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경의 책씻이] 유현준 <공간의 미래>& 송길영 <시대예보>
코로나 블루 이후의 잽싼 변화를 긍정적으로 독려하는 책 두 권이 있다. “건축으로 세상을 조망하고 사유하는 인문 건축가” 유현준은 <공간의 미래:코로나가 가속화시킨 공간 변화>에서, 그리고 “시대의 마음을 캐는 마인드 마이너(Mind Miner)” 송길영은 <시대예보:핵개인의 시대>에서 이제 제로섬 게임을 그만두자고 역설한다. 공간이든 삶의 양식이든 살맛 나는 미래는 저절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선택과 의지로써 창조되는 것임을 예시하면서.
인간을 위한 공간 소비
두 작가의 견해에는 경제·사회·심리·역사·철학 등 인문학적 사고에 기반한 데이터 마이닝(data mining)이 녹아 있다. 인간의 이기심을 이용해 좋은 세상을 만드는 시스템에 관해 유현준은 사이다 발언을 마다하지 않는다. 코로나19가 부추긴 나만의 안전한 공간 ‘차박’의 유행, 계층 간 사다리 이동이 막힌 양극화 구조가 낳은 저출산 시대, 다양한 사이즈의 공간 체험을 위해 젊은이들이 찾는(찾았던) 성수동(삼청동이나 익선동) 등의 현상들을 짚어주면서.
그는 인간의 이기심을 바람직하게 이용하는 예로서 칠레 건축가 알레한드로 아라베나가 디자인한 저소득층을 위한 주거 ‘엘레멘털’을 소개하며 “주택 소유를 통해서 더 많은 청년 개개인이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을 때 바람직한 사회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주장한다. 그건 사회 통념 대신 개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존중하는 다양성과 창조성이 먹히는 사회를 지향한다. 그런 사회에서야 조직 메커니즘에 짓눌리지 않는 실질적 경쟁이 가능해서다.
그러할 때 오프라인 공간은 “인간을 위한 느린 공간”으로, “우연한 만남이 기분 좋게 일어나는 공간”으로 변화할 수 있다. 지금처럼 패자의 희생을 요구하는 제로섬 게임이 작동되는 사회에서는, “오프라인 공간은 부자만의 전유물이 될 수도 있”어서다. 가로수길 상권을 키운 보세 의류점 창업자들이 임대료가 올라 떠난 자리에 대형 브랜드들이 개점한 것처럼. 그러한 유현준의 공간 견해는 송길영의 신조어 ‘핵개인’을 지원해주는 시스템과도 상통한다.
스스로가 스스로의 권위를 인정하는 사회
“서로가 진심을 다하고 그 성과를 존중하면 먼 길을 함께 갈 수 있습니다. 자기 인생의 능동적 결정권을 서로 존중해 주었을 때 이 시대의 개인들은 자기 삶과 사회 모두에 책임을 다하는 핵개인으로 거듭납니다.” (324쪽)
“이기려는 경쟁에서 내려오고 보여지는 것의 구속을 벗어던질 때 스스로를 인정할 수 있도록 자신을 돌아볼 수 있습니다. 스스로가 스스로의 권위를 자신 있게 인정하는 사회로의 변화를 꿈꿔봅니다.” (334쪽)
송길영은 조직의 안정성이 이제는 나의 미래를 담보하지 않음을 곳곳에서 짚어 보인다. 수직적 권위주의가 판치는 웹툰 드라마 <송곳>에서 보여주듯. 그는 ‘돌봄 과도기’의 ‘미정산 세대’가 ‘대안 가족’이나 ‘협력 가족’으로 눈 돌리는 현상을 가리키며, 각자가 스스로를 도구화하지 않고 자신의 행복을 추구함으로써 행복한 각자가 모여 더 크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미래를 바라보게 한다. “각자의 서사는 권위의 증거이자 원료입니다.”,로 이어지도록.
그는 대표적인 현존 핵개인으로서 ‘가왕 조용필’과 ‘어른 김장하’를 소개한다. 기득권을 내려놓고 계속해서 다시 태어나려 ‘최신화’(가장 최근의 버전)와 ‘현행화’(환경에 맞춘 자기 갱신의 과정 그 자체)에 힘쓰며 행복을 추구하므로. 그러니까 ‘핵개인’으로의 변화는 청년층만이 아닌 모든 연령층이 꾀할 수 있는 마음가짐으로써 가능한 미래인 것이다. 80세 노인도 키오스크(무인 정보 단말기) 앞에서 쩔쩔매지 않아야만 하는 시대를 살고 있으니 더 그렇다.
그는 ‘AI 코파일럿’ 활용 외에 언어 표현의 현행화에도 부지런해야 다음 세대와 소통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그것은 나이나 계층 등을 구분 짓는 “경계를 버리고 감각을 벼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특히 초고령사회를 눈앞에 둔 한국의 중노년층은 젊은층의 혐오를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귀기울일 만하다. 그건 누구나 마주하게 된 새로운 생애주기에 대한 적응일 ‘어떻게 함께 살 것인가’의 가치를 충족시킬 삶의 다양성과 창조적 자유로움에도 유용하다.
유현준과 송길영의 두 견해를 함께 대하니 사회 통합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가 크다. 두 작가가 응시한 사회 현상의 공통적 변화가 수평적 사고의 다양성과 진정성, 그리고 포용성을 아우르기 때문이다. 물론 너나없이 자발적으로 악습의 고리를 끊는 담대한 결단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작은 일들을 쌓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사회적으로 무의미한 제로섬 게임을 그만두는 시스템 구축이 될 수 있도록. 암튼 갑진년 새해가 지금보다는 살맛 나는 세상이길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