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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야 Mar 10. 2024

북유럽 노르웨이, 다국어 환경에서 느낀 소회

영어 실력이 우수한 나라로 항상 TOP 5 순위에 드는 노르웨이에서 거주 중인 3개 국어를 구사하는 한국인으로서 느낀 소회


한국은 영어만 잘해도 주변에서 우러러보는 시선 또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또 영어만 잘해도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다고 할 정도로 영어를 배우러 유학은 물론 워킹 홀리데이에 대한 관심이 뜨겁기도 하죠. 영어 외에도 중국어, 스페인어 등 제2 외국어 학원이 넘쳐나는 한국에서는 아이러닉 하게도 유학생 또는 교포 외에 한국에서 나고 자란 현지 한국인이 모국어인 한국어처럼 영어를 어렵지 않게 구사하는 모습을 보기가 힘든데요. 하지만 근래에는 유튜브 등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고 조기 교육, 유학, 교환학생 및 해외 취업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사업을 도전하는 이들이 늘어남에 따라 상대적으로 예전보다 영어를 구사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노르웨이에서는 어떨까요? 영어만 잘해도 주변에서 잘한다 칭찬을 받거나 또는 누구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 될까요?


아쉽게도 또는 당연하게도 노르웨이에서는 영어를 잘한다고 내세우는 사람도 또 잘한다 치켜세워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영어를 원어민급으로 잘한다 해도 선망의 대상으로 봐주지 않습니다. 의사소통 언어로 영어를 사용하는 것이 모국어를 한다는 것과 같은 동급 이상으로 자리 잡은 탓에 영어로 소통이 어려운 경우를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도 종종 있습니다. 물론, 노르웨이도 사람 사는 곳이기 때문에 영어 사용 대신 모국어 사용을 더 선호하는 노르웨이 사람들 또한 있으니 영어를 잘 못하거나 소위 말하는 영어 울렁증을 가지고 있더라도 주눅 들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노르웨이에서 사는 이민자로서는 얘기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노르웨이어도 못하고 영어도 못하면 살기가 쉽지 않습니다.


노르웨이에서 영어만 하더라도 관공서 업무부터 일상생활(쇼핑, 장보기, 외국인 친구 사귀기) 모두 다 지장 없이 가능합니다. 더 나아가 현지인 친구도 만나 친한 친구 사이가 될 수도 있겠지만 결국 어느 순간 한계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됩니다. 영어를 하더라도 모국어로 말하는 것만큼 편한 것은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노르웨이 다국어 환경에서 느낀 점으로는 영어만 사용해도 일상생활은 지장은 없으나 사회 활동 시 영어, 노르웨이어 둘 다 잘 구사해야 현지 노르웨이 인들과의 경쟁에서 그나마 살아남을 수 있는 큰 언어의 장벽을 만나게 됩니다. 이민 초기에는 영어로 살아남는 게 가능했는 데, 구직 활동 시에는 소용이 없게 되자 노르웨이어 좀 배울 걸 후회하고 뒤늦게 배우는 경우도 있고요. 다년간 노르웨이에서 영어로만 살아남은 이들은 노르웨이어를 배우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물론 언어 배움의 선택은 개인의 몫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르웨이 현지인들이 영어를 잘 구사하기 때문에 굳이 영어만 잘하는 외국인을 채용할 메리트를 못 느끼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영어만 해도 먹고살 수 있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고 극과 극의 직업을 갖고 있는 게 특징입니다. 현지인들이 기피하는 노동을 하거나 그에 응당한 전문 능력이 있는 경우이죠. 남의 주장과 별개로 현실적 자기 판단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특히 유학을 통해 영어를 배운 적 없고 노르웨이어 또한 성인이 돼서 배우고 있는 저의 한국인 입장으로서는 영어만으로 밀어 보기에는 특출한 능력이 없고 영어라는 언어 또한 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미국인, 영국인들에게 경쟁이 되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그리하여 노르웨이어를 배우기로 마음먹었고 언어 또한 문화의 한 부분이기에 그들의 문화를 받아들이고 배우고 싶었으니까요.


결국 저는 노르웨이어, 영어 둘 다 배워야 하는 이민자입니다. 가끔은 한 언어에 집중하는 것도 어려운 데 두 언어 모두 배워야 하는 것이 좀 버겁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이민자의 현실이자 노르웨이에서 생존 가능한 방법인 것이죠.


그럼 모국어인 한국어를 사용하고 영어, 노르웨이어를 사용하는 3개 국어자가 된 현재 다른 메리트를 느끼고 있는 부분이 있을까? 란 생각이 들 수 있을 텐데요. 노르웨이에는 부모 중 한 명을 외국인 부모를 두고 있는 경우가 상당하고 이와 더불어 난민 유입으로 해당 가정에서 태어난 2세대, 즉 교포들이 노르웨이에서 나고 자라면서 노르웨이어, 영어와 더불어 부모들의 모국어까지 구사하는 경우가 많아 사실 3개 국어를 해도 큰 자랑거리가 되진 않습니다.


k-뷰티, k-pop, k-food 등 한국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 높아진 것은 사실이나 이를 통해 저의 경제적 수입으로 연결시키기엔  노르웨이는 변화와 변동이 많지 않은 즉 트렌드에 민감한 나라가 아닐뿐더러 한국, 노르웨이 양국 간의 무역 거래 또한 활발치 않아 모국어인 한국어를 통해 경제활동 하기란 아직은 쉽지 않다 느껴집니다. 채용 공고에서도 한국어 구사자를 찾는다는 공고는 아직까지 본 적도 없습니다. 그래도 방법은 없지 않겠습니다만 아마 개인 사업(프리랜서 한국어 선생님) 또는 현지에서 한식당 창업 등이 한국어를 사용하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사업 모델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대다수의 분들이 해외에서 한식당 창업을 하는 것일 테고요. 통역사로도 일을 할 수 있겠지만 메인잡으로 하기엔 수요가 적어 사실상 직업보다는 서브잡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 3개 국어를 해도 노르웨이에서 도움이 크게 되지 않을까요? 그건 아닙니다. 예로 노르웨이에 난민으로 유입되고 있는 아랍어, 우크라이나어를 하는 경우 통역사로 일을 할 수도 있으며 관련된 업무 채용 공고 시 해당 언어를 하는 것이 플러스가 됩니다.


3개 국어를 하더라도 본인의 실력, 전문 기술 없이는 노르웨이에서 큰 메리트를 못 느끼고 있는 현실적 소회와 노르웨이든 한국이든 사람 사는 곳은 다 거기서 거기다, 쉽지 않구나라고 느껴지는 요즘 생각을 적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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