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수집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채식인 Feb 22. 2021

조금 느리게 살았으면

저는 올해 7살, 5살 남자아이 둘을 키우고 있습니다.

그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것이 많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느리게 사는 법입니다.

디지털 덕분에 삶이 참 편해졌습니다.

인터넷과 휴대폰만 있으면 웬만한 일이 처리됩니다.

그 속도 또한 엄청 빠릅니다.

제가 어릴 때 모뎀이라는 것을 사용했는데,

1메가를 다운 받으려면 수십 분이 걸렸고,

모뎀을 쓴 만큼 전화 요금도 참 많이 나왔습니다.

지금은 영화 한 편이 3~5기가 정도 하는데,

다운로드하는데 5분도 채 걸리지 않습니다.

이 와중에 5G로 세상은 더 빨라진다고 합니다.

빨라서 좋은 것도 많지만 빠른 게 전부는 아닙니다.

전 아이들이 느린 것도 배웠으면 합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필름 카메라입니다.

필름 카메라는 사진을 찍어도 바로 알 수 없습니다.

한롤에 24장에서 많게는 36장인데,

그만큼 사진을 다 찍어야 비로소 현상을 맡깁니다.

물론 36장짜리 필름을 몇 장만 찍고 현상할 수 있지만,

남아있는 필름이 아까워서 그렇게 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지난 주말에 아이에게 일회용 필름 카메라를 사줬습니다.

가볍고 작동도 쉬워서 마구 마구 셔터를 누릅니다.

휴대폰 카메라로 찍으면 사진이 바로 나오는데

필름 카메라는 그렇지 않아서 신기하다고 합니다.

그 날 반나절 만에 20장이 넘는 사진을 다 찍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사진관에 가서 필름을 맡겼습니다.

다음날 아침 언제 사진을 볼 수 있냐고 아이들이 아우성입니다.

오후 늦게나 나올 거라고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사실 저도 아이들이 찍은 사진이 참 궁금했습니다.

오후 3시가 조금 넘어 이메일로 사진을 받았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난 사진이 반가웠습니다.

아이들도 제 마음과 같은지 너무나 좋아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