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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천협회 윤범사 Nov 02. 2021

내가신장, 허리가 아픈 당신에게

요추와 골반, 장요근

내가신장은 기천의 상징적인 공력 수련법이다. 대표적이라기보다 상징적인 것은, 기천 정공의 대표적인 여섯 가지 자세의 효과를 모두 아우를 수 없음에도 가장 기본이 되는 수련법이라 믿어 즐겨 서기 때문이다. 좌식 습관이 많은 현대인에게는 여러 가지 이유로 허리의 변형이 있고 개개인마다 다를 수 있으나 입문 초기 일정 수련 경과 후 척추의 교정을 경험할 수 있다. 기천의 내가신장을 은유적으로 봉황이 알을 품듯 서는 자세라고 하는데, 안으로 단전을 품어 이로 인해 엉덩이는 뒤로 빠지고 허리는 꼿꼿이 세운다. 허리부터 하체까지의 역학은 현대 피트니스의 스쿼트와 거의 같은데, 요추를 둘러싼 근육의 강화를 통해 변형된 허리를 바로 잡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뭐든지 과해서 탈, 내가신장도 마찬가지. 고등학생 시절 나무의자 등받이가 닿는 부분에 늘 멍이 들어 있었던 허리가 스무 살, 기천을 시작하면서 어느새 멍이 사라진 것을 발견하고 수련에 더욱 빠져들었다. 신촌까지 오가며 서있는 버스나 지하철에서 수시로 팔은 역근을 하고 허리를 뒤로 젖히며 생활 속에서 내가신장을 수련한다고 자부했다. 초대 문주 대양사부는 내가신장을 하루 종일 서셨다더라, 누구는 내가신장만으로 경지에 이르렀다더라 하는 이야기는 90년대 말 입문자에게 내가신장의 자세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를 주었다. 갓 스무 살, 기천 수련을 하면서 다리는 마치 용수철을 단 듯 힘이 솟았고 허리는 낭창낭창 젖히고 모으며 반탄력을 뿜었다. 수련의 시작과 마무리는 내가신장이었고 내가신장이 다른 모든 자세를 지배한다고 믿었다.  


내가신장을 서면 골반과 요추는 어떻게 되는가, 하는 것은 누구에게 듣지도, 스스로 생각해볼 필요도 없었다. 마흔이 넘어 어느 날 골프 스윙을 무리해서 반복하다가 자고 일어나니 허리가 너무 아팠다. 서서 무릎을 들어 올리거나 누워서 다리를 올리는 것이 되지 않아 MRI를 찍어보니 척추관 협착이 오래되었고 갑자기 무리를 준 영향으로 보인다는 진단을 받았다. 전문병원에서 시술과 물리치료를 통해 오래지 않아 호전되었지만 스무 살 그때처럼 내가신장이 능사라는 생각은 할 수 없었다. 내가신장을 설 때 골반은 전방경사가 되고 요추는 전만이 되면서 협착증으로 인한 통증이 완화되지 않는다. 만삭의 임산부나 하이힐을 신었을 때도 마찬가지로 전방경사된 골반과 요추전만으로부터 통증이 유발되는 것과 같다.  


개개인마다 허리의 상태가 달라 척추 후만의 경우 반대로 내가신장을 깊이 서는 것이 척추 교정에 도움이 되니 체형에 따라 내가신장을 효과적으로 설 수 있도록 한다. 아울러 기천의 모든 자세가 내가신장과 같이 엉덩이를 뒤로 빼듯 서는 것이 아님에 유의한다. 내가신장을 하루 종일 섰다면 골반과 요추가 정자세가 되도록 잡아주는 시간도 그만큼 필요하다. 내가신장을 선 후 일어날 때는 꼬리뼈를 안으로 말듯이 엉덩이 근육을 수축시키며 골반의 수직 정렬과 척추 중립을 만들어준다. 대도의 조천역근법, 금계독립의 을척역근법을 통해 내가신장으로 자칫 느슨해질 수 있는 장요근을 충분히 신장해주는 것이 건강한 허리와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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