인 내가 1:1을 하는 상대는 정말 사회 초년생 꼬꼬마 직장인인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상급자/매니저의 말은 꼭 지켜야만 하는 정언명령이라 생각하는 시기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 1:1은 당신의 일정에 따라, 혹은 당신이 느끼는 필요성에 따라 충분히 캔슬 / 일정 변경이 가능하다는 점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이 한마디가 내 매니저가 나를 존중한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별로 어려운 것 아니니 왠만하면 넣도록 하자.


5. Tips


위 4개 항목에는 넣지 않았지만 1:1 인비를 보내는 데 있어 몇가지 팁이 존재하긴 한다.

진짜 급한 사고가 아니면 당일 초대는 금물. 최소 2-3일 전에 인비를 보내자. 일주일 전에 보내면 베스트.


Example,

다음은 내가 직접 작성한 1:1 인비테이션이다. 회사를 특정하는 문구는 조금 수정하였다.


00님 안녕하세요,

0월 Monthly casual 1:1 요청드립니다. :)
이번에는 00님의 personal career goal에 대해 같이 이야기를 나누어 볼 예정이에요. Agenda는 다음과 같습니다.

* 인턴 업무 중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었던 일
* 00 인턴을 진행하는 이유 -> 나는 앞으로도 00(업무)을 하고싶을까?
* 부서/레벨과 관계 없이 한 번쯤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이벤트

이 외에도 궁금한 사항이나 지원/상담이 필요한 점이 있다면 다른 내용으로 이번 콜을 진행해도 괜찮습니다. 부담을 드리려는 것이 아니니 준비 없이 들어오셔도 되세요.

혹시 다른 시간대가 더 편하실 경우 0월 중 아무때나 제안 주세요.

감사합니다.
진숙 올림


4. 1:1 진행


여기까지 준비를 했다면 이제 1:1 당일이 되어 진행하는 일이 남았다. 일반적인 1:1은 아래와 같은 순서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아이스 브레이킹 - 메인 아젠다 - 코칭 - 랩업


1. 아이스 브레이킹


오늘 1:1의 주제가 무거운 내용이던 가벼운 내용이던, 1:1을 시작하자 마자 '자 그럼 지금부터 00에 대해 이야기 해 봅시다. 요이 땅.' 할 수는 없다. 인사를 하고, 요새 어떻게 지내는지를 묻고, 가볍게 분위기를 푸는 작업이 무엇을 하던 필수다. 때로는 이 아이스 브레이킹에서 이번 / 다음번 1:1 주제를 찾아낼 수도 있으니 아이스 브레이킹이라고 얕볼 작업은 아니다.


이때 신경쓰면 좋을 점이 있다면, 아이스 브레이킹의 내용을 오늘 1:1의 주제와 연관지으면 이야기를 전개하기 수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성과 피드백을 주는 1:1 자리에 '점심 맛있게 드셨어요?' 보단 '요새 00일 하고 계시던데 어떠세요? 좀 재미 있으세요?'가 더 이야기를 부드럽게 전환하고 이끌어 나가기에 적절할 것이다. 1:1 주제별로 내가 주로 쓰는 아이스 브레이킹 소재를 소개한다.


성과평가 - '요즈음 00일 하고 계시단 말씀을 들었는데, 어떻게 진행하고 계세요?' '전에 보니 00님과 자주 일 하셨던데. 요즘은 어떠세요?'

조직적응 - '점심식사 맛있게 하셨어요? 누구랑 같이 드셨나요?' '요새 커피타임은 자주 하세요?' '요즘 사무실은 자주 나가세요? 아니면 재택?'

업무 수행능력 향상 - '요즘 어떤 프로젝트 주로 하고 계세요?' '좀 재밌게 일 하시는 것 있으세요? 그 일을 하는 동안 혹시 막히던 부분이 있으셨나요?'


2. 메인 아젠다


메인 아젠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 조금 더 1:1을 수월하게 할 수 있는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 나는 사람이 싫고 낯을 가리는 60% 확신의 I(내향형)이기 때문에 전략 없이는 1:1이 힘들다. 인간의 시대가 저물고 곧 고양이가 세상을 지배할 것이다. 애옹.


내 이야기(조언, 충고)보단 질문을 하자.


좋은 1:1은 내가 아닌 상대방이 약 70%를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찌 되었던 나는 상급자 혹은 매니저이므로, 내가 입을 여는 순간 "꼰"이 된다는 생각을 늘 염두에 두자. 내 이야기는 요청을 받았을 때만, 그 대신 질문을 많이 하자.


Open Question이 좋다고는 하는데, 하급자 입장에서 솔직히 말하자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특히나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묻는 오픈 퀘스쳔은 하급자 입장에서 굉장히 부담스럽고 힘들다. 열린 질문으로만 계속 질문하면 나와의 1:1은 '00님과 이야기 하면 진짜 좋아요!'라는 평판만 남기고 두번 다시 이들로부터 1:1 신청을 받지 못할 것이다.


중요한 건 쉬운 질문 2개, 어려운 질문 1개의 비율을 유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쉬운 질문 - 점심 먹었어요? 누구랑 먹었어요?
어려운 질문 - 00님과 식사할 때 어떤 이야기들을 주로 나누세요?

쉬운 질문 - 요새 어떤 일 하고 계세요? 누구랑 같이 진행하고 계세요?
어려운 질문 - 그 일 중에서 가장 재미있던 / 어려웠던 부분이 뭔가요?


감이 좀 잡혔으면 좋겠다. 직원들이 상사가 리더십 교육을 받으러 가는 걸 좋아하지만은 않는 이유가 뭔지 아는가? 가서 리더십 전략을 배워온 뒤 상사가 직원들에게 평소에 하지 않았던 짓을 한다는 것이다. 그 중 대표적인 하나가 열린 질문이다. 직원들은 열린 질문이 힘들다.


좋은 얘기 - 불편한 얘기 - 좋은 얘기


1:1을 할 때 언제나 듣기 좋은 이야기만을 할 수는 없다. 결과가 좋지 않은 성과나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 할 수도 있고, 높으신 분께서 '요즘 걔네 좀 그래' 하는 의중을 비치면 울며 겨자먹기로 쓴소리를 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럴 땐 당근 - 채찍 - 당근 전략을 사용해야 한다.


사람은 칭찬과 인정을 통해 동기를 부여받고 확신을 얻으며 성장할 수 있다. 상과 벌 중 벌이 도움이 된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우선 내가 학교에서 배운 바로는 대부분의 경우 상이 더 효과적이며, 옳은 방법의 칭찬이 개인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비록 듣기 싫은 소리를 해야 하더라도 그 앞뒤를 칭찬으로 교묘하게 포장하는 편이 듣는 이의 심리적 장벽을 낮출 수 있을 뿐더러, 부정적 피드백으로 말미암은 사기 및 근로의욕 저하를 최대한 막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아닌데요, 저는 당근보다 채찍이 더 잘 먹히는데요.' 라고 할 수 있겠다. 채찍형 인간에게 칭찬은 별 쓸모 없는 데에서 그치지만, 당근형 인간에게 채찍은 그냥 모든 것을 다 포기하게 만든다. 행복의 총량을 늘리는 공리주의적 관점으로도 당근이 효과적이다. 매니저의 역할은 팀원을 코칭하고 독려하고 촉진시키는 것이지, 자진퇴사를 시키는 게 아니다. 아무리 좋게 포장해도 사랑의 매는 폭력이고 직장 내 괴롭힘일 뿐이다.


그럼 당근-채찍-당근을 어떻게 써야 잘 쓸 수 있을까? 예시를 통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실제로 내가 중간평가 피드백 때 진행했던 1:1이고, 이후 이 인턴은 성과와 태도가 개선되어 내게 몇 차례 감사하단 인사를 보냈다. 개인 및 회사가 특정될 문구는 다소 수정하였다.


당근 - 00님께서 00일 굉장히 열심히 하셨더라구요. 직접 확인 해 봤더니 배경을 전혀 모르는 저도 알기 쉽게 구성이 잘 되어있어서 이해하기 정말 편했어요.

채찍 - 그런데 00님께서 예상하셨을지 모르겠지만.. 평가 결과 자체는 기대하신 것만큼의 점수가 나오진 못했어요. 00일이 아마 영향을 미쳤던 게 아닐까 싶어요.

당근 - 하지만 첫번째 프로젝트도 잘 마무리 되고 있고, 앞으로 남은 기간도 있으니까요. 00님께서 즐겁게 하셨고 보다 잘 하셨던 00 능력을 바탕으로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더 좋은,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실 수 있을거에요. 모두가 같은 종류의 능력을 가진 것도, 같은 시기에 능력을 개화하는 것도 아니니까 00님께서 잘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잘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 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당연하게도 두 번째 당근이 첫 번째 당근보다 더 크고 더 마음쓴다는 느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미 대상자는 쓴소리를 들어 마음이 상했다. 매니저의 역할은 반쯤 베이비 시팅이란 사실을 인정하자.


3. 코칭


메인 아젠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대상자가 조언을 요청하거나 매니저의 관점에서 코칭이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을 것이다.


충고나 조언보다는 '내가 실패했던 이야기'를 해 주는 것이 좋다. 나도 비슷한 일을 했을 때 이런 어려움을 겪었고, 그랬기에 이렇게 극복해 지금 자리에 섰다, 하는 식의 스토리가 그나마 덜 '꼰'스러운 코칭이 된다. 라떼는 말이야가 문제라지만, 뇌피셜 충고보단 라떼가 그나마 낫다.


혹은 지금 당장 알고 있는 정보의 링크를 전달 주는 것 역시 바람직하다. 아무리 캐주얼한 1:1이라도, 이들이 나에게 문의하고 고민을 상담하기까지 수많은 내적 갈등과 두려움을 이겨내 말을 꺼낸 것이기에, 이들의 고민을 공감하고 함께 풀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제스쳐를 보여주는 것 만으로도 이들은 많은 위로를 얻는다.


제일 중요한 것은 '절대 길지 않게' 이야기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나 혼자 5분 이상 떠들 것 같으면 그건 1:1에서 다루기 적합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룹 세션이나 개인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의 다른 액션을 취해야 할 일이지 잔소리로 해결될 일이 아님을 염두에 두자. 1:1은 말 그대로 두 사람이 일대일로 만나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지, 내가 일방적으로 잔소리를 하는 시간이 아니다.


4. 랩업


예정되었던 시간으로부터 약 5분정도 남으면 2-3분정도 마무리를 시작한다. 오늘 했던 이야기들은 이러이러한 내용이었고, 이 1:1이 끝나면 나는 당신에게 어떤 도움을 언제까지 줄 것인지를 안내하면 이야기의 마무리가 된다. 시간이 여유롭다면 다음 1:1은 언제 어떤 내용으로 진행 될 것인지를 안내하면 대상자가 다음 1:1을 기대하고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된다.


랩업 이후 최소 2-3분정도를 비워두고, 혹시 오늘 하고싶었는데 하지 못했던 말이나 질문이 있는지를 물어보는 것 역시 매니저가 자신을 존중하고 대우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매니저도 1:1에서 하고싶은 말을 준비하듯이, 대상자 역시 1:1에서 하고싶은 말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야기를 진행하다 보면 어쩔 수 없는 롤의 특성상, 1:1을 매니저가 이끌어가기 때문에 대상자는 하고싶었던 말을 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들이 생긴다. 그러면 모두에게 찜찜한 1:1이 되기에 마지막에 꼭 한 번 물어주자. 별로 어렵지도, 많은 시간이 들지도 않는다.


Example,

(아이스 브레이킹)
뒷 배경이 사무실/집 인데, 사무실/재택근무 하세요?
요새 회사는 얼마나 자주 나가세요?

(메인 아젠다)
프로젝트와 팀 서포트 업무가 바쁘실 것 같아요. 요즘은 어떤 일 주로 하세요?
하셨던 일들 중에 어떤 일이 가장 재미있었나요?
00일은 재미있으신가요? 앞으로 해보고 싶은 다른 일은 있으세요?

(코칭)
저는 이렇게 커리어를 바꿔 왔어요. (내 이야기 사례 설명)
00님도 어떤 일을 할 때 그래도 더 재미있는지를 발견하고, 즐겁게 일 할 수 있도록 커리어를 밟아가시면 좋겠어요.

(랩업)
저희 오늘 커리어 관련해서 이야기 해 봤어요.
00님께서 말씀 주신대로 00에 대해 찾아보고 메신저로 링크 전달드릴게요.
혹시 오늘 꼭 이야기 하고 싶었는데 어쩌다보니 하지 못했던 말이나 궁금했던 점이 있나요?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 달에 다시 1:1 드릴게요.


5. 팔로업 (후속조치)


1:1이 끝나면 오늘 1:1에서 나왔던 이야기들을 앞서 대상자 분석 단계에서 만들었던 개인별 페이지에 기억 나는대로 적는다. 전부 다 적을 필요는 없다. 나는 주로 원노트를 사용하는데, 이 원노트는 앞으로 계속 이어질 1:1의 비밀 무기가 될 것이다.


만약 당신이 1:1을 해야 하는 사람이 한 명 뿐이라면 크게 상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처럼 매달 정기적으로 1:1을 해야 하는 대상자가 20명이 넘어간다면, 대체 누가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이 나는 일보다 안 나는 일이 더 많다. (미안하다...) 그래서 개인별 페이지를 통해 어떤 이야기들이 나왔고, 요즈음 어떤 일을 겪고 있고 하는 점들을 기록하면 다음 번 1:1 때, 혹은 함께 업무를 진행할 때 참고하기 좋다. 사랑은 상대방이 내가 한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을 때 느껴지는 법이다.


그렇다고 1:1에서 나왔던 모든 이야기들을 기억을 되살려 적을 필요는 없다. 우리도 친구와 카페 가서 얘기 한다고 한시간 동안 했던 모든 말들을 토씨 하나 빠지지 않고 기억하지 않지 않는가. 인상 깊었던 몇 가지 이야기들만 적어도 충분하다. 1:1 도중에 이런 메모를 적어도 되지만, 정말 중요한 1:1이 아닌 캐주얼 1:1일 경우 왠만해선 그냥 그들의 말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모든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약속했던 일들을 꼭 수행해야만 한다. 매니저에 대한 신뢰를 망가뜨리는 데 공수표만큼 쉽고 빠른 방법은 없다.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빠르게 수행하고, 해 봤는데 안 되는 일은 안된다고 솔직히 얘기하고, 시간이 좀 걸리는 일은 우선 하고 있다고 말 한 뒤 업데이트를 안내하는 일은 나에 대한 신뢰도를 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렇게 꼬꼬마 초보 매니저들을 위한 1:1에 대한 이야기들을 해 보았다. 막상 이렇게 말하는 나도 언제나 횡설수설하고 아.. 이런 말 괜히 했어.. 혹은 아.. 나 너무 초보 같았어.. 하는 후회를 많이 남기지만, 확실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성있게 1:1을 신청할 때마다 내가 이들에게 신경쓰고 있다는 메시지를 꾸준히 주고 있다는 것이다.


언젠가 프로 매니저가 되어 1:1따위 껌이지! 하는 날이 오길 바라며, 내가 처음 1:1을 하기 위해 참고했던 + 공부하며 읽었던 아티클들을 첨부하며 글을 마친다. 내가 왜 매니저인지도 모르겠는 세상 모든 억울한 꼬마 매니저들 화이팅입니다.


https://publy.co/content/4453?s=eklmj9

 https://publy.co/content/6114?s=g68f6i

https://publy.co/content/6744?s=filkup

https://www.hbrkorea.com/article/view/atype/di/category_id/2_1/article_no/628/page/1

https://www.hbrkorea.com/article/view/category_id/8_1/atype/di/article_no/548/page/1

https://www.hbrkorea.com/article/view/category_id/8_1/atype/ma/article_no/1429/page/1

https://www.hbrkorea.com/article/view/category_id/8_1/atype/di/article_no/566/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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