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나는 일드 덕후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럴 주제는 못된다. 그저 조금 알아듣는 정도라서 볼 때마다 나 혼자 내기한다. 오늘은 몇 개의 단어가 들릴까? 한마디도 못하는 짝꿍에게 잘난 척하기 좋다.
만화도 영화도 드라마도 한편 보고 다음 시간까지 기다리는 것보다는 완결까지 한 번에 쭉 보는 것을 좋아한다. 점점 드라마 폐인이 되어 가는 것 같지만 주말 하루 정도 이렇게 보내는 것도 좋다. 적어도 내게는 말이다.
별생각 없이 보던 일본 드라마를 통해서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생기기 시작했다. 지극히 한국인의 사고방식에서 일본의 드라마는 의아한 점이 몇 가지 보인다.
<방구석 드라마 평론> 첫 번째 일본 드라마는 <우리 집 이야기>
간략한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존경받는 '노'배우인 아버지가 재산을 간병인에게 물려준다고 하자, 40대의 프로레슬러 아들이 유산을 지켜내기 위해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를 보살피기 시작한다. 1년간 아버지를 모시고 살면서 노의 27대 당주로서 자신을 누르고 살았던 아버지를 알게 되고, 대신 자식 노릇을 해왔던 동생들과도 형제의 시간을 갖게 된다.. 칭찬받지 못했던 어린 시절의 반발로 프로레슬러가 된 자신과 화해하면서 대를 잇기로 결심한다.
노(能)는 가구라(神樂)와 더불어 일본의 대표적인 가면극이다. 노는 사루가쿠 노(猿樂能)·덴가쿠 노(田樂能)·교겐노(狂言能) 등으로 일컬어지기도 했다. 노는 일본적 성격과 특징이 뚜렷한 가면극으로서 그 기원과 발전 과정이 잘 밝혀져 있고, 오랫동안 꾸준히 전승되어 왔다.
[네이버 지식백과] 노 [能] (한국전통연희사전, 2014. 12. 15., 전경욱)
드라마 속 에피소드를 몇 가지 뽑아보자.
1. 양자인 줄 알았던 의형제가 의붓형제임을 알면서 아버지의 바람기가 밝혀지는 과정,
2. 간병인에게 모든 재산을 준다는 말에 변호사인 남동생이 알아보니 꽃뱀일 수 있다는 의혹,
3. '노'의 28대 당주가 되고 싶지만 프로레슬링도 포기하지 못하는 주인공의 갈등, 학습장애를 겪는 아들이 노를 좋아하는 이유가 무한정 잘한다고 칭찬하는 할아버지라는 것
4. '노'에 재능을 보이지만 한 번도 칭찬을 받아본 적이 없는 설움으로 집을 뛰쳐나와 프로레슬러로써 성공했지만 그에게 남은 것은 이혼가정이다.
5. 전 부인과 간병인 현 여자 친구와의 대화 속에서 주인공의 방황하는 마음의 정체를 알 수 있다.
6. 가족과의 마지막 여행을 떠나는 중 아버지의 수많은 그녀들과 만나는 동안 아버지의 외로운 바람기를 맞닥뜨린다.
7. 예상치 못한 결말. 주인공은 죽고, 아버지는 오랫동안 장수한다.
한국드라마가 외국에서 꽤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는데, 아마도 자극적인 소재에 한몫하지 않을까 싶다. 가족드라마로 꽤 시청률이 높았던 드라마조차도 결혼, 이혼, 성정체성, 숨겨진 가족사였고, 상당히 진지하다.
반면에 일본드라마를 보면 참 평온하다. 특별한 이슈가 크지 않고, 사건 또한 나조차도 겪을 것만 같은 소재들이 대부분이다. 이 드라마에서도 대형 사건이라고 하면 입양한 아들 주게무가 아버지의 친아들, 형제들에게는 의붓아들이었다는 설정. 그리고 당사자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6개월의 가출 끝에 자신이 있을 곳은 이곳이라고 말한다.
일본드라마의 특징 중 하나는 주인공은 늘 모두가 행복하기를 바라고, 자신이 세상에 큰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그렇지 못한 자신을 무능력한 사람으로 자책하기 일쑤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대부분의 대사를 가볍게 만화처럼 표현한다. 27대 당주가 자신의 제자들 앞에서 엄숙하게 말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여자친구 간병인(?) 옷맵시 감상을 하게 하며 귀엽게 표현한다. 요즘의 한국에서는 아마도 여성에 대한 업신여김이라고 느껴질 것 같은 장면도 심심찮게 나온다.
나의 메마른 정서로는 별로 웃기지 않지만, 그래도 보고 있노라면 바짝 마른 석고에 물을 적시듯 가끔은 나도 말랑해지기도 한다.
내가 일본드라마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과도한 설정이 없다는 점이다. 잔잔하고 평범한 이야기 속에서 가까운 이웃나라지만 전혀 다른 성향과 사고방식을 가진 그들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일본의 역사도 잘 모르고, 문화적 배경도 전혀 사전 지식이 없지만 몇 가지 추측이 되는 점이 있다.
일본 사람들이 한국 드라마에 빠지는 이유를 일본드라마를 보면서 찾아내는 재미가 있어서 이번 주말에도 넷플릭스의 채널을 누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