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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J Valerie Apr 01. 2019

01. 프롤로그: 스타트 인 뉴욕

미술 사학도와 스타트업의 연관관계

나는 뼛속까지 미술 사학도였다.

국내에 미술사학과가 처음 개설된 지 3년 만에 입학을 했고, 졸업 후에는 뉴욕대에서 예술경영 석사 과정을 밟았다. 미술 사학도들이 의뢰 거치는 갤러리 인턴과 석사과정을 거쳤지만 그다음 Step으로 생각하는 박사과정을 거쳐 미술관 학예사가 되는 길은 내 성향과 맞지 않았다. 애초에 동대학 대학원 한 학기 만에 뉴욕행을 선택한 이유는 미술시장에 불고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벤치마킹을 원해서였다.


미술시장의 새로운 별,
아트 바인더를 만나다.


졸업 1년 전 친구들은 바빴다.

졸업 후 곧바로 취업을 하기 위해 인턴 자리를 잡느라 이곳저곳 원서를 내고 사회에 나갈 준비가 한창이었다. 나도 마냥 가만있을 수는 없었다. 내가 원하는 새로운 비즈니스는 아직 만나진 못했지만 뭐라도 해야 될 것 같은 압박감에 원서들을 냈다. 그중 아트 옥션 하우스인 Phillips de pury & company 최종 면접을 거쳐 인턴 자리를 제안받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것과 거리가 멀단 생각에 선택받은 주제에 ‘급하게 한국을 다녀와야 된다.’란 답변으로 인턴 자리를 날려버렸다. 그리고 운명 같이 그 당시 창업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신생 기업 Art Binder를 학교 선배를 통해 알게 됐고 신생기업이라 인턴도 직원도 뽑지 않는 기업에 ‘같이 일하고 싶다’ 다짜고짜 들이대며 아트 바인더 팀에 합류하게 됐다.






아트 바인더는 나와 같은 미술사 학도가 만든 스타트업이었다. 대학 졸업 후, 첼시 소재 갤러리에서 일하며 소속 작가들의 작품 자료들을 일일이 수기로 정리하는 전통적인 바인더 방식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갤러리만의 맞춤 아카이빙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하는 스타트업이었다.


갤러리들은 전 세계에서 열리는 굵직굵직한 미술시장의 5일장이라 할 수 있는 아트페어를 나간다. 그곳에서 컬렉터들을 만나 작품 판매가 이뤄지는데 컬렉터들이 관심 갖는 작가의 미처 아트페어까지 가져오지 못한 작품들이나 그와 관련한 정보들을 손쉽게 스마트기기로 보여 줄 수 있단 편리함으로 시작한 지 얼마 안돼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냈고, 미술계의 빅 플레이어라 할 수 있는 가고시안과 페이스 갤러리를 고객으로 확보하며 전 세계로 고객들을 유치해 나갔다.


나에게 이제까지 보지 못한 아트계의 스타트업, 아트 바인더의 비즈니스 모델은 신선했고 새롭단 이유만으로 사전 조사 없이 일하겠다 들이댄 거라 일을 시작하고 며칠 뒤에야 이 회사를 창업한 Alexadra가 나와 동갑내기인걸 알게 됐다. 당시 스물여섯 살에 일을 시작하며 회사 대표가 나와 동갑내기일 거란 생각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아마 누구나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그 계기로 난 주변을 유심히 둘러보게 됐고, 그제야 뉴욕 곳곳에 내 또래의 창업가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무엇인지 정확히는 알지 못했지만 세계의 트렌드를 이끈다는 뉴욕에서부터 시작되는 사회적 변화를 감지하게 된 것이다.






2011년 뉴욕은 스타트업 붐이 일고 있었다. 스타트업 중에서도 기술을 기반으로 한 Tech-Startup말이다.


그 중심에는 2030 세대, 제너레이션 Y 혹은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있었다. 기술의 발달과 함께 기술창업의 진입장벽이 낮아졌고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의 변화에 비교적 어떤 세대보다 발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Y세대가 이 붐을 이끄는 것이 어쩜 당연해 보였다. 더불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직격탄으로 맞은 뉴욕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결코 어떤 직장도 나를 끝까지 보호해 줄 수 없단 불안감과 이왕 하는 일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자란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창업가가 되는 것이 유행처럼 번져 나가고 있었다.


젊은 창업가들의 기록으로 시작된
‘스타트업 인 뉴욕’ 프로젝트
7년간 걸어온 길



그들의 이야기를 나는 기록하고 싶었다. 그래서 내 글을 실어줄 잡지사를 수개월 찾아 헤맸다. 운이 좋게도 국내 경영잡지 CEO&에 인터뷰 기사를 싣을 수 있게 됐고, 2012년부터 스타트업 창업가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그들의 창업 스토리를 국내에 소개할 수 있었다. 2016년에는 우여곡절 끝에 그들의 이야기를 엮은 책  <스타트업 인 뉴욕>을 세상에 내놓기도 했다.


학업을 마치고 사회에 나와 어떤 일을 해나가야 할지에 대한 실마리를 찾기 위해 헤매다 찾은 아트 바인더에서의 우연한 나의 발견은 실리콘 앨리가 성장해나가는 모습들을 기록하는 일로 이어졌다.


2015년 한국도 뉴욕을 뒤따라 창업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한국에 돌아와 강의를 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뉴욕에 도전하고픈 창업가들, 그들의 비즈니스를 본받고 싶어 하는 예비창업가들, 뉴욕에 형성된 건강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벤치마킹하고자 하는 공무원 등 그들과 만나 대화하고 이야기 나누며 책에 담지 못한 더 많은 이야기들을 언젠가 글로 남기고 싶단 생각을 가지게 됐다.  


7년이란 시간 동안 참 많은 스타트업 창업가들을 만났고 그들의 성장과 실패를 목격했다. 론칭도 하기 전에 만났던 캐스퍼는 이제 전 세계 매트리스 시장을 석권한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고 뉴욕 스타트업 커뮤니티 모임 NY Tech Meetup에서 신생 스타트업으로 무대에 섰던 Zola는 뉴욕을 대표하는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에서만 사업을 이어가던 WeWork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스타트업 반열에 올랐다.


그들의 성장과 함께 나의 기록들도 성장해 나갔고,

2016년 세상에 내놓은 책 <스타트업 인 뉴욕>은 이 프로젝트의 중간평가의 결과물이었다면,

브런치 매거진에 정리하는 글들은 프로젝트를 마무리 짓는 최종결과물이 될 거란 기대를 해본다.


매주 한편씩 완성해가는 챕터들이 모여 실리콘 앨리의 의미 있는 기록들이 하나의 매거진으로 만들어질 수 있게 노력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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