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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야 Oct 27. 2022

노르웨이에서 집 구하기

노르웨이에 온 지 한 달도 채 안되어 집을 구해야 하니 막막함이 몰려왔다.


다만 다행인 것은 남편이 노르웨이 사람이라 언어적으로는 신경 안 써도 됐다는 것이였다.


우리가 생각한 예산에서 집 비용과 결혼식 비용을 동시에 준비하고 생각해야 하니 내가 할 것은 바로 정신을 똑띠 차리는 것.


일단 노르웨이에서 집 구하는 방법은 한국과 조금 다르다. 한국에서 집 구하는 경우 부동산을 먼저 찾아가기 마련인데 노르웨이는 온라인으로 대부분 월세, 매매 물건이 나온다.


바로 노르웨이에서 사는 사람 모두가 사용하는 사이트 finn.no에서 찾아보면 돼서 발품 팔아 이곳저곳 가서 가격 비교할 필요 없이 웬만하면 상세하게 나와있어 비교적 집 구하기가 간단한 편이다.


finn.no는 한국의 네이버와 인지도가 비슷하고 집부터 자동차, 채용공고, 중고물품, 심지어 애완동물 분양 등 모든 것이 이뤄지는 곳이다.

우리는 finn.no에서 집을 찾기 전 어떤 집을 원하는지 정해봤다.


1. 시내와 근접할 것(대중교통 2-30분 거리도 ok)

2.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한 곳

3. 마트와 식당이 인근에 있을 것

4. 평지에 위치해 있을 것

5. 1-2층일 것


이렇게 대략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집의 모습을 잡고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으나 사실 노르웨이에서는 집주인이 주요 결정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이 집에 살고자 하더라도 집주인이 우리를 들이고 싶지 않아 하면 어쩔 수가 없다.


그리고 간단 면접 형태로 이뤄지기도 하고 특히 직업이 없는 무소득자가 있는 경우 꺼려하기도 하며 인종차별이 없는(적은) 나라로 알려졌지만,  노르웨이 사람을 더 선호하며 외국인의 경우 집 구하기가 더 어려운 편이다.


나 또한 남편과 함께 몇몇 집을 보러 갔고 집주인 분들도 너무 인상 좋아보였고 우리에게 잘 대해주려는 게 보였지만, 대중교통 편의성이 너무 떨어진다던지 또 아예 주택가라 인근에 마트가 없고 외부로 차를 타고 마트를 가야한다던가 또는 퇴근 후 집 돌아올 때 장을 보고 와야 한다던지 생활편의성이 떨어진 곳이라 어쩌지 하던 찰나에.


같이 살던 커플이 이미 집을 계약했다는 소식을 전했고 그 친구들이 집을 구한다는 글을 finn.no에 기재했는 데 집주인들한테서 메시지가 왔다고 한다. 그리하여 우리도 집 구한다는 게시글을 올렸고 몇몇 집주인이 우리에게 컨택해왔다. (같이 살던 커플은 노르웨이 사람들로 한-노 국제커플인 우리보다 훨씬 많은 컨택을 받았다.)


그중 한 곳을 보러 가게 됐고 보자마자 딱 이 집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처에 마트 있지, 지상철역 있지 또 평지에 위치해있지! 1층이지! 너무 맘에 들었다.


근데 집주인 분이 나를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았다.

나에게 "어느 나라에서 왔어요?", "무슨 일해요?", "앞으로 계획이 어떻게 돼요?" 등 몇 가지 질문을 했고 한 번도 미소를 짓지 않았다. 그리고 일단 내가 무직인 상황을 선호하지 않는 것 같았고 집주인은 한 팀이 더 집 구경하러 오기로 했다고 해 우리는 집 구경을 마치고 인근 벤치에 앉아 얘기를 나눴다.


"아 이 집 너무 맘에 드는 데 집주인이 나 별로 안 좋아하는 거 같아. 어떡하지? 우리 여기 너무 맘에 든다고 문자로 어필을 먼저 해놓을까?"라고 남편에게 물어봤고, 남편 또한 해당 집을 마음에 들어 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해했다.


논의 끝에 너무 쉬워 보이면 안 돼! 저녁에 문자를 보내자라고 결론을 냈고 문자를 보내려고 하려는 차에,

집주인에게서 "혹시 오늘 집 보고 마음에 들었으면 알려줘요. 저는 당신들과 계약 진행하고 싶어요."라고 문자가 왔다.


나는 그 소식을 듣고 침대에 누워있다가 좋아서 벌떡 일어나 "대박!! 진짜? 우리랑? 아니.. 너무 차가우셔서 나는 나 안 좋아하는 줄 알고 무직인 나 때문에 계약 성사 안될까 봐 좀 걱정했는 데.. 웬일이야 너무 잘됐다!! 당장 좋다고 감사하다고 문자 보내자!"라고 거의 아이처럼 들뜬 채로 남편에게 얘기했다.


이후 집주인은 남편에게 소득 증명서를 요구했고 남편이 소득 증명서를 보내자 계약서를 보내왔고 이제 일정만 조율하고 이사 준비만 잘하면 되겠구나 다짐했는데..


하지만 방심은 금물, 여러 가지의 일들이 코너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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