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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야 Oct 27. 2022

돌아이 불변의 법칙, 노르웨이에서도 예외는 아니죠.

자가격리를 마치고 나니 그동안 나를 기다리고 있던 행정 업무들을 하나씩 해나가야 했다. 그중 이민국을 방문해 지문 등록 및 체류 허가증 신청을 해야 하는 데 요구하는 서류들 또한 빠짐없이 준비해 가야 하고 코로나란 특수한 상황으로 업무 시간을 감축해 이민국 예약 잡는 것도 겨우 겨우 잡을 수 있었다.


노르웨이도 어느 유럽 국가와 다를 것 없이 기다림의 미학이 존재해.. 예약 시간에 맞춰가도 2,30분 기다리는 것을 기본적인 것이었다. 이럴 거면 왜 예약을 받는 걸까? 기다리면서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예약자명을 호명하지도 않는다. 들어가면 은행 창구에서 번호표를 뽑고 내 번호표가 뜨는 창구에 가서 업무를 보듯, 노르웨이 이민국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돼 사실상 몇 시에 예약했는지의 여부가 그리 중요하지 않아 보였다. 여하튼 나는 결혼을 위한 배우자 비자를 받았기에 처음엔 6개월짜리 체류허가증이 나왔다.


일단 6개월용 체류허가증을 받고 잠시 한숨을 돌리던 찰나에 남자친구(현 남편)가 지내고 있던 집주인이 골칫거리로 작용했는데..


우리는 결혼을 앞두고 있었기에 신청한 비자가 승인됐다는 메일을 받고 노르웨이 가기 전, 해당 집주인에게 신혼집을 찾을 때까지 약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머물겠다고 했고 우리가 나가고서는 남편과 룸메이트로 지내던 커플이 해당 집에서 계속 거주하고 싶단 의사를 표해, 집주인도 흔쾌히 알겠다고 승낙했다.


여기까지 모든 게 완벽하게 진행될 줄 알았는 데..


이와 달리 내가 노르웨이 도착하기 2주 전, 집주인은 남편에게 5월 말까지 나가 달라며 갑작스레 말을 바꿨다.


하지만 노르웨이 법상 특별한 이유 없이 세입자한테 한 달 만에 나가 달라는 요구는 불가능하기에 집주인의 뜻처럼 되지 않자 집주인은 남편과 그의 룸메가 사는 현관 앞 공간에 자기네들 테이블과 의자들을 놓고 마당에는 텀블린을 설치하는 등 여러 이상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뭔가 싸함을 느끼기 시작했지만 내가 도착하기 전에 일어난 일들이고 코로나란 상황 때문에 난 어찌 됐든 이곳에서 지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내가 도착했을 때는 위와 같은 상황이 추가적으로 발생하진 않아 잠시 안도했으나 담배 냄새가 올라온다며 문제 삼기 시작했고 주기적으로 문자를 보내며 괴롭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 집에는 담배를 태우는 사람이 없었다. 노르웨이 사람들은 주로 입담배의 일종이자 잇몸에 넣는 파우치 형태의 스누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담배연기 및 냄새가 나지 않는다.


이에 우리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며 설명을 했지만 우리말을 들을 생각도 없는 집주인은..

"거주 계약서 조항에도 적혀있듯 실내 흡연은 금지입니다."라고 문자 답변이 왔다.


그리고 어느 날은 "담배 냄새가 너무 납니다. 우리 아이들이 천식이 있는 데 더 나빠질까 봐 걱정됩니다. 저번에도 말했듯 실내 흡연은 금지입니다."라고 문자가 왔다.


우리는 "저희 중 담배 피우는 사람 없고 1층에는 담배 냄새가 나지 않아요."라고 답변을 보냈지만 답장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한 번은 같이 살던 커플 중 여자애 혼자 집에 있었는 데, 집주인이 문을 쿵쿵 두드리더니 "담배 피우지 말라고 했죠! 냄새가 너무 심해요 진짜! 우리 애들 천식 있다고요."라며 성을 내, 그 친구가 "저 지금 집에 혼자 있고 우리는 아무도 담배를 안 피운다고 말했어요. 못 믿겠다면 직접 들어와서 맡아보세요."라고 현관문을 활짝 열어주니, 들어오는 것은 한사코 거절하며 "실내에서 흡연 금지예요!"라고 외치며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집주인이 거주하는 곳은 2층, 우리가 거주하는 층은 1층으로 2층에서 담배냄새가 심하게 난다면 1층에서도 나는 게 정상인데 우리는 담배 냄새를 한 번도 맡아본 적이 없었기에, 나는 집주인 아들내미나 남편이 엄마 없는 사이에 몰래 집에서 담배를 피우는 게 아닌가 의심도 했었다. 집주인 아줌마는 자기 남편은 담배를 안핀다고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후에도 집주인의 일방적인 주장은 계속됐고 나는 집주인의 이러한 행동이 우리를 이 집에서 쫓아낼 심산이라는 것을 눈치채고 더 이상 이런 사람한테 돈을 주기가 아까워졌다. 이뿐만 아니라 집주인의 아이들 세명이 항상 뛰어다녀 층간 소음을 달고 살았기에 "그래 그냥 이건 우리가 더 이상 살집이 아니란 계시인 거야!"라며 3개월 뒤에 나가기로 집주인에게 통보했다. 같이 살던 커플 또한 집주인의 히스테릭한 행동으로 자기네들도 나가겠다고 통보하며, 졸지에 계획보다 빠르게 2달 안에 집을 찾아야 했기에 막막함과 조급함이 몰려왔다.


우리의 신혼집, 잘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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