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등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싶다.
깊은 차원을 다루기엔 현재 나의 공부가 너무 짧지만 분명 이런 작은 이야기가 도움이 될거라고 믿는다.
인간은 누구나 열등한 부분이 있다. 현재 마이어와 브릭스의 MBTI로 발전된 칼융의 심리유형론에서도 그 이야기를 하고있다고 배웠다. 내가 INFP라면 내면의 ESTJ는 열등한 상태일 것이다. 내가 P라서 계획되지 않은 일에 좀더 유연하고 너그럽게 대처할 수 있지만 계획을 세우고 꾸준히 실천하는 것에 약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누구나 열등한 부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열등감을 느낀다는 말과 같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열등감의 크고 작음이 다를뿐...그리고 누구나 열등감을 느낀다는 것은 분명 열등감의 역할이 있다는 말이다. 열등감은 인간을 나아가게 해준다. 머물러있지않고 성장하고 발전하게 해주는 중요한 감정이다. 그러니까 열등감은 없애야하는 것이 아니라 해석해야하는 감정이다.
그렇다면 열등감은 어떻게 생기는 걸까?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상태와 현실이 일치하지 않을 때 우리는 불일치감을 느낀다고 동기심리학에서 배웠다. 그 불일치감은 불편하고 그래서 사람은 그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움직이게 된다. 어쩌면 그 불편함중 하나가 열등감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그 불편함을 해결하는 방법은 두가지다. 이상을 성취해내는 것이 하나이고 비합리적이고 비현실적인 이상을 조정하는 것이 다른 하나이다. 둘중 어느 것 하나만 선택하여 이루어지기 보다는 두가지 방법을 역동적으로 번갈아가며 사용하면서 불일치감은 줄어든다.
그냥 이렇게만 된다면 참 좋을 텐데 한가지 변수가 생겨버릴 때가 있다. 내가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여 조정한 그 이상을 나와 비슷하다고 여겼던 사람이 성취해버렸을 때다. 그러니까 나랑 버는 게 비슷했던 사람이 나보다 더 좋은 집을 샀을 때라던가, 나랑 같은 학급에 있던 친구가 엄청 성공했을 때라던가하는 사건이다. 그러면 이순간 목표가 비합리적이라고 했던 나의 전제가 무너져버린다. 그리고 불일치감이 늘어나며 마음이 불편해지는 것이다. 이 때의 불편함을 다시 극복하기 위해서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첫번째는 상대방이 성취에 실패하는 것이다. 그러면 나의 전제는 다시 세워지고 불일치감은 줄어드게 된다. 이 때문에 가까운 누군가의 성공을 보고 그 사람이 잘 안되길 바라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근데 난 이게 특정한 누군가의 특징이라기 보다는 인간 안에 내재된 시스템으로 인한 것이라 생각한다. 이걸보고 역시 걔는 찌질해 혹은 역시 나는 최악이야 라고 생각하기보다 아 그래서 내가 그랬구나 하고 나 자신을 이해하고 인간을 이해하게 되기를 바란다. 이 방법은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데 바로 사랑과 친밀한 관계를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상대방이 망하길 바라면서 그 사람을 사랑할 수는 없다. 본디 사랑이라는 것이 상대가 잘되기를 바라고 상대를 수용하고 기뻐하는 것이기 떄문이다. 사랑, 친밀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너무 중요한 부분이고 없어서는 안되는 부분이기에 이것을 잃는 다는 것은 조금 심각한 부작용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두번째 방법은 참 뻔하게도 상대방과 나의 다름을 분별하고 인정하는 것이다. 애초에 우리가 세워놓은 전제가 무너진 이유도 상대방과 자신이 비슷하다는 것에서 왔다. 재벌들이나 월등하게 우월한 사람들을 보고 가지는 열등감은 잠깐은 힘들수 있어도 그렇게 나를 무너뜨리지 않는다. 곧바로 그 사람들과 나의 차이가 명확하게 분별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와 비슷하다 여겼던 사람에게 느끼는 열등감은 나와의 차이가 잘 느껴지지 않기에 더 괴롭다. 내가 세운 전제는 나의 한계로 인해 만들어진 것이고 상대방은 나와 다르며 내가 가진 한계를 가지고 있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한다. 다름을 인정하면 내가 세운 조정이 무너지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열등감에 취약한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든다. 우리나라는 보면 다 비슷비슷한 환경을 거치면서 산다. 주거공간도 옷도 교육과정도 놀랍게 비슷하다. 그래서인지 타인과 나를 어느정도 과하게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같다. 타인과의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기에 그들의 성공이 자신의 불일치감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나는 나대로 가면된다. 분야가 다른 것을 동일한 기준으로 측정할 수 없듯이 각자의 삶도 판단할 수가 없고 다 다른 각자의 레이스를 하고있을 뿐이다. 우리 모두의 열등감이 더이상 자기파괴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