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친해지는 순간들
한참을 울던 소소는 자신 옆에 딱 붙어있는 냐롱이를 보아요. 냐롱이가 먹다, 반쯤 남은 사과를 내밀어요.
“다 울었으면 먹어 봐.”
소소는 작은 달팽이가 자신에게 권하는 사과가 눈에 들어와요. 빨간 사과가 정확히 반으로 깔끔하게 잘려있어요.
원래 반인 것처럼요.
소소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요. 배속이 텅 빈 것처럼 허전하지만, 먹고 싶지 않아요.
“아니, 싫어.”
소소는 괜찮다는 말 대신 싫다고 표현해요.
“아까 냉장고 안에….”
소소는 다시 말을 이어요.
“정말 끔찍하고 엉망이야. 어떻게 난 지금까지 나 혼자 이 집에 있다고 생각한 걸까? 응?”
냐롱이는 별일 아니란 듯 대꾸해요.
“냉장고 속에 코끼리가 사는 거? 별 일 아니야.”
소소는 당황스럽고 화가 나요. 귀여웠던 그 작은 달팽이가 더 이상 귀엽지 않아요. 가슴이 콱 막힌 듯 답답해요.
“냉장고에 코끼리가 사는 게 별 일이 아니라고? 난 방금 전까지도 혼자 이 집에 사는 줄 알았다고!”
더듬이를 바짝 세우고 냐롱이가 대꾸해요.
“그게 뭐? 어때서? 이 큰집에 너 혼자만 산다고 생각한 게 더 이상하지 않아?”
소소는 잠깐 멈춰요. 화가 나는 마음을 잠시, 멈춰요. 갑자기 왜 냐롱이가 그렇게 말하는지 궁금해져요.
“왜? 갑자기? 뭐가 이상해? 응?”
냐롱이는 더듬이를 아래로 축 늘어뜨려요.
“난 매일 새 친구가 생겼어. 낮에는 종일 촉촉한 나뭇잎 위에서 살랑이는 바람과 장난을 치며 놀다가, 밤이 되면 집으로 돌아가곤 했거든. 그럼 처음 보는 고양이들이 우글거렸어. 긴 꼬리가 서로를 스치고, 작은 발이 부딪치며, 여기저기서 부드러운 골골 소리가 들렸어. 우린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까만 밤이 되면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잠들곤 했어. 그것만으로도 완전 충분했어. 아주 당연하게! 냉장고 속 코끼리랑도 친구가 될 수 있잖아. 근데 왜 속상해하는 거야?”
소소는 어떻게 자신의 마음을 설명할지 고민하다, 다시 멈춰요. 마음을 설명하는 방법을 잘 모르겠거든요. 소소는 그냥 냐롱이가 고양이를 좋아한다고 생각을 딱 고정해요.
“난 코끼리를 좋아하지 않아!”
냐롱이가 방긋 웃어요. 상관없다는 듯 대꾸해요.
“그건 중요하지 않아! 난 이제부터 여기서 살 거야! 난 어때?”
소소는 냐롱이의 갑작스러운 말에 깜짝 놀랐지만 담담하게 말해요.
“달팽이랑? 아니 고양이랑? 달팽이랑? 함께 살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어. 단 한 번도 말이야. 난 혼자인 게 정말 신나.”
냐롱이는 잠시 고민하는 듯 한 표정을 짓다가 활짝 웃으며 말해요.
“나도 혼자가 신나, 우리 각자 혼자라고 생각하고 함께 살자! 아무것도 방해하지 않을게.”
“뭐? 어떻게? 혼자라고 생각해?”
“지금까지도 혼자라고 생각하고 잘 살았잖아. 내가 아니었으면 냉장고에 코끼리가 있다는 것도 몰랐을 거 아니야. 냉장고 속의 코끼리나, 나나 뭐가 달라?”
“그건, 달라! 정말 달라!”
“단지 나는 고양이일 뿐이야. 전혀 다르지 않아. 잘 생각해 봐. 귀여운 나랑 산책하는 거! 나 비 오는 날 특히! 엄청! 좋아해. 소소, 넌?”
소소는 냐롱이를 힐끔 쳐다보며, 생각해요.
‘나도….’
하지만 생각만 해요. 자신도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지 않아요.
“비 오는 날 뿐이야! 네가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문 앞에서 방긋 웃으며 맞아줄 거야! 원래 고양이는 그렇게 사람한테 애교스럽지 않은데, 난 달라! 개냥이랑 비슷하다고 볼 수 있지. 또! 네가 먹고 싶어 하지 않는 음식을 다 먹어줄 수도 있어! 난 당근을 좋아하지만 소소 너한테는 당근을 양보할 수도 있어! 그뿐이겠어! 카페에 날 데리고 가면 먹고 싶은 음료를 2개나 시킬 수도 있어! 와! 정말 좋지? 그리고 또….”
“잠깐! 그만! 생각 좀 할게!”
소소의 마음이 조금씩 변해요.
“그럼, 정말 없는 듯 지낼 수 있어?”
“그럼! 있지만 없는 듯!”
소소는 냐롱이의 눈을 쳐다보며, 다짐하라는 듯 다시 말해요.
“난 조용한 게 좋아! 내가 하는 일이 엄청 시끄럽거든. 깊은 심해처럼 고요한 공간을 원해.”
“기어 다닐게! 아주 조용히! 네가 원한다면 돌고래가 되어줄게, 아니 금붕어? 아니면 구피!”
소소는 냐롱이가 자신과 함께 살고 싶어 하는 마음을 발견해요. 마음이 점점 다시 맑아져요.
“근데 고양이들은? 너랑 함께 살던 그 고양이들은 어디에 있어?”
“그건, 지금 말하고 싶지 않아! 아니 말할 수 없어.”
“왜?”
“작가님! 지금 말해도 돼요? 오늘은 여기까지만 이야기하라고 하셨잖아요. 우아 작가님!”
“냐롱아! 지금 뭐 하는 거야? 누구한테 이야기하는 거야!”
소소는 주위를 두리번거려요. 갑자기 공중에 대고 우아 작가님을 찾는 냐롱이가 무서워요.
“작가님이 다음에 이야기하랬어.”
“냐롱아! 지금 무슨 소리야, 갑자기!”
“아차, 내 실수!”
“뭐가? 대체 뭐가? 실수라는 거야?”
소소는 궁금해요. 하지만 한참을 울었고 새로운 친구가 둘이나 생겨서, 아니 셋 냉장고 속에 강아지도 있었죠.
(못 보신 분은 다시 그림으로)
눈꺼풀이 스르르 내려앉아요. 몸은 물에 젖은 솜처럼 무거워요. 소소는 피곤해요. 소소는 자신의 침실로 들어가요. 냐롱이도 말없이 따라가요. 소소가 침대에 눕자, 조용히 옆에 누워요.
*냉장고에 코끼리를 넣는 방법* 아시죠? 그 이야기의 시작이 어디서부터 인지 몰라요. 그래서 [소소의 오늘]에서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었어요. 제 방식대로요. 문 열고, 코끼리 넣고 닫는, 단순한 논리에서 코끼리를 조금 자유롭게 해 주고 싶었어요. 냉장고란 공간이, 우리가 생각하는 그 공간이 아닌 또 다른 공간이 되도록. 소소가 심해의 어둠을 평온으로 받아들이는 것처럼 우리 마음이 평화롭게 닿는 그곳을 다채로운 이야기로 풀어가려고요. 이야기에 방해되지 않게, 있지만 없는 듯 핵심에서 벗어나, 변연적인 생각들만 나열하고 가요. 이야기는 온전히 독자님의 것이기 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야기의 주인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면 꼭 말씀해 주세요. 다시 만들어드릴게요. ♡
소소의 오늘은 계속됩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낮에 있던 공기가 밤이 되면 자신의 온도를 잃고, 또 잊어버리기도 하네요. 건강하세요. 모든 오늘에서. 꾸벅!
♡오늘을 사랑하는 우아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