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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채식인 Jun 11. 2021

바람이야?바램이야?

맞고 틀리고 보다 더 중요한 건 상대방을 이해하는 마음

운영하고 있는 채식 단톡 방에 새로운 손님이 찾아왔다. 기존의 몇몇 회원들이 먼저 인사를 하고 새로운 손님도 인사를 했다. 그런데 대뜸 그는 기존 회원의 닉네임을 지적했다. 어휘가 틀렸다는 것이다. 그 닉네임은 '바램'이었다. 그는 희망과 소망을 원하는 것은 '바램'이 아니라 '바람'이라고 했다. 그의 말이 틀리진 않았다. 하지만 이제 막 들어와서 한다는 말이 저런 식이니 불쾌했다.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게 느꼈는지 잠시 단톡 방이 조용했다. 이 사람이 여기 들어온 목적이 무엇일까? 종종 채식 단톡 방에 들어오는 테러족들이 있다. 그들은 고기 굽는 사진이나 동물을 도살하는 사진 등을 뿌려놓거나 채식을 비아냥거린다. 당연히 즉시 강퇴 처리하고 신고한다. 그런데 들어오자마자 남을 지적하는 이 분은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는 중에 몇몇 기존 회원들이 그의 태도에 불쾌하니 사과하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는 "물론 공지사항에 남을 가르치는 행위는 하지 말라고 적혀있지만, 틀린 건 알려주면 좋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했다. 이 분은 아직 무엇이 잘못됐는지 모르고 있었다. 일단 공지에 규정을 어겼으니 강퇴 버튼을 눌렀다.


남을 가르치는 것은 좋은 것이다. 잘못된 것이 있으면 바로 잡아주면 좋다. 감사할 일이다. 하지만 그것도 상황을 보면서 해야 한다. 무턱대고 가르치려 덤벼드는 사람들을 꼰대라고 한다. 그들은 가르치려는 목적이 상대방의 잘못을 바로 잡아주려는 것이라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그런 목적보다는 단지 상대방의 행동이나 말 따위가 단지 자신의 눈에 불편해 보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의 가르침(?)은 대부분 일방적이다. 이유를 묻지 않는다. 무작정 그것이 틀렸다고 말하면서 "라떼는 말이야~"로 시작해 자신의 썰을 푼다. 자신의 말이 정답이라 믿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일방적인 가르침은 아무리 바른말이라고 해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배려가 없기 때문이다. 매슬로우도 인간의 욕구 5단계 중 4단계로 자기 존중의 욕구를 말했다. 우리는 누구나 존중받고 인정받기를 원한다.


얼마 전 일하고 있는 병원에서 그림 전시회가 열렸다. 제목은 < 이빨 >. 사람의 이를 부엉이로 표현한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오전에는 자유관람을 했고, 오후에는 작가를 초대해서 작품 설명을 들었다. 작가는 자신이 이 그림들을 그리게 된 이유와 그림마다 숨어있는 이야기를 친절히 설명했다. 그런데 그때 치과의사인 A 교수가 손을 들었다. "작가님, 사람한테는 이빨이라고 하는 게 아닙니다. 이라고 하셔야 맞습니다." 순간 전시장이 조용해졌다. A 교수는 평소에도 저런 꼰대 짓을 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조금이라도 불편한 것이 있으면 자리를 가리지 않고 스스럼없이 이야기했었다. 그의 태도에 많은 사람들이 불편을 겪은 것도 사실이다. 뒤에서 그런 상황을 지켜보고 있으니 답답했다. 비록 A 교수가 지적한 게 틀린 말은 아니지만 굳이 말해야 했나 라는 생각을 하는 중에 작가는 이렇게 대꾸했다. "전 제 작품을 이빨이라고 하고 싶어요."


'작가님, 나이스 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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