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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래된 정원 Jan 24. 2022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어느 사람의 죽음도 나를 감소시킨다.

한국에 가면 우리 부부가 아버지처럼 여기는 분이 계시다. 

오랜 세월 백혈병을 투병해 오셨다. 

항암 약을 복용하시면서 투병하시다보니, 몇 달 전 췌장이 약해지셔서 남은 여생이 3개월 남았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으셨다. 

그 후 3개월을 채우지 못하시고, 오늘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암 환자의 특권은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죽음을 준비하고 마음을 추스릴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나 역시 지난 몇 개월간 날마다 기도했다. 

고통없이, 두려움 없이, 평안히 가실 수 있기를. 

어떤 사람은 다시 회복되기를 간구했지만, 나는 그럴수 없었고, 그것은 불가능한 기도였다. 

아내 되시는 분 역시 고통없이 편히 가시기를 기도해 달라고 하셨다. 


사람은 누구나 떠나간다. 

미지의 세계, 죽음의 세계로. 

그 길로 떠나갈 때, 나는 어떤 상태로 가게될까. 어떤 마음으로 가게 될까. 

두려워 떨며 가기 싫다. 후회와 미련을 남기며 가기 싫다. 


나는, 오래 전부터

내 아들이 연주하는 기타 소리를 들으며 내 집에서 평안히 가고 싶었다. 

나의 죽음을 바라 보며 그 죽음을 바라보는 가족이 

죽음은 그렇게 두려운 것이 아니구나 

느끼게 하고 싶다. 

그러나, 죽음은 그렇게 낭만적인 것이 아닐 것이다. 
입을 벌리고 헐떡이는 숨소리, 
사경을 헤매는 메마른 육체, 
오락가락하는 희미한 정신...


누군가 아프다고 누군가 돌아가셨다고 소식이 전해 오면 나는 항상 이 시가 떠오른다. 

누가 아프면 그가 나를 위해 대신 아픈 것 같고, 
누가 죽으면 나를 대신해서 돌아가신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느낌은 이 시를 읽은 후 부터인지, 아니면 이 시가 내 마음을 잘 드러내서인지
무엇이 먼저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느 사람의 죽음도 나를 감소시킨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 존 던(John Donne)


누구든, 그 자체로서 온전한 섬은 아니다.

모든 인간은 대륙의 한 조각이며, 대양의 일부이어라.

만일 흙덩이가 바닷물에 씻겨 내려가면

유럽은 그만큼 작아지며, 만일 모래톱이 그리되어도 마찬가지,

그대의 친구들이나 그대 자신의 영지가 그리 되어도 마찬가지.

어느 사람의 죽음도 나를 감소시킨다.

왜냐하면 나는 인류속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구를 위하여 종이 울리는지 알고자 사람을 보내지 말라.

종은 그대를 울린다.


바람의 시 - Kotaro Oshio
https://www.youtube.com/watch?v=bD6NWa-XW1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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