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투더 폴리틱 Feb 26. 2022

중국 대외정책의 한계와 대안 모색

1. 서론


 2009년과 2010년은 중국의 “공세적인 해(year of assertiveness)”라고 규정될 만큼, 중국은 전방위적으로 공세정책을 추진해 나아갔다. 이후에도 중국의 공세정책은 점진적으로 강화되었다. 2012년 시진핑 국가주석의 임기가 시작된 이후 중국몽 비전이 발표되고 중국의 강대국외교로서 일대일로와 AIIB가 추진 및 설립됐다. 남중국해에서는 군사적인 목적의 인공섬 건설이 적극적으로 추진었다. 

그러나 본 글은 오늘날 중국의 대외정책들은 정책 내부의 문제점들로 인해 휘청거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본 글에서는 중국의 대외정책에 존재하는 문제점들을 개괄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중국 국내 대중 민족주의의 요소가 중국 대외정책을 공세적으로 만드는 원인으로서 살펴보고, 대중 민족주의 요소의 부상이 중국의 대외정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 다음으로는 일대일로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빚어진 주변국가와의 갈등을 살펴본다. 그 후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마주한 이중적인 문제를 분석한다. 마지막에서는 본 글의 논의를 요약하고 중국이 대외정책에 내재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2. 대중 민족주의의 부상


 2008년은 중국인들이 자국에 대한 인식이 급격하게 변화한 시기로 평가된다. 2008 금융위기 이후 중국이 자국의 경제력을 기반으로 세계적인 위기상황에 대처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고, 중국인들은 자국이 이제는 세계 최고의 강대국으로 성장해 나아갈 역량을 갖췄다고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인들의 민족주의적 자신감은 중국의 핵심이익이라 불리는 영역에 대한 타국가의 침범과 간섭에 공격적으로 반응하는 결과로 드러났다. 2012~2013년의 다오위다오 문제는, 중국 내의 민족주의 여론이 중국 정치와 사회 내에서 정치적인 목소리를 주장하며 중국 공산당의 정책 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주었다(Weiss 2013). 

 그러나 이와 같은 중국 내부의 과격 민족주의 세력의 등장은, 중국 공산당과 주변국가 모두 반길 사안이 아니다. 대중 민족주의의 부상은 중국 공산당으로 하여금 높은 청중비용을 형성해 합리적인 선택이 아닌 국내 민족주의 여론을 달래기 위한 감정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한다(Liao Ning 2013). 이뿐만 아니라 중국 공산당의 최고지도자가 자신의 정치적인 야망을 성취하기 위해 국내의 민족주의 여론을 이용할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중국이 민족주의를 감시하고 견제하고 있다는 주장은(Duan Xiaolin 2017), 곧 중국 공산당이 국내 민족주의를 이용할 역량을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오늘날 시진핑 국가주석의 강대국외교와 신형대국관계가 그러하다. 물론 현실주의적인 국제질서의 구조가 중국으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패권 도전 국가로서 발돋움하게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하필 미국과 전면적으로 충돌하는 시점이 공산당 내부 권력이 취약하다고 평가 받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등장과 함께 진행되었는지, 현재 중국이 보여주고 있는 미국에 대항하는 전략들은 거시적인이고도 미시적인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대전략에 기반해 진행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고려해 본다면, 중국은 현재까지 그렇지 않다고 평가할 수 있다. 즉 오늘날 중국의 미국에 대한 도전은 시진핑 국가주석 개인의 야망을 배재하고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이처럼 중국의 민족주의의 성격을 내재한 공세적인 대외정책은 중국으로 하여금 대외정책을 통해 자국의 매력과 가치를 세계에 전파하는 채널로서 존재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되려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전파하는 주요한 채널로서 존재하고 있다(Martin 2021/10/06). 향후 중국이 자국 내부의 대중 민족주의 여론을 전향적인 정책들을 통해 설득하고 조정할 수 없다면, 중국의 대외정책은 국내 민족주의 여론에 종속되어 국제사회에서 대외적인 사안들에 대해 유연성을 갖춘 대외정책을 설립하고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중국 공산당 내부의 권력구도에서 불리한 위치를 갖게 되는 최고지도자가 대외정책을 국내정책 지지율 상승을 위한 도구로서 사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 일대일로 전략의 문제


 일대일로는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 실크로드를 일대(一帶)로, 중국-동남아-서남아-유럽-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해상 실크로드를 일로(一路)로 잇는 거대 인프라 구축을 핵심으로 한다(최재덕 2019). 일대일로는 2049년까지 현대판 실크로드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으며, 2018년까지 100여개 국가와 국제기구가 참여한 바가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통해 중국의 개방적인 성격과 다자주의의 대외정책 기조를 실현하고자 했으며, 주변국가들을 포용하는 태도에 입각해 중앙아시아 내 중국 주도의 질서를 형성하고자 했다. 중국은 중앙아시아를 중심으로하는 개발도상국가들에게 철로, 항구, 고속도로와 같은 사회적 인프라를 건설할 자금과 기술을 제공했다. 이를 통해 중국은 중앙아시아와 동남아국가들에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중앙아시아 지역에서의 러시아의 경제적인 영향력을 약화하고자 했다(최재덕 2019). 

  그러나 오늘날 국제사회에서 일대일로 전략은 ‘일대일로는 누구를 위한 전략인가?’라는 비판과 직면해 있다. 지난 5년간 일대일로 사업 추진 과정에서 불공정, 계약 위반, 임금체불 등으로 인해 20만 건이 넘는 소송이 일어났다(최재덕 2019). 무엇보다 중국은 파트너 국가에게 '중국 국내 기업(민간 기업)과 인력'을 활용해야한다는 의무 조항을 일대일로 참여 조건으로 설정해, 개도국의 경제성장을 중국의 경제 활력을 강화시키는 요인으로 흡수하고 있다. 즉 중국은 일대일로 참여 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을 착취해 중국의 일자리 문제, 서부 대개발, 국내 기업의 신흥 시장 진출, 과잉 생산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중국은 해상 실크로드 사업의 이름으로 동남아와 인도양의 주요 항구를 개발하고 운영권을 확보하는 차항출해(借港出海)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이동률 2017). 파키스탄 함반토타항(2012년)과 과다르항(2013년), 방글라데시 치타 공항 건설(2013년), 타자니아와 바가모요 항구 개발(2013년) 등이 대표적인 차항출해 전략의 사례로 존재한다(이동률 2017). 그러나 이 과정에서 중국은 참여 국가들의 중국에 대한 채무를 지렛대로 참여 국가의 항구와 사회적 인프라들을 장기간 임대해 중국의 군사안보적 시설을 건설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아프리카의 지부티(Djibouti)해 외군사기지 건설을 시작으로 중국은 해상 실크로드를 해양 패권국 부상의 수단으로 삼아 남중국해 해양패권 쟁취와 중동지역의 에너지 확보라는 정치적인 목적을 달성하고자 한다. 

 이처럼 중국은 미국의 워싱턴 컨센서스(Washington consensus)를 비판하며 대안적인 경제공동체로서 일대일로 전략을 표방했는데, 사실상 대안적인 경제공동체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이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중국 국내의 경제성장과 군사안보적 영향력의 확대 이외에 국제사회에 일대일로를 중국의 정치경제 시스템에 대한 신뢰구축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지 못한 것이다. 되려 위와 같은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국제사회에서 권위주의 정치체제를 수출한다는 비판을 받으며, 중국의 대외적인 이미지를 훼손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기도 하다(Edel. et al. 2021/09/16). 


4. 남중국해 전략의 문제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서 중국은 1950년대 주창한 '남해 9단선'을 논리적 기반으로 남중국해 영토 대부분을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후진타오 국가주석 임기 후반기 중국이 해양굴기를 주장했고, 시진핑 국가주석 취임 이후부터는 남중국해에 군사적인 용도의 인공섬들을 지으며, 주변국가와의 영토 분쟁을 악화시키고 있다. 인공섬을 주축으로 제 1 도련선과 제 2 도련선의 형성을 통해 미국의 대 봉쇄정책에 대항하고자 반접근 지역거부 정책(A2·AD)을 펼치고 있다. 중국의 남중국해의 인공섬 건설 및 군사적 팽창기조는 미국의 ‘자유의 항해’ 작전과 지속적으로 충돌하며, 남중국해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상황이다(2017 정갑용).  

 그러나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공세적인 행동 이면에,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과 같은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전면적인 갈등을 회피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 대신 남중국해와 연관된 국가들과 정경분리의 관계형성을 도모해, 해당 국가들과 중국의 관계를 경쟁과 협력, 투 트랙으로 진행하고자 하는 것이다. 중국은 남중국해 문제를 일본과 미국의 해군력의 위협으로 국한시키고, 미일 이외의 동남아국가들과는 적극적으로 협력하며 아세안(ASEAN), RCEP 그리고 일대일로의 해상 실크로드와 같은 중국 중심의 국제체제의 활성화를 추진하고자 하는 것이다. 즉 중국은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주요 위협국가인 일본과 미국을 제외한 분쟁 당사국들과 제로섬 게임을 하고자 하지 않으며, 갈등에 대한 해법을 최대한 협상테이블을 활용해 획득하고자 한다(이동률 2017). 협상을 통해 해결이 불가능하다면, 최대한 해당 갈등을 묻어두고 생산적인 협력의 관계를 도모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중국해에서 베트남, 필리핀이 중국의 일방적인 영토 점유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2013년 필리핀이 남중국해 문제에 관해 PCA에 중국을 상대로 제소했다. 그 결과 2016년 7월 12일 PCA가 중국의 영유권 주장이 국제법적 근거가 없다고 내린 판결을 내렸다. 중국은 필리핀의 주장과 PCA의 판결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국제법과 다자주의에 대한 강조를 표방하는 자국의 대외정책 기조가 흔들리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처럼 중국의 남중국해에서 공세적인 태도들은 중국 외교 전반의 신뢰성을 위협하고 있는 결과를 낳고 있다. 


5. 결론


 중국의 대외정책의 균열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기인한다. 지금까지 논의한 내용들을 정리해보자면, 중국 대외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중국이 대외정책을 바라보는 편협한 시각이다. 중국은 대외정책에 있어서 ‘중국식’이라고 표방되는 중국 정치경제체제의 특수성 그리고 민족주의적인 공격성의 태도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 이는 곧 세계패권을 추구하고자 하는 중국이 강대국이 갖춰야할 조건으로서 세계주의적이고도 보편적인 매력과 가치를 전파하고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중국은 향후 국제사회에 신뢰를 구축할 필요성이 존재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우선 현재의 문제들을 관리해야 나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일대일로를 비롯한 중국의 대외정책 기조에 있어서 주변 국가들의 불만을 경청하고 중국의 이익과 주변 국가의 이익을 절충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남중국해 분쟁에 있어서도 사소한 사안을 불필요하게 확전시킬 필요성도 존재하지 않는다. 진정 중국이 패권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문제의 관리와 민족주의적 시각에서 탈피한 세계주의적 시각의 세계관을 국제사회에 점진적으로 드러내 보여줘야 할 것이다. 즉 얼마나 중국이 내부의 민족주의 여론을 완화시키고 외부에서 제기되는 비판들을 유연하게 수용하느냐에 중국 대외정책의 지속가능성이 달려있는 것이다. 


<참고문헌>

이동률. 2017. “시진핑 정부 ‘해양강국’ 구상의 지경제학적 접근과 지정학적 딜레마”. 국제정치논총. 57권 2호. pp. 369~403.

최재덕. 2019. “일대일로 2.0과 중러 관계의 제한성”. 평화학연구. 20권 3호. pp. 107~130.

정갑용. 2017. “남중국해 중국의 인공섬 건설에 관한 법적 고찰 - 남사군도의 7개 인공섬들을 중심으로”. 법학논총. 34권 4호. pp. 103~130.

Edel, Charles & David O. Shullman. 2021. “How China Exports Authoritarianism”. (Sep 16). foreignaffairs.  https://www.foreignaffairs.com/ (검색일: 2021년 10월 11일).

Liao, N.. 2013. “Presentist or Cultural Memory: Chinese Nationalism as Constraint on Beijing's Foreign Policy Making”.  Asian politics & policy. Vol. 5. No. 4. pp. 543~565.

Martin, Peter.  2021. “Why China Is Alienating the World”. (Oct 6). foreignaffairs. https://www.foreignaffairs.com/(검색일: 2021년 10월 11일).

Shambaugh, David (ed.). 2020. China & the World.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Weiss, J.C.. 2013. “Authoritarian Signaling, Mass Audiences, and Nationalist Protest in China”.  International organization, Vol.67 No.1. pp. 1~35.

Xiaolin, D.. 2017. “Unanswered Questions: Why We may be Wrong about Chinese Nationalism and its Foreign Policy Implications”. The Journal of contemporary China. Vol.26. No.108. pp. 886~900.

매거진의 이전글 중국 공산당의 분절된 권위주의의 함의는 무엇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